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은경/pony71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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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말 설정액 91조 ‘연중 최저’ 터키發 신흥국 위기 불똥 우려 국고채 등 안전자산 이동 전망

대기성 펀드 자금으로 분류되는 머니마켓펀드(MMF)의 순자산이 올해 최저 수준으로 급감했다. 일부 MMF가 투자하고 있는 카타르국립은행(QNB) 관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터키발(發) 금융위기의 불똥이 튈 것으로 우려한 기관투자자들이 지난 8월 중순 이후 대규모 환매에 나선 것이 원인이 됐다. 실제 부실 우려는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이와는 별개로 유동성의 핵심인 단기자금이 자산운용사의 환매 연기 요청 등으로 묶이는 상황을 우려한 기관투자자들이 환매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업계는 MMF에서 빠져나온 돈이 수익률이 확정된 금융상품이나 채권시장 등 안전자산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MMF 설정액은 91조277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최저치로, MMF 설정액이 연중 최대 규모로 컸던 지난 8월 8일(131조9496)과 비교하면 약 41조원이나 감소한 것이다.

MMF란 수시로 돈을 넣고 뺄 수 있는 입출금식 단기 금융상품으로, 기관과 법인 등의 투자자가 일시적으로 자금을 맡기는 데 활용한다. 수익률은 낮지만, 원금 손실 가능성이 매우 낮아 펀드시장 내 자유저축예금 격으로 인식된다.

일반적으로 펀드 환매 자금이나 마땅한 투자처를 아직 찾지 못한 대기성 자금이 MMF로 유입된다. 이 때문에 주로 설정액 감소는 시장 불확실성이나 투자자의 불안 심리가 완화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번 MMF 설정액의 급감은 MMF 자체에 대한 투자자들의 심리가 급격하게 악화된 탓이란 점에서 일반적인 경우완 다르다.

지난 8월 터키발 금융불안이 터키은행을 자회사로 둔 QNB 등 중동계 은행으로 번질까 불안해진 투자자들이 해당 ABCP의 부실화 우려가 적다는 분석에도 환매에 나선 것이다. 대규모 환매 요청이 몰릴 경우 자산운용사가 해당 ABCP를 파는 데 차질이 생겨 환매를 연기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우려한 기관투자자들의 너도나도 환매를 요청했고, 실제 DB자산운용, 알파에셋자산운용, 흥국자산운용 등이 잇따라 환매 자금의 일부 지급 연기를 선언했다.

한 기관투자자의 자산운용 담당자는 “QNB ABCP 자체에 대한 부실 우려는 크지 않았지만 단기 금융상품에 자금이 묶일 경우의 수를 우려한 기관투자가들이 이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MMF 환매를 시작했고, 이러한 심리가 펀드런을 부추겨 결국 유동성 문제를 가져온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다수 QNB ABCP의 만기는 올 연말에 몰려있는데, 혹시 모를 국제 이슈로 투자심리가 또 한 번 극도로 위축되기 전에 서둘러 관련 자산에서 발을 빼려는 분위기가 퍼져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MMF에서 빠져나온 수십조원의 자금이 어디로 향할 지 주목하고 있다.

통상 MMF에 일시적으로 맡겨져 있던 자금은 시장 불확실성이 완화됐을 때 주식 및 부동산시장으로 옮겨가기 마련인데, 이번의 경우에는 이같은 위험자산보다는 안전자산을 향해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올 11월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관련 시장 심리가 긍정적이지 않다는 점에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MMF에 머물러 있던 대규모 자금은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이나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기 보다는, 확정이윤을 제공하는 금융상품이나 그나마 사정이 나은 해외 주식시장으로 빠져나갈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최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