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투자-펀드투자 따라 달라 ‘도관이론’ 아닌 ‘실체이론’ 때문 “자본시장 발전 역행” 비난 높아

우리나라 증권거래세는 외국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거래세율 인하가 전 세계적인 추세인데도 이를 반영하지 않는다. 여기다, 양도소득세를 강화하면서도 주먹구구식으로 적용했던 거래세율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중과세’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똑같은 해외 주식에 투자하더라도, 이를 직접 투자했느냐 간접투자(펀드 매입)했는냐에 따라 다른 세율을 적용하고, 어느 계좌냐에 따라 펀드 간 손익통산이 가능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해 조세형평성이 없다는 지적도 받는다.

#. 지난해 은퇴한 김 씨와 이 씨는 재테크를 위해 각각 주식에 투자하기로 했다. 미국의 ‘나홀로 경기호조’ 이야기를 들은 이들은 우량한 미국주식을 사서 장기 보유하는 것이 좋다는 주변의 권유를 듣고 해외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다만 각자의 위험감수 성향에 따라 김 씨는 미국주식을 직접 샀고, 이 씨는 미국주식을 기반으로 한 펀드에 가입했다. 그런데 최근 1년이 지난후 그동안의 투자수익과 세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두 사람은, 직접 투자를 하느냐(주식 직접 매입), 간접투자(펀드가입)를 하느냐에 따라 서로 적용되는 세율이 크게 다르다는 점을 뒤늦게 알고 적잖이 놀랐다.

같은 해외주식을 사더라도 어떤 방식을 택했냐에 따라 서로 다른 세율을 적용하는 세법체계 때문에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펀드전체를 법인처럼 하나의 실체로 해석한 ‘실체이론’을 철저히 적용한 결과, 조세중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자본시장이 급속히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구시대적 방식을 답습하고 있는 현 세제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현행 세법은 똑같은 종목의 해외주식을 매수하더라도 직접 매입한 것이냐, 간접적으로 투자한 것이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어떤 것은 양도소득으로 과세하고, 또 어떤 것은 배당소득으로 과세한다. 해외주식을 직접 사고팔아서 이득을 보면 양도소득으로 간주하고 차익에 대해 22%(지방세 포함)의 세금을 물도록 하고 있다. 다만 양도소득세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해외펀드에 가입해 해외주식에 간접투자할 경우, 사정은 완전히 달라진다. 펀드 운용회사가 똑같은 해외주식을 매매해 똑같은 수익을 얻은 뒤 이를 펀드 가입자에게 나눠준다고 가정할 경우 과세당국은 이를 배당소득으로 간주해 15.4%의 세율을 매긴다. 이자소득이나 배당소득엔 이처럼 15.4% 세율이 적용되지만 이 소득이 연간 2000만원을 넘을 경우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이 때문에 금융소득을 포함한 과세표준소득이 5억원을 웃돌 경우 42%의 세금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같은 해외주식으로 10억원을 벌었다고 가정하자. 이 때 직접투자 시 2억2000만원(22%)의 세금을 내면 된다. 그러나 해외펀드로 같은 주식을 샀을 경우 세금은 4억2306만원(5억원 초과시 1억7460만원+5억원 초과금액*42%. 이 금액에 지방세 10% 가산)에 달한다.

이는 우리나라 소득세제가 ‘도관이론’과 ‘실체이론’ 중 일본에서 적용하는 실체이론을 따랐기 때문이다.

과세적용 방식에는 크게 도관이론과 실체이론이 있다. 도관이론은 벌어들인 소득이 부동산 임대소득, 배당소득, 양도소득, 이자소득 등으로 나눠져 있을 때, 과세 역시 일일이 쪼개서 소득원천에 귀속시키는 것이다. 마치 파이프(도관)를 타고 각 세금이 빠져나가는 방식으로, 대표적인 시행국가는 미국이다.

