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이혼소송을 겪는 이들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이혼소송 피고는 재판이혼 시 극심한 정신적 충격과 혼란을 경험한다. 억울함과 분노, 배신감과 더불어 생소한 법률 내용이 이들을 괴롭게 만드는 주원인이다.

더불어 이혼소송 피고들은 승소를 통한 명예 회복을 갈망한다고 하는데 이는 우리 법이 이혼소송에 유책주의를 적용하고 있는 것과 연관이 깊다.

유책주의는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제한하여 잘못이 없는 상대 배우자를 보호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이혼소송 피고는 동거·부양·정조 등의 의무를 위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설사 뚜렷한 귀책이 없는 경우라 할지라도 이혼소송 피고들은 자신의 명예가 상당히 실추되었으며 재판상으로도 불리한 상황에 처했다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법무법인 한음 한승미 이혼전문변호사에 따르면 이혼소송 피고라 할지라도 반드시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상대 배우자가 잘못을 저질렀다고 억지 주장을 하거나, 상당한 과장을 통해 이혼소송을 청구하는 이들도 많다는 것.

남편이 아내를 상대로 낸 이혼소송(2017드단206515)에서 법원은 혼인파탄의 주된 책임이 피고에게 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의 인정 사실에 따르면 남편 A와 아내 B는 38년 동안 법률혼 관계를 유지하였다. A의 사업으로 인해 부부는 장기간 따로 생활하였고, B는 A가 사업을 시작할 무렵부터 생활비를 받지 못해 보험설계사로 근무하며 가사를 도맡았다. B의 경제적 수입은 A의 채무변제, 계비, 경조사비, 동창회비 등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A와 B의 사이는 A가 B와 자녀들에게 거액의 돈을 요구한 뒤로 급격히 나빠졌고 이들은 협의이혼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하였다가 B의 불출석으로 협의이혼이 성립하지 않았다. 이에 A는 B가 자신과 시댁에 소홀하였고 부부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다며 이혼소송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A는 오랜 혼인기간 동안 자녀양육 및 가사를 전적으로 B에게 일임한 채 사업을 빌미로 왕래하지 아니하고 생활비도 지급하지 않아 부부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였고, A는 관계 회복을 위해 합가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시도조차 하지 않았으며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였다고 볼 자료 또한 없다”며 “설령 A와 B의 혼인 관계가 사실상 파탄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그 주된 책임은 A에게 있다”고 이혼청구 기각의 이유를 설명했다.

한승미 이혼전문변호사는 “마땅한 근거 없이 이혼소송 피고로 지목된 경우에는 원고 측의 주장을 객관적·법리적으로 배척해야 한다”며 “상대 배우자와 극심한 갈등을 겪었더라도 관계회복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 혼인 유지를 강력히 원하고 있다는 점, 자신보다 상대 배우자의 유책정도가 더 심각하다는 점 등을 증명하면 법원의 인정을 받을 수 있으므로 이혼소송 피고가 반드시 소송에서 불리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윤병찬기자/yoon4698@heraldcor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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