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혁신신약 평가규정 개정안 예고 -FDA나 EMA 심사 통과해야 약가 우대 조건 -제약협회 “미국 압력에 굴복한 정책 수정해야”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에 따른 제약 분야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 우대제도’ 개정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업계는 이번 개정안이 미국 측의 입장만 수용한 것으로 비현실적인 제도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7일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우대제도 개정’ 내용을 담은 ‘약제의 요양급여대상여부 등의 평가기준 및 절차 등에 관한 규정’안을 공개하고 40일간 행정예고키로 했다.
한-미 FTA 개정 협상시 양측 정부는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우대제도를 한-미 FTA에 합치하는 방향으로 개정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혁신신약으로 약가우대를 받기 위해서는 ‘기업요건’과 ‘제품요건’을 모두 만족해야 한다.
우선 기업요건의 경우 필수의약품을 수입생산하는 제약사여야만 한다. 단 공급의무를 위반하거나 리베이트 제공이 적발된 제약사라면 제외된다.
제품요건으로는 5가지 기준을 제시됐다. ▷새로운 기전 또는 물질 ▷대체가능한 다른 치료법(약제 포함) 없음 ▷생존기간의 상당한 연장 등 임상적 유용성 개선 입증 ▷미국 FDA로부터 획기적 의약품 지정(BTD) 또는 유럽 EMA로부터 신속심사(PRIME) 적용을 받은 약제 ▷희귀질환 치료제 또는 항암제 등의 5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만 혁신 신약으로 약가우대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이번 개정안에는 미국 측 다국적제약사들이 요구했던 새로운 기전 또는 물질, 미국 FDA로부터 획기적 의약품 지정(BTD) 또는 유럽 EMA로부터 신속심사(PRIME) 적용을 받은 약제 항목이 포함됐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이 발표되자 제약단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한-미 FTA 개정협상에 따른 이번 개정안이 사실상 미국측의 요구에 굴복한 개악”이라며 “특히 정부가 자국 제약기업의 연구개발 의지를 말살하는 방향으로 궤도를 수정했다는 점에서 심대한 유감과 함께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협회 측에 따르면 이 제도는 기본적으로 국내 보건의료에 기여한 신약을 우대해주기 위해 마련됐던 것이다. 신약에 대한 약가우대를 통해 국내 R&D투자 확대, 일자리 창출, 국민보건향상 등을 꾀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이를 담보하는 연구개발, 국내 임상 수행 등의 관련 조항이 전면 삭제됨으로 인해 당초 취지가 무색해졌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미국의 압력에 밀려 제도 본연의 최우선 목적인 국내 제약기업의 연구개발 장려를 포기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며 “개정안대로라면 국내 제약사는 아무리 탁월한 신약을 개발하더라도 무조건 미국이나 유럽에 가서 신속심사허가를 받아야만 약가우대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제약사 모임인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이하 KRPIA) 역시 반대하는 분위기다.
KRPIA는 논평을 통해 “수정안에 담긴 혁신신약 요건의 경우 혁신신약에 대한 약가 우대라는 본 제도의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비현실적인 조건”이라며 “글로벌 신약에 대한 차별요소를 없애려는 의도와는 달리 결국 국내외 해당되는 신약이 거의 없을 정도로 사문화된 우대제도가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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