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로 찾아주자 수수료 피하려 몰래 직접 계약 -사기 계약 알려지자 편의점 측은 입점 보류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유통 중개업체를 통해 계약을 하는 척하며 대형 유통사를 소개받은 뒤 몰래 직접 계약을 하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하려 한 건강음료업체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사기 계약 논란이 일자 입점 계약을 추진하던 편의점 본사는 계약은 전면 보류했다.

2일 검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형사3부(부장 박억수)은 중소기업 전문 벤더사 대표 김모(39) 씨가 한 건강음료업체 N사를 상대로 낸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에 나섰다.

판로를 찾지 못한 중소기업 제품을 대형 유통망과 연결해주는 납품대행업체 대표 김 씨는 지난해 11월 한 건강음료업체로부터 “판로를 찾지 못하고 있어 납품대행 계약을 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중소기업 제품이지만, N사가 만든 건강음료가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김 씨는 의뢰를 받아 한 대형 편의점 체인과 입점 계약을 진행했다. 김 씨의 제안서를 받은 편의점 본사 역시 N사의 제품이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서 입점 계약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러나 마지막 조건을 논의하던 도중 제조업체인 N사가 일방적으로 계약 중단을 통보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제조업체 측은 “회장 지시로 더는 계약 진행이 어렵게 됐다”며 김 씨의 회사에게 계약 중단을 통보했고, “편의점 본사로부터 현금 선입금이나 100% 보증서를 받아오지 않으면 입점을 아예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계약이 파기됐다고 생각한 김 씨는 일주일 만에 편의점 본사로부터 계약이 다시 진행되고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 계약 파기 통보 직후 제조업체 측이 편의점 본사 담당자에게 몰래 연락해 새로 계약을 제안한 것이었다.

뒤늦게 제조사가 수수료를 피하기 위해 중개업체를 제외하고 몰래 새 계약을 하려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김 씨는 양측에 해명을 요구했다. 편의점 측은 “우리도 벤더사를 통해 계약이 계속되는 줄 알았다”며 입점 계약을 잠정 보류했고, 제조사 측은 “정식 입점 절차를 밟았을 뿐”이라고 맞섰다.

결국, 김 씨는 “판로를 찾지 못한 중소기업을 도우려 했는데 오히려 제조사가 거짓말로 몰래 유통사와 계약을 체결하려 하는 등 기망행위를 했다”며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제조사 대표 등을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고소장을 접수한 검찰은 최근 사건을 배당하고 고소인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