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범죄사실 상당 부분 소명”
-최장 20일 구속… 11월 ‘윗선’ 조사 전망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과 재판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임종헌(59·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로 청구된 임 전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임 부장판사는 “범죄사실 중 상당한 부분에 대해 소명이 있고, 임 전 차장의 지위 및 역할,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 수사의 경과 등에 비춰볼 때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으므로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임 전 차장은 사상 초유의 대법원 수사에서 첫 구속자가 됐다. 2012~2017년 사법행정을 총괄하는 핵심 보직인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차장을 지내 이번 사태 윗선 개입 여부를 밝힐 ‘키맨’으로 꼽힌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법원행정처 처장을 지냈던 차한성(64·7기), 박병대(61·12기), 고영한(63·11기) 등 3명의 전직 대법관과 양 전 대법원장으로 수사가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임 전 차장의 영장청구서에 공범으로 기재돼 조만간 대면 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검찰은 최대 20일 간 임 전 차장의 신병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전에 관련자 조사를 마쳐야 한다. 세 명의 전직 대법관과 양 전 대법원장이 차례로 검찰 포토라인에 서고 11월 중으로 일괄 기소될 가능성이 높다.
임 전 차장은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을 시켜 일선 판사 뒷조사를 하거나, 대법원장의 비대한 권력을 비판하는 학술모임 행사를 축소하도록 지시하는 등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관심을 가질 만한 사건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외부에 전달하는 등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임 전 차장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비밀누설 ▷직무유기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상 국고손실 ▷위계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영장청구서에 담긴 개별 범죄는 30여개에 달한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행정처 기획조정실장으로 재직하던 2013년 9월 심의관들을 시켜 강제징용 피해자 사건 대응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임 전 차장이 2016년 외교부와 교감해 정부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작성하는 데 도움을 준 사실도 파악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한 첫 대법원 판결은 6년 전인 2012년에 나왔지만, 대법원이 재상고심을 접수한 뒤 5년 넘게 선고를 미루면서 장기 미제가 됐다. 이 사건에 대한 두 번째 대법원 판결은 오는 30일 내려질 예정이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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