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 “저희는 아이들에게 죄인이 된 부모입니다.”
열흘 전 붕괴 사태를 겪은 서울상도유치원 학부모들이 14일 검은 옷을 입고 서울시교육청 앞에 섰다. 하마터면 아이들을 죽음의 위기에 빠트릴 수 있었다는 자책감과 교육청과 동작구청의 ‘책임 떠넘기기’에 대한 항의 표시였다.
이들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서울상도유치원 붕괴 참사 피해 유아 학부모들의 입장’에는 학부모들의 놀란 심정과 분노가 곳곳에 배어 있었다.
이들은 가장 먼저 ‘저희는 아이를 낳았으나 어쩔 수 없이 유치원에 돌봄과 교육을 맡길 수 밖에 없는 부모’라고 소개했다. 저출산 시대에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지만, 맞벌이 등을 이유로 유치원에 돌봄과 교육을 맡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한 것으로 이해된다.
학부모들은 이어 “저희는 아무것도 모른 채 붕괴되고 있는 유치원에 아이를 등원시켰고, 죽음의 위기에 빠트려 아이들에게 죄인이 된 부모”라고 말했다. 가족의 행복과 아이의 미래를 위해 유치원에 아이를 보냈는데, 결과적으로 아이를 죽음으로 내몬 죄인이 되고 말았다는 하소연이다.
이들은 “그럼에도 저희는 직장을 다녀야 하고, 일을 해야 하기에 힘들어하는 아이를 다독이며, 붕괴된 건물 옆 마련된 임시유치원에 아이를 등원시킬 수밖에 없는 아이 앞에 죄인들이다”고 거듭 강조했다.
졸지에 죄인이 되어버린 심정으로 검은 옷을 입은 학부모들의 분노는 상당했다. “천운으로 아이들의 목숨은 건졌으니, ‘다행이다’ 위안해야 할까요? 아닙니다. 아이들은 관계당국의 무사태평주의와 복지부동으로 생명이 처참하게 위협받았습니다”고 날카롭게 반응했다.
이들을 더욱 분노하게 만든 것은 붕괴 이후 관계당국이 책임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논의해보겠다, 협의해보겠다”는 대답만 하고 있는 대목이었다.
학부모들은 “교육청과 동작국청은 여전히 부처간 칸막이로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면서 “아이들은 언제 유치원에 갈 수 있느냐고 질문하고 있는데, 관계당국은 각자만의 생각만 하고 있다”며, 비겁한 모습이라고 질타했다.
분노로만 끝나지 않았다. 학부모들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냉철하게 요구했다.
첫번째 요구는 교육청과 동작구청이 조속히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안정된 돌봄과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장소와 환경조성을 포함한 구체적인 ‘정사운영계획 및 향후 대책’을 학부모에게 제시해달라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부처간의 칸막이를 없앨 것을 거듭 강조했다.
두번째 요구는 학부모가 참여하는 공동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이었다. 붕괴 참사의 정확한 원인규명과 투명하고 신뢰 있는 조사를 위한 것으로 그동안 책임 떠넘기기를 감안할 때 학부모의 참여가 있어야 정확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해됐다.
마지막으로 학부모들은 “아이들은 붕괴가 일어나기 불과 4시간 전까지도 그 위험한 곳에서 친구들과 웃으며 생활하고 있었다”며, 관계당국의 책임있는 답변을 18일까지 해줄 것을 요구했다.
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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