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대내외 경영여건 악화와 기업들의 설비투자 부진이 지속되면서 급기야 우리나라 제조업의 생산능력 자체가 줄어들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의 생산능력이 축소되는 것은 1960년대 경제개발 이후 70여년만에 처음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0년대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비롯해 수차례 경제위기를 겪으면서도 조업단축 등을 통해 생산을 줄이는 경우는 있었지만, 생산능력 자체가 줄어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근 기업들의 폐업과 도산 등으로 인한 생산시설의 폐기가 신규 투자 규모를 웃돌고 있는 것이다. 생산능력이 줄어들면서 향후 일자리와 소득 등에 연쇄적인 파장이 불가피해 보인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조업의 생산능력지수(2015년=100 기준)는 올 7월 102.6으로 1년 전에 비해 1.3% 감소했다.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0%대의 저조한 증가율을 보이며 추락하기 시작했다. 이후 연말부터 감소와 증가를 반복하다 올 3월부터 7월까지 5개월 연속 줄어든 것이다. 감소폭도 올 3월 -0.6%에서 5월 -1.0%, 6월 -1.1%로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생산능력지수가 5개월 연속 줄어든 것은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지난 1971년 이후 처음이다. 사실상 한국전쟁을 거쳐 경제개발이 본격화한 1950~1960년대 이후 처음이다. 생산능력지수는 제조업체들이 확보하고 있는 설비를 모두 가동해 생산할 수 있는 재화의 총량을 지수화한 것으로, 이것이 마이너스를 보인다는 것은 생산시설의 총량이 축소되고 있다는 의미다.
중기적으로 보면 생산능력지수는 2016년 3~4분기에만 해도 3%대의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지만, 지난해 1분기 2.2%, 2분기 1.7%로 단계적으로 둔화됐다. 이어 지난해 3분기엔 0.7% 증가에 그쳤고, 4분기에 -0.1%를 기록하며 마이너스로 돌아선 후 올 1분기(-0.3%), 2분기(-1.0)까지 3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했다. 생산능력지수가 3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보인 것도 사상 처음이다.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경우 올해 우리나라 제조업의 생산능력이 사상 처음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생산능력이 줄어드는 것은 조선ㆍ자동차 등 주력산업 구조조정에다 경공업과 금속가공 등 저변을 이루는 산업도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업종별로 보면 조선(선박 및 보트 건조업)의 생산능력 지수가 최근 1년 동안 17.9% 급감했고, 자동차(자동차용 엔진 및 자동차 제조업) 생산능력도 7.0% 감소했다. 통신 및 방송장비 제조업의 생산능력이 -12.7%, 금속가공제품 제조업 생산능력이 -8.5%를 기록했고, 섬유제품 제조업(-3.4%), 가죽ㆍ가방 및 신발제조업(-5.3%), 목재 및 나무제품(-5.8%) 등 경공업 부문도 크게 줄었다.
이에 비해 지난 1년동안 설비증설이 활발히 이뤄진 반도체 부문의 생산능력 지수는 4.5% 증가했고, 전자부품 제조업도 3.6% 증가했다. 기초화학물질 제조업(1.3%)를 비롯한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 분야는 0.9%, 일차전지 및 축전지 제조업(3.4%)을 비롯한 전기장비제조업이 0.5%, 의료용기기 제조업(2.4%)을 비롯한 의료ㆍ정밀ㆍ광학기기 및 시계 부문이 0.7%의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전체적으로 중국 등의 맹렬한 추격과 보호주의 바람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제조업의 생산능력은 큰폭 감소한 반면, 반도체와 전자부품을 제외하고 새로운 투자를 유발할 업종이나 산업이 나오지 않으면서 신규투자가 지지부진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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