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들어본 브이로그
기자가 만들어본 브이로그

누군가가 나의 일기장을 들춘다면 우리는 그 행동을 두고 ‘훔쳐본다’라고 표현한다. 일기(日記)는 개인의 기록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본인이 먼저 일기를 꺼내어 들추고, 대중은 그것을 보고 즐기는 시대가 됐다. 사람들은 자신이 공부하거나 일하는 모습, 친구들과의 수다, TV를 보는 모습 등까지 적나라한 생활상을 영상으로 담아낸다. 때로는 노트에 자신의 상태를 써내려가듯 현재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을 털어놓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영상으로 기록하는 공개일기 ‘브이로그(VLOG)’다. 이 트렌드에 발맞춰 최근 국내 대형 포털사이트가 개인적 영상 기능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브이로그'의 매력은 무엇인지, 앞으로의 가능성은 얼마나 큰지 미래의 시장을 점검한다.-편집자주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모든 사람이 1인 미디어를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 그리고 나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을 콘텐츠로 바꾸며 가치를 만들어가는 모습. 그 누구보다도 미디어와 매체의 새로운 현상에 눈을 떠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기자 역시 이런 현상을 보며 오래 전부터 브이로그를 꿈꿔왔다. ‘나’를 생생하게 기록하고 싶다는 욕구와 트렌드를 따라잡고 싶은 마음이 자꾸만 피어올랐다.실제로 브이로그를 만들어도 봤다. 여행을 떠날 때가 가장 적기였다. 여행은 일상의 일부분이자 특별한 순간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하루하루를 남겨두고 싶은 마음이 평소보다 더 강렬했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다. 원인은 많았다. 촬영을 하는 걸 자꾸만 깜빡하고, 생각이 나더라도 바깥에서 내 모습을 찍는 게 부끄러웠다. 몇 안 되는 영상으로라도 편집을 해보려고 했지만 휴대전화의 어플리케이션으로 하는 탓에 손가락이 부러질 것 같았다. 결국 편집을 완성한 장면은 비행기를 타러 갈 때부터 내렸을 때까지의 40초 분량이 전부. 그렇게 브이로그 도전기는 ‘습작’으로 남았다. 비단 나만의 경험은 아닐 터다. 많은 이들이 '브이로그'에 관심을 가지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못한다. 그래서 '브이로그'로 유명세를 탄 유튜버 선희와의 인터뷰에 처절하게 실패한 기자의 체험을 더했다. '브이로그' 입문자들을 위한 조언, 조금의 용기와 솔직함이 일상의 가치를 높이는 가장 큰 무기다.

기자가 만들어본 브이로그.
기자가 만들어본 브이로그.

〈이하 내용은 유튜버 선희의 인터뷰 답변과 기자의 체험기를 가상으로 조합해 대화 형식으로 재구성했습니다.〉▲ 브이로그를 촬영하면서 가장 궁금했던 건 ‘사람들은 어쩜 이렇게 카메라를 보고 말을 잘할까?’였어. 집에 혼자 있을 때 그렇게 해도 민망한데 바깥에 나가서는 절대 못 하겠더라고“혼자 카메라에 대고 말하는 건 생각보다 금방 익숙해지던데? 생각만하는 것보다 말을 하며 촬영하는 게 나에 대해 더 잘 깨달을 수도 있더라고. 하지만 사람들이 있는 공간에서 카메라를 보고 말하는 건 나도 아직 쑥스러워. 오히려 지인들과 있을 때 더 그래. 그래서 찍고 싶은 순간을 담지 못 할 때도 있지. 이 부끄러움을 극복해야 더 많은 것들을 지나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래서 나는 아예 말을 하지 않고 촬영했어. 그냥 화면으로 보여주기만 하는 거지. 그랬더니 편집 기술이나 기획의 중요성이 더 커지는 것 같더라. 화면이 지루하면 지루할수록 구성을 더 잘 짜야하지 않을까?“영상 자체는 기본적인 편집기술로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브이로그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도 조금만 배우면 다 할 수 있어. PPT를 만들 때처럼 적절히 영상을 잇고 자막을 입히면 된다고 늘 말해오기도 했고. 다만 영상을 만들다보면 점점 화려한 편집기법을 쓰고 싶어지긴 해. 조금 배워서는 할 수 없는 수준급 스킬들인데, 그게 너무 어려우면 아예 해당 부분의 영상을 다 잘라내 없앨 때도 있지. 머릿속으로는 구상을 다 했는데 그걸 구현할 수 없어 편집분을 버려야 할 때는 좀 아쉬워”▲ 아직 유튜브에 영상을 올려보지는 않았지만, 촬영을 하면서 ‘이렇게까지 다 보여줘도 되나?’ ‘이건 공개하고 싶지 않은 모습인데 또 그렇다고 담지 않으면 솔직한 일기가 아닌데’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 자꾸만 남의 시선이 신경 쓰여. 별 다른 이벤트가 없거나 영상이 조악하면 사람들이 찾아보지도 않을 것 같고“난 브이로그 제작자이지만 다른 유튜버의 구독자이기도 하잖아. 다른 분들의 영상을 보며 나도 더 발전해야겠다는 고민을 하지. 영어를 배워서 자막을 달아볼까도 싶고, 새로운 취미를 배워서 신선한 화면을 보여드리고 싶기도 해. 또 내가 약 1년 전 유튜브를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나의 영상을 구독해주시는 분들이 있거든. 그 분들을 생각하면 단순히 나만을 위한 영상일기 수준으로 생각하고 콘텐츠를 만들면 안 되겠더라고. 사실 나부터도 그래. 시간이 지나도 비슷한 영상만 올리는 채널이라면 점점 구독하는 횟수가 줄어들 것 같아. 그런데 내 기술은 한정적이고 보이는 환경은 직장과 집으로 제한적이거든. 퇴근 후 나머지 시간을 내기도 힘들고. 발전해야 한다는 부담은 있는데 몸이 마음을 따라가지 못 하는 게 요즘의 고민이야”

