<어디서 봤더라?>
유병언의 장남 유대균과 그의 도피 조력자 박수경 씨가 붙잡혔다. 기다렸다는 듯 언론들의 (선정적) 보도 경쟁이 시작됐다. 박 씨의 수려한 미모를 언급하는 건 기본이요, ‘유대균 박 씨, 원룸서 단둘… 석 달 동안 뭐했나’와 같은 낯뜨거운 제목의 기사까지 등장했다. 덕분에 포털사이트에선 ‘유대균 박수경 관계’라는 검색어가 자동완성 기능으로 제공된다.
급기야 일부 종합편성채널은 ‘박수경은 사실 겁쟁이’, ‘유대균, 소심한 목소리로 뼈없는 치킨 주문’이라는 기사를 무려 ‘단독 보도’했다. 인터넷 상에서는 “무 많이는 요구하지 않았나 취재해보라”, “윤창중 사건에 이어 치킨 주문 여부가 필수 취재거리가 된 듯” 등의 조롱이 쏟아졌다.
이는 물론 종편 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날 언론의 비뚤어진 자화상은 케빈 맥도날드 감독의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2009) 속 황색 언론과 닮았다. 어느날 하원의원 스티븐 콜린스(벤 애플렉)의 보좌관이 지하철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그녀의 사망 소식을 접한 스티븐은 공식석상에서 눈물을 떨구고, 언론은 스티븐과 보좌관의 관계를 자극적인 문구로 앞다투어 폭로하기에 여념 없다.
사건의 단서를 잡은 워싱턴글로브지 베테랑 기자 칼 맥카프리(러셀 크로우)는 인터넷 담당 신입기자 델라 프라이(레이첼 맥아담스)와 함께 진실에 접근하기 시작한다. 펜과 종이를 들고 다니며 취재하는 맥카프리와 인터넷 검색이 몸에 밴 델라는 서로의 취재 방식을 이해하지 못한다. 맥카프리에게 델라는 똥오줌 못 가리는 풋내기이고, 델라에게 맥카프리는 온라인 시대의 흐름에 뒤쳐진 선배일 뿐이다. 회사의 골칫덩이로 전락했던 맥카프리는 우직한 취재 방식을 고수한 끝에 살인사건 이면에 감춰진 거대 방위산업체의 음모를 밝혀낸다. 결국 델라도 그의 취재 방식을 인정하고 존경하게 된다. 맥카프리도 달라진 언론 환경에 차츰 적응하며, 델라에게 “(기사)전송은 자네가 하라”고 신뢰를 드러낸다.
인터넷 기자들이 싸잡아 ‘기레기’로 불리는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는 희망을 말한다. 맥카프리가 델라에게 펜으로 만든 목걸이를 걸어주는 장면이 바로 그 것이다. 미디어의 미래가 인터넷 매체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취재 정신을 잊지 말라는 독려일 것이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맥카프리와 델라는 합심해 쓴 기사를 송고하고 나란히 신문사를 빠져나간다.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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