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오래 전 관 속에 들어갔어야 할 망령이 또다시 고개를 쳐들고 있다.

오는 10~14일 제주 해군기지에서 열리는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에 참가하는 일본 해상자위대 군함의 소위 ‘욱일승천기’(旭日昇天旗ㆍRising Sun Flagㆍ욱일기) 게양을 둘러싼 논란 얘기다.

우리 해군은 11일 예정된 관함식 해상사열에 참여하는 15개국 함정에 자국 국기와 함께 주최국 국기인 태극기를 달아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사실상 욱일기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국민감정을 고려한 조치였다. 현재까지 대부분의 국가들은 이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정작 논란의 주체인 일본은 자위대 함정의 욱일기는 국가주권의 상징이라는 이유로 내릴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과 마찬가지로 제2차 세계대전의 추축국이었던 독일의 경우를 살펴보면 일본의 주장은 ‘우물 안 개구리’격임이 드러난다.

일본 욱일기는 나치 독일의 하켄크로이츠(Hakenkreuz)와 여러모로 유사하다.

우선 욱일기와 하켄크로이츠 모두 역사적인 측면에서 기존 존재하던 상징을 변형해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했으나 부정적 이미지로 자리잡았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독일어로 갈고리를 뜻하는 ‘하켄’(Haken)과 십자가를 뜻하는 ‘크로이츠’(Kreuz)를 합친 하켄크로이츠는 불교ㆍ힌두교에서 상서로운 덕이란 의미의 ‘만’(卍)자를 뒤집은 형상이다.

아돌프 히틀러는 이를 나치와 군대 행사는 물론 독일 국민 일상생활 곳곳에 다양한 형태로 침투시켜 활용함으로써 국민을 선동해 주변국을 침략하는 동력으로 삼았다.

욱일기 역시 오랜 역사적 뿌리를 지니고 있다. 붉은 태양에서 사방으로 햇살이 퍼지는 문양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희망과 경사로움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일본 내부적으로는 ‘8일족’, ‘12일족’, ‘16일족’ 등 무사가문의 문장으로 사용됐다.

욱일기는 일본이 1868년 메이지유신 이후 봉건영주의 군대를 ‘일왕의 군대’로 통일하는 과정에서 육군기와 해군 군함대기로 활용하면서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일본의 제2차 세계대전 패망 이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했으나 1952년 해상자위대를 창설할 때 군함기로 되살아났다.

일본은 주변국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전통이라는 이유로 단절은커녕 군기로까지 활용하고 있다.

일본 내 우익집단이나 역사의식이 부족한 일부 청소년들이 국제스포츠경기에서 욱일기를 흔드는 것도 우스꽝스러울 뿐이다. 전세계 어느 나라도 국제스포츠경기에서 국기가 아닌 군기를 흔드는 경우는 없다. 특히 과거 식민지배와 침략을 당한 입장에선 다른 곳도 아닌 군함에 게시된 욱일기는 불편함과 의구심을 넘어 공포감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국제무대에서 일본을 향해 미래를 논하기 이전에 과거를 성찰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