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퇴근후 각종 프로그램 등록 백화점 문화센터도 문전성시 기업들도 유연근무제 정착
#. 이마트 서울 본사에 근무하는 김모(38) 과장은 이제 ‘저녁이 있는 삶’에 익숙해졌다. 신세계그룹이 올해 1월부터 기존 주 40시간 근무를 주 35시간 근무 체제로 개편하면서 퇴근시간이 한 시간 앞당겨졌기 때문이다. 오후 5시에 업무를 마치면서 더이상 러시아워를 뚫고 분당까지 퇴근하는 일이 없어졌다. 귀가 시간이 7시 전으로 빨라지면서 3살 딸아이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도 길어졌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 시행된 지 한달. 근로기준법이 개정된 올초부터 수개월 동안 ‘예행연습’을 해온 상당수 대기업들은 제도 변화에 안정적으로 적응하는 모습이다. 근무시간 단축은 기본, PC 온오프(On-Off)제 도입, 유연근무제 시행, 조직효율성 제고 등으로 주 52시간 근무를 유도하고 있다. 퇴근을 독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퇴근 후 취미나 문화생활 등을 하며 이른바 ‘저녁 있는 삶’을 즐기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롯데그룹은 올해부터 업무시간 외 ‘카톡 지시’를 금하고 불필요한 연장근무를 방지하기 위해 ‘PC 오프제’를 전 계열사에 일괄 도입하기로 했다. 현재까지 33개 계열사에서 운영 중이며, 4~5곳의 제어 솔루션 개발업체와 작업 중이다. 신세계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 등 주요 유통 기업도 PC 오프제를 시행하고 있다. 올해부터 제어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회사들이 늘어나면서 솔루션 개발업체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한 솔루션 개발업체 상무는 “2012년 제어 솔루션 소프트웨어 개발 이후 간헐적으로 시스템 도입 문의가 있었으나 주 52시간 도입이 확정된 올해초부터 관련 문의가 폭증했다”며 “여러 회사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도 하반기 시스템 도입을 위한 문의가 끊이질 않고 있다”고 했다.
‘칼퇴’를 독려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신입 사원의 삶도 달라졌다. 롯데그룹은 2주 과정이던 신입사원 연수교육(주말 포함 14박 15일)을 3주 과정으로 확대했다. 충분한 휴식 시간과 칼퇴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신입사원들은 더 이상 주말에 롯데인재개발원 경기도 오산ㆍ용인연수원에 잔류하지 않는다. 금요일 셔틀버스를 통해 귀가했다가 월요일에 다시 입소한다. 롯데 관계자는 “교육생들이 주말을 개인 여가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며 “주말 동안 재충전을 하고 교육 훈련에 복귀하면서 집중도도 높아졌다”고 했다.
퇴근 시간이 빨라지면서 저녁의 자기계발에 몰두하는 직장인도 급증세다. 운동은 물론 각종 취미활동을 즐기는 직장인들이 많아지면서 백화점, 대형마트 문화센터는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봄ㆍ여름학기보다 이번 가을학기 워라밸 관련강좌를 150% 이상 늘렸다. 지난 25일부터 접수가 시작된 워라밸 관련 강좌는 벌써부터 조기 마감이 예상되고 있다. 전체 강좌 등록률은 15% 가량인 반면, 워라밸 관련 강좌 등록률은 35%를 상회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30대 젊은 직장인을 위한 ‘바디토닉 필라테스’ 강좌는 가을학기 접수 첫날에 조기 마감됐다.
신세계백화점도 직장인들이 주로 찾는 운동, 취미 강좌를 지난 학기 대비 15% 가량 확대했다. 와인 소믈리에 자격증 과정, 베이직 드럼, 1:1 필라테스, 친환경 비누 만들기 등 대다수 가을학기 인기 강좌는 이미 조기 접수가 마감됐다. 이마트도 직장인을 위한 가을학기 강좌를 대폭 강화하고 강좌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워라밸 코너를 만들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질적인 야근문화가 사라지고 회식이 줄어들면서 취미나 문화생활을 즐기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고객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센터 강좌를 저녁시간대에 집중 배치했다”고 했다.
박로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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