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영훈 기자] 한국 축구의 ‘레전드’ 차범근 전 감독은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한 후배들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고 토로했다. 대표팀의 힘을 여론이 분산시켰다며 일부 팬들의 과도한 비난 여론을 비판했다.

같은 날 안정환 MBC 해설위원은 독일을 꺾으면서 성과는 얻었지만 축구팬, 축구협회, 감독, 선수들은 다시 한번 다 짚고 넘어가야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할 수 있는데 우린 못했던 것 뿐이라며 4년 후를 위해선 지금 바로 개선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 전 감독은 27일(현지시간) 한국과 독일의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킥오프 직전 러시아 카잔 아레나 미디어센터에서 “이제는 한국 축구를 바라보는 비난의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한국축구계에서 펠레와 마라도나와 같은 위상을 지닌 차 전 감독이 잘못된 응원 문화에 대해 쓴소리를 할 자격은 충분하다.

그러나 한국축구가 세계 1위 팀을 잡은 쾌거를 이룬 날, 그는 모두 일정 부분 잘못이 있는 축구팬, 축구협회, 감독, 선수들 중 가장 먼저 여론, 즉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쓴소리를 했다.

반면 안 위원은 오늘 하루는 선수들은 즐기고 푹 쉬어도 된다면서도 그러나 바로 지금부터 다음 월드컵을 대비해 문제점을 파악하는 작업을 해야한다고 그 첫 비판 대상으로 축구협회를 지목했다.

그렇다고 차 전 감독의 지적이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선수들은 물론 가족에게까지 인신공격을 한 일부 네티즌들은 분명 문제가 있다. 그러나 목소리가 워낙 크다보니 잘 들리기야 했겠지만 그들은 대한민국 축구팬 중 소수일 뿐이다.

차 전 감독은 소수 문제팬들을 제외하더라도 대부분의 국민들이 왜 대표팀을 비난 했는지 그 이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보인다. 자신은 10여년 전에 머문채 2018년의 팬들을 바라보는 것 같다.

2002년 4강 이후 박지성 등 유럽 최고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생기며 우리 축구팬들의 눈높이는 높아졌다. 초반엔 그 눈높이에 못 따라오는 K리그와 대표팀에 대한 맹목적인 비난이 존재했다. 그러나 15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팬들의 수준 만큼은 대표팀이나 K리그와 달리 축구 강국이라는 국가들의 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수준으로 올라섰다. 이제 팬들은 무턱대고 우리 대표팀에게 스페인이나 브라질과 같은 경기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번 월드컵 본선이 열리기 전부터 대부분의 국민들은 우리 대표팀이 3패도 당할 수 있다고 냉정하게 진단한 바 있다.

그런 팬들이 원한건 우리 대표팀이 현재 기량 안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경기력을 보여달라는 것이었다. 스웨덴, 멕시코, 독일전에서 변화했던 선수들의 모습만큼 팬들의 목소리도 달라진 것이 그 증거다.

차 전 감독이 지적한 인신공격성 비난은 목소리가 큰 일부 팬들의 문제다. 그리고 이런 팬들은 우리 뿐만 아니라 축구 강국에서도 존재한다. 축구 뿐 아니라 타 종목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일 뿐이다.

이번 대회기간 축구를 보는 눈이 높아진 대부분의 팬, 국민들은 적합한 전술을 못 꺼내든 감독과 축구 선수로서 기본에 해당하는 플레이에서 마저 실수를 저지른 몇몇 선수들에 대해 비판했을 뿐이다. 무엇보다 4년마다 반복되는 문제들을 방치해온 축구협회에 대해 가장 크게 비판했다.

축구도 엄연한 비즈니스고 상품이다. 70, 80년대 ‘국산품 장려운동’처럼 무조건 사달라고 우겨서는 안된다. 대표팀에만 관심을 갖고 K리그에는 무관심하다고 투덜댈 것이 아니라 대표팀에라도 관심을 가져주는 팬들에게 감사해야 하는게 현재 대한민국 축구계의 상품성 수준이다.

차범근 전 감독은 “월드컵 시즌만 되면 매번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지금 같은 분위기면 한국 축구는 바뀔 수 없다”라며 “2002년 한일월드컵 전에도 팬들이 거스 히딩크 감독을 향해 얼마나 욕을 퍼부었나. 달라진 게 없다”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제는 축구대표팀에 용기와 격려를 주는 분위기로 바뀌어야 할 때다. 한국 사회도 바뀌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차 전 감독이 모르고 있는 것은 이미 한국 축구팬들은 달라졌다는 점이다. 그들은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에게는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모자란 실력을 아쉬워는 해도 능력 이상을 해내라고 떼를 쓰지도 않는다.

팬들 수준에 못 쫓아가고 있는 것은 대한축구협회와 유소년 축구, 프로리그 그리고 대표팀이다.

안정한 위원이 지적한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이제는 축구계가 스스로 시스템을 바꾸고 유소년기에는 성적에 목매달기보다 어린 선수들이 기본기를 갈고 닦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저 만치 앞서 가고 있는 팬들의 수준을 조금이나마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glfh2002@herla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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