반면 실체이론은 펀드전체를 법인처럼 하나의 실체로 보는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소득을 벌었든지 간에 펀드라는 하나의 실체가 벌어들인 것으로 파악한다. 이에 따라 과세 시에도 전체를 배당소득으로 보고, 이 전체소득에 대해 일괄적으로 세금을 매긴다.

우리나라나 일본이 실체이론을 따른 이유는 펀드를 하나의 저축상품으로 바라봤기 때문이다. 초창기 펀드는 채권형 펀드만 출시돼 이자소득이 전부였다. 이 때문에, 실체이론에 따라 과세해도 현실과의 괴리가 없었다. 그러나 주식형펀드가 활성화하는 등 자본시장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이러한 과세 접근 방식에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일본은 지난 2008년 ‘금융소득과세 일원화’란 특단의 세제 개편을 통해 문제를 바로 잡는다. 펀드를 매매하거나 환매하는 경우에는 양도소득으로 처리하고 결산후 분배금을 받는 경우에만 배당소득으로 처리해, 실체이론을 유지하면서 조세형평성을 제고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세제당국은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지 못하고, 예전방식의 과세만을 고집해 비판을 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채권형 펀드라면 모르지만, 주식형 펀드에도 실체이론을 적용하는 것은 명백히 조세중립성을 해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모든 제도는 시대 변화를 반영해 고쳐야 하는데, 우리 세제 당국은 이를 외면하고 있어 답답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세제실의 한 관계자는 “국내펀드와 해외펀드를 막론하고 모두 실체이론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형평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해외 사례를 무조건 따를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한 뒤, “현재로선 세제 개편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정부 입장이 ‘무사안일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또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부도 펀드 매매나 환매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점은 인지하고 있지만, 이를 시행할 경우 개인 개별신고 대상이 돼 납세절차가 복잡해지고, 납세 반발 우려도 있어 망설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주식형 펀드가 활성화된 시기는 박현주 미래에셋대우홍콩 회장이 내놓은 펀드들이 인기를 얻은 2000년대 초반으로 이미 15년 이상 시간이 흐른 셈”이라면서 “자본시장은 하루 다르게 변모하고 발전하는데, 세제는 아직도 90년대 이전에 맞춰져 있다. 미국처럼 ‘도관이론’을 적용하거나, 일본처럼 ‘실체이론’ 하에서도 매매나 환매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업계의 이같은 주장은 지금처럼 실체이론을 따를 경우 펀드 투자를 통해 벌어들인 이익이 없어도 세금을 물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펀드 하나하나를 실체로 바라봄에 따라 펀드간 손익 통산이 안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김 씨가 해외주식 A종목과 B종목을 매수해 A종목에서 한해 동안 500만원의 이익을 보고, B종목에서 800만원의 손실을 봤다고 하자. 이때 김 씨는 A로 벌어들인 500만원과 B에 따른 손실 800만원이 통산돼 300만원 손실을 본 것으로 파악된다. 양도소득세를 낼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 씨가 ‘해외펀드 갑’으로 해외주식 A에 투자하고 ‘해외펀드 을’로 해외주식 B에 투자한 경우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똑같이 A종목을 통해 500만원 이익을 내고, B종목을 통해 800만원 손실을 냈지만, ‘해외펀드 갑’을 통해 얻은 이익 500만원은 배당소득으로 잡혀 세금을 내야 한다. 실체이론에 따라 각각의 펀드를 하나의 실체로 보기 때문이다.

은행에서 판매하는 ELS와 ETF에서도 동일한 문제점이 발생한다. 이들을 통한 이익 역시 배당소득으로 종합과세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ELS A’로 1000만원을 벌고 ‘ELS B’로 3000만원의 손실을 볼 경우, 전체적으로는 2000만원 손실을 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1000만원에 대해 배당소득세를 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도관이론으로 과감히 개편하기 힘들다면 일본처럼 매매를 통한 이익에 한해서라도 양도소득으로 처리하는 방법을 쓸 수 있다”면서 “양도소득세는 인별 과세인 만큼 자연스레 금융소비자 한명 한 명을 ‘실체’로 간주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개인별 조세형평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호ㆍ김지헌 기자/youk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