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대비 성능’을 일컫는 가성비는 소비자라면 누구나 고려하는 구매 조건 가운데 하나다. 자동차 구매에도 예외는 아니다.
기아자동차의 준중형 패스트백 K3 GT의 가격은 트림별로 1993만~2464만원. 올 뉴 K3의 가격이 1571만~2199만원임을 상기하면 결코 저렴한 가격은 아니다. 아반떼 스포츠(1964만~2365만원)보다도 가격대가 높게 책정됐다.
그러나 K3 GT의 운전대를 잡는 순간 얘기는 달라진다. 도심 출퇴근용, 그 이상의 성능을 자랑하는 차량은 외려 2000만원 초반대의 가격이 저렴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기자는 최근 K3 GT 5도어의 운전대를 잡고 경기도 파주와 남양주를 오가는 왕복 150㎞ 구간을 달렸다.
본격적인 시승 전 살펴본 K3 GT의 외관은 기존 K3와 비교해 확연히 달랐다. 일단 GT 전용으로 설계된 크롬 듀얼 머플러라든지, 세단과 SUV의 중간 정도로 비스듬하게 떨어지는 옆라인이라든지, K3보다 길고 강인한 느낌이었다.
인테리어의 경우 실내 곳곳에 붉은색 포인트를 가미해 스포티한 이미지를 배가시켰다. 도어 쪽에도 6가지 컬러로 변경이 가능한 무드 조명을 적용해 운전자 기분에 따라 바꿀 수 있도록 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운전석도 널찍해 체구가 작은 사람은 물론 키가 큰 사람들도 불편함 없이 탑승할 수 있었다. ‘달리기’에 최적화된 차량답게 운전석 시트도 몸을 착 감싸주는 느낌이었다.
기아차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좌석과 등받이 양쪽에 볼스터(지지대) 크기를 키워 신체 지지성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1.6터보 엔진을 탑재한 K3 GT의 파워트레인은 최고 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27.0㎏fㆍm를 자랑한다. 차체가 작고 가볍지만 200마력 수준이라 겉보기와 달리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는 모델이다. K3 세단이 1.6ℓ 다중분사 방식(MPI)의 가솔린 엔진과 무단변속기(CVT)를 장착해 내구성과 승차감에 집중했다면 K3 GT는 가솔린 터보 엔진에 7단 듀얼클러치변속기(DCT)를 탑재해 달리기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방증하듯 K3 GT는 가속페달을 밟자 빠르고 부드럽게 기어를 변속하며 순식간에 가속에 돌입했다. ‘밟으면 밟는대로 나간다’는 표현이 적합하게 느껴졌다. 다만 코너링 시에는 약간 밀리는 느낌이 없지 않아 아쉬움을 자아냈다. 직진에서만큼은 가볍고 날쌔게 나아갔다.
각 주행모드마다 특징이 분명한 것도 사소하지만 만족스런 부분이었다. 에코모드에선 조용하면서도 부드럽게 달리다가도 스포츠모드로 설정을 바꾸면 언제 그랬냐는 듯 스피커를 통해 굵직한 엔진음을 뿜어냈다. 때때로 고속 주행을 즐기는 운전자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만한 부분이었다.
연비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달리기에 특화된 차량은 높은 연비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K3 GT의 공인 복합연비는 15㎞/ℓ. 왕복 150㎞를 주행한 후 계기판에 찍힌 연비 역시 공인연비에 가까운 14.7㎞/ℓ를 기록해 무척 만족스러웠다. 이 정도 연비라면 도심 출퇴근용으로도 손색 없는 수준이다.
불과 2시간 남짓한 시승이었지만 K3 GT가 주는 인상은 강렬했다.
차에서 내릴 때 느껴지는 타인의 시선을 뜻하는 ‘하차감’ 보다 실속을 중시하는 운전자라면, 또 펀드라이빙을 추구하지만 주머니가 가벼운 운전자라면 고려해봄직한 모델이었다. 분명 낮은 가격은 아니지만 결코 비싸다 느껴지지 않는 차였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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