(사진=픽사베이 제공)
(사진=픽사베이 제공)

▲ 최근 어떤 분의 브이로그를 봤는데 구독자의 질문에 답을 하면서 “내가 사는 동네가 비춰질 때도 있는데 어디인지 알더라도 댓글로 언급하는 건 삼가셨으면 좋겠다”면서 간곡히 부탁을 하시더라고. 브이로그는 좀 더 생생한 일상을 노출하는 만큼 개인정보보호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것 같아“맞아. 나도 맨 처음 브이로그를 시작할 때부터 나와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가 나타나지 않도록 염두에 뒀어. 다른 사람의 얼굴이 노출되면 꼭 모자이크나 블러 처리를 했어. 스스로도 무의식중에 집이나 직장주소, 핸드폰 번호 등을 노출하지 않으려고 신경 썼지. 그런데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면 작업해야 할 부분들이 굉장히 많아지더라고. 그에 따라 편집 시간도 완전히 차이가 나다보니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아예 카메라를 켜지 못하기도 하지. 하지만 그래도 이런 프라이버시는 꼭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해”▲ 여행 브이로그 만들기에 실패한 이후로도 여러 번 다시 시도를 해봤거든. 그런데 촬영과 편집을 거듭할수록 어느 순간 헷갈리더라고. ‘이건 내 일기장일까, 아니면 남들을 위한 콘텐츠일까?’ 싶은 거지. 사실 나만 볼 거라면 영상을 이어 붙이는 정도로 만족할 수도 있잖아. 구독자라는 존재가 기쁘기도 하면서 공적인 책임감을 갖게 할 것 같은데 어때?“최근 브이로그에 이런 부분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 했었어. 그런데 구독자분들께서 영상 댓글이나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로 멋진 응원을 많이 해주시더라고.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발전하려는 것 그 자체가 멋지다면서. 그런 응원과 위로의 말들을 보니까 ‘내가 뭐라고 이렇게 따로 메시지까지 보내주시면서 응원해주실까. 유튜브를 끄면 안보일 사람일 텐데’싶으면서도 너무 감사하고 힘이 되더라고. 물론 구독자 분들이 계셔서 부담을 느끼기는 건 맞아. 하지만 그게 감사한 부담이라는 것도 확실해”

■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이로그’ 한다아이러니하게도 나를 드러내기 쉬운 세상이 됐지만, ‘어떻게’ 드러내느냐를 고민하는 일은 더 어려운 현실이다. 하지만 이런 고민들을 거쳐 브이로그 시장이 앞으로 더욱 커지고 확장될 것임은 분명하다. 어플리케이션 브이로거(vlogr) 관계자는 브이로그 시장의 전망에 대해 “추세가 트위터에서 인스타그램으로, 인스타그램에서 영상 서비스로 넘어갔듯 SNS의 헤게모니가 영상 플랫폼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모두가 입을 모아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그러려면 누구나 쉽게 영상 콘텐츠를 만들 수가 있어야 하고, 그 영상은 시청할 만 한 매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이어 “결국 중요한 질문은 ‘매력적인 영상의 표준은 어떤 모습일 것인가’다. 그 표준이 인스타그램 비디오, 스냅챗 같은 형식일지,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의 라이브 영상일지는 아직은 모른다”면서도 “우리 어플리케이션은 그 영상의 표준이 유튜브에서 이미 성행하고 있는 ‘브이로그’ 형식일 것이라고 봤다. 브이로그를 제작하는 게 앞으로 더 쉬워지고 재밌어져야 하는 숙제는 남아 있지만, 점차 브이로그가 사진 기반의 블로그와 SNS가 하던 역할을 대체해 나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브이로그가 인기 있는 영상 콘텐츠의 기준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브이로그는 시대의 변화와 인간의 욕구가 단단하게 결합된 형태이기 때문이다. 이미 영상 중심이 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콘텐츠의 핵심은 ‘개인화’라는 뜻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새로운 것을 원한다. 그 신선함은 개인으로부터 온다. 광고성 정보와 비슷비슷한 내용이 수두룩한 장에서 개개인이 갖는 일상은 결코 똑같을 수가 없다. 이렇게 탄생하는 브이로그 콘텐츠는 개인의 것이자 모두의 것이 된다. 브이로그를 이끌며 고민이 생기더라도 결국 나를 위한 것이다. 동시에 그를 통해 이뤄낸 성장은 모두를 즐겁게 한다. 우리의 실제 삶이 다른 환경이나 사람들과의 네트워크로 이루어지는 것과 같다. 유튜버 선희는 “부담을 느끼고 나만의 답을 찾아가려는 상황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나를 발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부담을 열심히 느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것이 수많은 사람들이 브이로그가 남기는 숙제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 일상을 편집하는 이유다. [일상의 편집] ①‘나혼자산다’·‘효리네민박’...결코 낯설지 않은 브이로그[일상의 편집] ②‘기록’ 위한 브이로그, 일상의 일부가 되다[일상의 편집] ③“개인의 기록→모두의 공감” 브이로그에 빠져드는 이유[일상의 편집] ④내가 나를 감시한다? 그럼에도 즐거운 약간의 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