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시험산업본부, 미국 국립보건원(NIH) 데이터 분석 -제약사 주도 국내 임상 3상 수는 24.5% 감소 -참여자 모집 쉽고 규제 완화된 중국 등으로 이동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한국은 뛰어난 의료기술을 가진 의료진과 임상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습니다. 저희가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임상 3상을 진행하기 위해 한국을 선택한 이유입니다.”
몇해 전 한국을 방문한 글로벌 제약사 신약개발 책임자는 한국이 임상 3상을 시행하기에 매력적인 국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 이런 말은 과거형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한국이 신약개발을 위한 임상 3상 진행국가로 매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임상시험산업본부(KoNECT)는 세계 최대 임상시험 레지스트리인 미국국립보건원(NIH)의 임상시험 사이트(ClinicalTrials.gov)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12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세계 의약품 임상시험 신규 등록 건수는 5536건으로 2017년 상반기(7019건) 대비 21.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제약사가 주도해 실시하는 임상시험 건수는 13.3% 감소했는데 이는 4년 연속 감소세에 해당한다. 같은 기간 한국이 참여하는 전체 의약품 임상시험 신규 등록 수와 제약사 주도 임상시험 수도 각각 12.9%, 8.1%씩 감소했다.
특히 한국은 3상 임상시험 건수가 크게 줄었다. 전 세계 제약사 주도 3상 임상시험 건수가 전체적으로 줄면서 전년 대비 16.1% 감소했지만 한국은 이보다 많은 24.5%나 대폭 감소했다.
신약개발을 위해선 신약 후보물질을 찾아낸 뒤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전 임상 단계를 거쳐 실제 환자나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1~3상을 거치게 된다. 이 중 임상 2상은 소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약효와 안전성을 살펴본다. 그리고 임상 2상에서 의미있는 결과가 나오게 되면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을 진행하게 된다. 임상 3상은 신약 허가를 위한 마지막 단계로 신약개발에서 가장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동안 한국은 고도의 의료기술을 가진 의료진과 종합병원의 임상 인프라가 잘 구축됐다는 면에서 글로벌 제약사들이 아시아에서 임상 3상을 진행할 때 우선적으로 꼽았던 국가였다.
하지만 데이터에서 나타났듯이 최근 한국의 임상 3상 건수는 크게 감소하고 있다. 한국에서 빠져나간 임상 3상은 최근 러시아, 폴란드, 중국 등의 국가들로 이동하고 있다.
임상시험산업본부 관계자는 “특히 중국은 인구가 많아 임상시험 참여자 모집이 쉽고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으로 임상 3상을 진행하는 비용과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매력적인 국가로 부상 중”이라며 “2017년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 가입 후 글로벌 임상시험 참여율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추세는 올 상반기 식약처 임상시험계획 승인현황을 봐도 알 수 있다. 전체 3상 임상시험 건수는 117건에서 78건으로 33.3% 감소했고 이 중 국내 임상시험 11.1%, 다국가 임상시험은 37.4%나 감소했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변화하는 신약개발 환경에 따라 임상시험 수를 점점 줄이고 더 빠르고 비용 효과적인 임상시험이 가능한 나라로 이동하고 있는 추세다.
지동현 한국임상시험산업본부 이사장은 “우리나라도 호주와 같이 임상시험 승인시간 예측성 확보 및 단축, 관세 면제, 인센티브 등 임상시험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을 통해 경쟁력 있는 임상시험 환경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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