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꺾고 8강 진출한 러시아…증시에서도 개최국 효과 ‘톡톡’ -서방의 러시아 경제제재 완화 역할 -푸틴 대통령ㆍ빈살만 왕세자, 개막전 관람으로 우애 과시 [헤럴드경제=윤호 기자]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스페인을 꺾고 월드컵 8강에 진출한 러시아가 증시에서도 ‘개최국 버프’를 누리고 있다. 버프(BUFF)란 캐릭터의 기본 능력치를 증가시키는 효과를 뜻하는 용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러시아 RTS지수는 1147.53에 장을 마쳤다. 이는 월드컵 개막 직후인 지난달 15일 대비 3%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특히 6월초 1170선이던 주가가 미끄럼을 타다 월드컵 개막을 기화로 반등하기 시작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월드컵이 서방의 러시아 경제제재를 완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한다.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 미국 대통령 선거 개입 의혹, 영국에서 발생한 이중스파이 독살시도 사건의 배후 의혹 등으로 서방의 ‘왕따’가 된 러시아가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고립 탈피의 계기로 삼는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 인사들 가운데 일부는 이번 월드컵 개최 준비에 관여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제재 대상에 오른 인사들이 자금을 지원한 운동장에서 경기하는 것 자체가 미국 제재의 한계를 보여주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평했다.

지난달 14일 개막전에서는 푸틴 대통령과 빈살만 왕세자(사우디)가 나란히 앉아 산유 1, 2위 국가간 우애를 과시했다. 이날 경기는 5대0, 러시아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지만 이들의 만남은 의미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같은 달 23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산유국이 증산에 합의한 것. 업계에서는 러시아와 사우디가 원유시장에서 주도권을 과시하며 최종 승자로 남았다고 평하고 있다. 특히 이후 국제유가는 오히려 상승하며 러시아 증시에 불을 지폈다.

유동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향후 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일 것을 감안한다면, 국내총생산(GDP)의 70%가 유가와 관련된 러시아 증시에 대한 매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은수 KB증권 연구원은 “평창올림픽에서 확인했듯이, 전 지구적 스포츠 행사는 당사국에게 외교적인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며 “향후 서방 경제제재 완화와 국제유가 안정이 나타난다면 러시아 증시의 높은 변동성과 낮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2010년 남아공 월드컵, 2006년 독일 월드컵 기간 개최국 증시는 2~4% 상승했다. 단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코스피지수는 제2연평해전 등의 영향으로 6.7%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