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의 경제학]근로자들 휴가, 수십조 경제효과…소득-일자리 부진에 효과 반감

“재정확대보다 부작용 적은 내수 부양책…경기부진+해외수요로 효과 감퇴”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폭염이 2주째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됐다. ‘7말8초(7월말~8월초)’가 최대 휴가 시즌으로, 이미 지난주말부터 공항과 터미널, 고속도로는 붐비는 반면 도심은 한산하기 시작해 이번주말~다음주에 피크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휴가가 본격화하면서 주요 휴양지의 숙박ㆍ음식점과 여행업은 물론, 의복ㆍ장비 등 관련 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경제 분석기관들은 근로자들이 주어진 휴가를 모두 쓸 경우 수십조원의 경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휴가 촉진을 통한 소비 확대는 재정 확대에 의존한 대책에 비해 부작용이 훨씬 적고 경제의 선순환을 가능케 하는 효율적인 부양책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일자리와 소득 부진 등 경제상황이 좋지 않고 해외 여행수요가 늘어나 효과가 감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근로자들의 휴가 사용 촉진은 재충전을 통한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을 뛰어넘어 수출 주도의 압축성장을 해온 우리경제가 수출-내수 균형성장으로 전환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 오래 전부터 지적돼왔다. 역대 정부가 기업의 법정 휴가일수 준수와 근로시간 단축 등을 강력히 추진하는 한편, 휴가 시즌에 맞추어 국내 관광 활성화를 위한 캠페인 등을 펼쳤던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휴가 사용실태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훨씬 뒤떨어져 있다. 최근 3~4년 사이에 빠르게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휴가를 자유롭게 쓰기 어려운 직장 분위기와 과도한 업무, 적은 보수를 연차휴가수당으로 보충하려는 심리 등으로 원하는 휴가를 쓰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온라인 여행사인 익스피디아가 지난해 주요 30개국 1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 직장인의 82%가 휴가 사용환경에 불만족한다고 밝혀 1위를 기록했고, 유급휴가 사용일수는 일본ㆍ태국과 함께 꼴찌였다.

산업연구원이 문화체육관광부의 용역을 받아 실시한 ‘국내관광 활성화를 위한 휴가확산의 기대효과 분석’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연차휴가 부여일수는 평균 15.1일이나, 실제 사용일수는 평균 7.9일로 52.3%에 머물렀다. 프랑스ㆍ독일ㆍ스페인ㆍ오스트리아ㆍ영국ㆍ노르웨이ㆍ스위스 등 주요 선진국들이 25~30일의 휴가 부여일을 모두 소진하는 것과 비교하면 개도국 또는 후진국 수준이다. 특히 한국은 세계 최장 노동시간에 국제노동기구(ILO)의 연차휴가 보장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국가다.

그렇다면 휴가 사용을 촉진하면 어떻게 될까. 산업연구원이 산업연관표를 바탕으로 추정한 결과 1400만명의 근로자가 연차휴가를 100% 사용할 경우 여가소비 지출액은 16조7700억원, 이로 인한 생산유발액은 29조3600억원, 부가가치 유발액은 13조1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로 인한 고용유발 규모는 21만81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막대한 경제효과가 발생하는 셈이다.

산업연구원은 “휴일과 휴가를 늘림으로써 내수 경기 진작을 도모하는 정책은 1930년대 대공황기 이래 다수의 국가에서 사용됐다”며 “국내 관광산업 발전을 통한 경기활성화는 내수 기반의 경제성장에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했다. 산업연구원은 특히 “휴일과 휴가 활성화를 통한 내수 진작책은 재정지출 증가를 통한 경기부양책에 비해 경제적 부작용이 적고 실효성도 크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 여름 휴가는 내수 경기의 회복 여부를 판가름할 중요한 시금석이 될 전망이나, 근로자를 비롯한 국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문제다. 지표경기의 회복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사정이 개선되지 않고, 이로 인한 소득이 불안정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해외여행 바람이 확산되면서 휴가의 내수 진작효과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 여름 휴가가 일-여가의 균형과 삶의 질 향상, 일자리ㆍ소득의 안정, 국내 여행문화 성숙 등 많은 과제를 던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