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북제재 현실에서 경제협력은 비현실적, 정상회담 전날 美 주도 대북제재 집행 논의 - 정부도 남북경협 신중, 전문가들 “군사적 긴장 완화 선결 조건” - 재계 일각, 총수 대거 동행에 장기적 기대감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이번 회담에 주요 그룹 총수들이 직접 동행했지만, 대북 제재가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 협력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는 이뤄지기 힘듭니다.”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4대 그룹 대표를 포함한 기업인이 대거 동행하며 남북 경제 교류협력 기대감을 높이고 있지만, 실제 국내 기업들이 대북협력 사업을 현실화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부 역시 아직은 남북 경제협력의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대북사업의 물꼬를 틀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군사적 긴장 완화 등 대북제재 완화를 위한 전제 조건들에 대해 진전된 합의가 도출되는 것이 관건이라는 얘기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남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치러진다고 해도 현재로서는 남북경협 추진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정부나 국내 기업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위반하면서 남북 경협에 나서기는 힘들다는 관측이다.
UN은 지난 2006년 이후 총 13번의 대북제재 결의를 단행했다. 지난해 9월 6차 핵실험에 따라 북한에 대한 유류공급 30% 감축과 대북 투자, 합작사업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는 내용의 대북제재 결의 2375호를 채택했고, 최근에는 올해 3월 불법 밀수에 대한 제재를 결정했다.
당장 미국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에 앞서 구체적인 경제협력이 논의될 가능성을 차단하는 분위기다.
미국은 문재인 대통령의 18일 평양 방문 하루 전날 유엔의 대북제재 집행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의 최근 보고서에서 석유·석탄뿐 아니라 무기 밀매, 섬유 수출, 금융 거래를 하는 등 대북 제재망이 곳곳에서 뚫린 것으로 나타나자 긴급 회의를 소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7일(현지시간) “전 세계적인 (북한)제재는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에 있어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대북제재가 완화되기 전에 남북 경협이 구체적으로 논의되는 것에 부담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과거 2000년과 2007년 회담 때도 대기업 총수가 여러 경제인과 방북한 만큼 (이번 기업인들의 방북도) 특별한 경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지금 어떤 (경협 관련) 구체적 의제를 이야기할 것인지 말하는 것은 좀 섣부른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을 대북제재 완화를 위한 조건들을 해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본격적인 남북경협을 위해서는 한반도에 평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남북관계를 끌어올리는 것은 군사적 긴장 완화와 경제협력인데 경협은 당장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일단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 위험을 없애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본다“고 말했다.
대북제재 완화를 위한 국제사회 논의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는 ‘종전선언’ 또는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 등을 이번 정상회담에서 끌어내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비핵화 협상 당사국인 미국은 북한과의 교류협력에 앞서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실장도 ”판문점 선언에서의 군사합의를 바탕으로 남북 간 ‘종전선언’에 준하는 것을 이뤄내서 미국이 그다음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며 ”아직 남북이 경협으로 가기는 여건이 녹록지 않고 이번에는 경제 협력의 길을 가기 위한 평화, 군사적 문제에 매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재계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에 동행하는 기업인들이 대북사업에 대한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향후 남북경협의 장기적인 관점에서 긍적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정성회담에 동행한 최정우 포스코 신임 회장은 전날 “(남북 경제협력 상황이) 우리가 아는 것과 차이가 있는지 잘 비교해서 보고 오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굴지의 그룹 총수들이 직접 동행하는 만큼 민간 차원의 경제 교류에 상당한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최종 의사결정을 하는 총수들이 동행했으니 굵직한 사업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당장은 아니라도 장기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동력을 마련하고 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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