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사업 ‘비정유’ 급속 이동 NCC 발판 경쟁적 투자 가속 석유화학사업 생산능력 키워 국내 대형 정유사들의 사업 구조에 ‘지각 변동’이 일고 있다.

SK이노베이션, S-OIL,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의 핵심 사업이 최근 몇 년 사이 정유부문에서 비정유부문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이들 4개사는 공통적으로 NCC(납사분해시설)를 중심으로 한 석유화학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기존의 캐시카우이던 정유사업에 대한 투자는 사실상 종결됐다. 과거 정유 빅4로 불리던 시대가 사실상 끝났다는 분석이다.

7일 국내 정유 4사의 취합 자료에 따르면 정유사들은 지난 10년간 본업인 정유사업 생산능력은 그대로 유지하거나 소폭 개량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석유화학사업의 생산능력을 크게 불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08년부터 현재까지 일일 정제능력 111만5000배럴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석유화학의 쌀’ 에틸렌 생산능력은 2008년 연간 86만톤에서 2018년 현재 114만톤으로 늘렸다. SK이노베이션은 폴리에틸렌 브랜드인 넥슬렌(NexleneTM) 투자를 시작한 2011년 이후 화학사업에 대한 누적 투자금액이 4조7000억원에 달한다.

S-OIL은 지난 10년간 벤젠과 파라자일렌 생산량이 2배 이상 늘어났다. 최근에는 4조8000억원 가량을 투자한 RUC(잔사유고도화시설)ㆍODC(올레핀다운스트림시설)의 시운전에 들어가는 등 석유화학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GS칼텍스 또한 석유화학사업으로 투자 방향을 빠르게 전환 중이다. 2조원을 투자해 2022년 완공 예정인 MFC(Mixed Feed Cracker)에서 연간 에틸렌 70만톤과 폴리에틸렌 50만톤을 생산할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10년간 BTX(벤젠ㆍ톨루엔ㆍ파라자일렌) 생산규모가 3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 현대오일뱅크는 롯데케미칼과 손잡고 올레핀과 폴리올레핀을 생산하는 HPC 신설에 2조7000억원을 공동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정유업계는 이같은 석유화학사업의 비중 확대 움직임에 대해 세계적인 추세라고 진단한다.

정유사업이 국제 유가의 불확실성으로 수익성 관리에 어려움이 크고, 향후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 정유사업 자체가 존폐의 기로에 설 수 있다는 위기감이 기저에 자리잡고 있다.

실제 원유 생산, 정제 시설 등에서 세계 정유시장을 이끄는 미국, 중동 등 글로벌 정유사를 제외하고 서유럽, 호주, 일본 정유사들은 정유사업 자체를 포기하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 또한 과거 단행했던 대규모 시설투자와 축적된 운영 노하우 등으로 어느정도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매년 정유사업 수익이 감소하는 파고를 피하지는 못하고 있다.

대형 정유사 관계자는 “정유사업은 유가 등 불확실성, 전기차 시장 확대로 향후 사업 성장이 한계에 달해 성장률이 연간 1%대에 그치고 있다”며 “반면 석유화학분야는 연간 3% 이상 수요가 늘고 있어 성장의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정유업체들은 NCC 투자에 경쟁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NCC란 저부가가치 제품인 납사를 분해해 고부가 제품인 석유화학제품을 만드는 설비다. 기존 석유화학업체들이 생산하고 있는 고부가 다운스트림 제품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NCC 확보가 관건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승환ㆍ이세진 기자/n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