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슈섹션] 호랑이 서식지를 만들겠다는 다소 황당무계한 꿈에 도전하며 7000여 평에 자작나무를 심던 남자. 강원도 홍천에 사는 돈키호테 최기순 다큐멘터리 감독의 이야기를 이번 주 ‘인간극장’에서 다룬다.
30일 오전 방송된 KBS1‘인간극장-숲으로 간 돈키호테’ 1부에서는 야생의 동물을 찍다 야생의 숲에 빠진 최기순(56) 전 감독을 뒤 쫓아 간다.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를 질끈 묶고 비오는 날이면 가끔 알몸으로 숲을 즐긴다는 이 남자는 20여 년 전 산기슭 허허벌판이었던 7000여 평의 콩밭을 사들여 자작나무를 심고 이끼를 기르며 숲을 가꾸었다.
시베리아의 영하 40도 추위에서 텐트 생활을 하며 자연와의 공존에 대한 남다른 생각을 가지게 된 기순 씨. 언젠가 살아 숨 쉬는 생태 학교를 꾸리고 싶다는 큰 포부를 가진 그는 지금 낙원을 만들고 있다.
최기순 씨의 부모님은 “처음에는 숲에 오지 못하게 했다”며 “그만큼 좋은 직장이 어디 있나. 여태 있었으면 꽤 좋은 자리까지 갔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나 숲에 매료된 아들 돈키호테를 도와 숲을 가꾸는 그의 가족들. 팔순의 나이인 아버지 최종화(80)씨는 경운기며 포클레인을 몰고, 어머니 박순옥(79) 씨는 식구들의 끼니를 책임진다. 그리고 ‘산초’역할을 든든히 해내고 있는 조카 이혜지(24) 씨 등 가족들의 든든한 지원 아래 자꾸만 일을 벌이는 기순 씨를 위해 세 식구가 뭉쳤다.
기순 씨의 아내 안아 스베라 씨는 인도에서 치유 음악을 배운 미국인 음악가이다. 8년 전 꿈속에서 본 긴 머리 남자에게 마음을 빼앗긴 후 거짓말처럼 3일 만에 현실에서 기순 씨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달콤함도 잠시, 두 사람은 주말 부부가 된지 오래다. 우륵의 고향 충주의 한옥에서 살고 있는 안아 씨는 주중이면 숲을 가꾼다고 홍천, 겨울이면 야생 동물을 촬영하러 시베리아로 떠나는 남편의 두 집 살림에 못마땅하기만 하다.
최기순 씨에게는 다큐멘터리 감독 일을 할 때 만난 러시아 여성과 결혼해서 낳은 딸과 아들이 있다. 그러나 바쁜 일로 인해 결국 이혼하게 됐다. 이날 방송에서는 오랜만에 꽃단장하고 공항으로 딸을 마중 나가는 기순 씨의 모습도 담겼다. 독일에서 온 최안젤라(18)와 3년 만의 애틋한 부녀 상봉에 어느새 마음까지 훌쩍 커버린 딸. 하지만 떨어져 보낸 시간만큼 격차가 생겨버린 부녀 사이, 언어마저 통하지 않는다.
특히 최기순 씨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다큐멘터리 감독을 퇴사를 하고 숲으로 간 것에 대해 “후회 안 한다. 돈이 없는 건 후회되는데 직장 생활이 쉽지 않지 않나”라고 지금의 환경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yi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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