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여 년째 뒷걸음 중인 의료산업, 적자 누적 병원들 폐업 - 글로벌 신기술 경쟁 속 국내 클라우드 산업 ‘그물망 규제’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조선과 철강 등 경쟁력을 읽고 쇠퇴하는 전통 제조업의 뒤를 이을 후속 산업이 좀처럼 등장하지 못하고 있다. 의료서비스와 4차산업혁명의 빅데이터산업 등이 일찌감치 신성장 산업으로 꼽혀 왔지만, 시대 흐름에 뒤쳐진 낡은 규제들이 기존 산업의 경쟁력을 갉아 먹는 것도 모자라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워야할 산업의 발목까지 잡고 있는 형국이다.
4차 산업혁명의 파고에도 과거 잣대를 들이밀며 관련 산업의 퇴행을 강요하는 ‘영리 의료법인 설립 금지’와 ‘클라우드 산업의 개인정보 보호’가 대표적이다.
참여정부 시절 본격적으로 추진됐던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이 10년 넘게 ‘규제의 벽’에 가로 막힌 사이 국내 병원들의 경영난은 가중됐고, 의료산업 전체의 글로별 경쟁력은 뒷걸음질 중이다. 국가 경제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워야 할 클라우드 산업은 광범위한 개인정보 규제로 꽃을 피우기도 전에 시들 위기에 직면해 있다.
▶‘영리 금지’ 대못 하나에 낙후된 의료산업, 의료 공공성도 위기= 10여 년간 대못처럼 박혀있는 ‘영리 금지’ 규정은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에 대한 논의 자체를 원천 봉쇄하고 있다. 더구나 현 정부는 경제 논리보다 ‘민영화’, ‘영리 추구’ 등 편향된 정치 프레임을 앞세워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 제도개선위원회는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의 전면 폐기를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작년 7월 말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복지부가 참여하기로 한 투자개방형 병원 투자설명회가 갑작스럽게 취소된 데 이어, 지난 2월 확대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도 인천 송도경제자유구역에 해외 의료자본을 유치해 투자개방형 병원을 설립하려던 계획이 사실상 백지화됐다.
결국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투자를 유치하는 일은 병원의 몫이 됐지만, 경영 악화에 처한 현실에서 ‘의료 공공성’ 마저 위협받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의료업계 관계자는 “외부 투자를 받을 수 없도록 법적 규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병원들의 경영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며 “경영 자금이 부족한 상태에서 최신 의료기기를 들여오기 힘든 것은 당연하고 심각한 곳은 병원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역의 중소 병원은 물론 대다수 대학병원도 의료부문에서 수익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적자 병원’이라는 꼬리표를 다는 실정이다. 서울시의료원 등 서울시 산하 13개 공공병원의 경우 재정 적자로 인해 매년 1000억원 가까운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년간 누적된 적자를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병원도 속출하고 있다. 일부 대형 병원은 매점, 장례식장 등 현행법에서 제한적으로 허용한 의료 외 부대사업수익으로 위태로운 흑자를 이어가는 처지다.
최근 의료법인 정산의료재단 이사회는 누적된 경영 적자를 이유로 세종특별자치시 조치원읍에 위치한 유일한 민간 준종합병원인 효성세종병원을 폐업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국내 의료법인의 경영 악화는 ‘의료서비스 경쟁력 저하’라는 악순환의 고리로 작용한다.
투자는 커녕 병원 유지도 힘든 상황에서 원격 진료, 로봇 수술 등 최첨단 기술을 적용한 글로벌 의료기관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재계 관계자는 “비영리법인은 공익목적의 투자만 가능하고 출자금의 회수와 개인상속, 지분의 임의 처분ㆍ폐업이 금지되기 때문에 보건의료 산업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며 “직접금융을 통한 자금조달 제한으로 장단기 차입 등 간접금융에 의존함에 따라 고가의 의료설비 도입이 어렵고 경영 안정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의료업계는 직접투자 창구를 여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법 개정 등을 통해 기업이나 일반 투자자도 의료 법인에 자본을 출자할 수 있는 길을 터줘 의료산업의 규모를 키워야한다는 지적이다.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의 경우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설립을 허용, 다양한 방식의 금융조달이 가능하다.
대형병원 관계자는 “투자개방을 경제적인 논리보다 정치적인 논리로 막아서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며 “정부가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반대의 논리로 내세우는 ‘과잉 진료’의 경우 엄격하게 의료비 통제를 받고 있는 국내 의료산업 환경을 고려하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어디든 걸린다”, 4차 산업혁명 외면한 클라우드 산업 규제= 신기술 산업 역시 글로벌 기준에 역행하는 규제에 성장판이 막힌 상태다.
현재 국내 클라우드컴퓨팅, IoT(사물인터넷), 빅데이터는 물론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신기술 산업의 대부분이 개인정보보호 현행 법제의 규율 대상이다. 과거 잣대를 그대로 유지하며 국내 개인정보에 대해 포괄적 정의를 내리며 과도하게 규제를 하고 있다.
실제 각종 개인정보를 클라우드 저장 시 ▷개인정보보호법 ▷위치정보법 ▷정보통신망법 등의 개인정보보호 규제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국내 개인정보보호 법령은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강력한 형사처벌 조항까지 두고 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주요 법령상의 개인정보 정의조항은 그 범위가 광범위해 영업의 자유를 제한할 뿐 아니라 빅데이터나 클라우드와 같이 새로운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며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식별불가능 정보가 식별가능 정보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고, 식별이 가능할 경우 개인정보로 볼 경우 신기술 사용 정보가 개인 정보에 해당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내 클라우드컴퓨팅서비스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20015년 제정한 ‘클라우드컴퓨팅법’에도 기존의 개인정보보호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문제도 심각하다. 정보의 집적, 정보의 위수탁관계 등 클라우드컴퓨팅의 특성을 외면해 법 제정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개인정보를 포함한 이용자 정보의 경우 개인정보 국외 이전시 동의를 받아야 하는 정보통신망법의 규정의 적용을 받는 동시에 새로운 의무가 발생한다”며 “만약 아마존이 한국 기업이었다면 엄격한 개인정보보호 규제로 인해 웹 서비스 사업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서 미래엔 AI가 있다”…‘AI 공장’된 미래엔 세종공장 [그 회사 어때?]](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2/news-p.v1.20260821.9213ff47283443e4aeec745e2b971c31_T1.jpg?type=h&h=240)
![일본서 사라진 인플레 ‘명목 앵커’…물가·엔화에 중요한 이유 [츠토무 와타나베]](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1/news-p.v1.20260816.209013b3297d4c92ab32710d529f3877_T1.jpg?type=h&h=240)
![프롬프트의 신법 [‘오늘’에 대한 우리 이야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1/news-p.v1.20260901.203c531a96884d4da174595cad521d59_T1.pn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