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한국경제호’가 대내외적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출항했다. 조선·자동차 등 전통적 주력업종에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혁신성장이 새로운 돌파구로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8대 선도사업 투자, 규제혁파, 창업벤처기업 육성, 4차산업 인재양성 등에도 불구하고 혁신성장 정책의 가시적 성과가 현장에서 체감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혁신성장의 효과를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정책대안으로 ‘공공혁신조달’(PPI·Public Procurement for Innovation)을 제안한다. 공공혁신조달(PPI)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절차와 형식중심의 전통적 조달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무엇을 살 것인가’에 보다 초점을 맞추는 새로운 공공조달 패러다임이다.
4차 산업혁명의 거센 물결 속에서 각국 정부들이 새롭게 주목하고 있는 것이 바로 공공혁신조달 정책이다. 산업경쟁력을 높이고 혁신성장을 지원하는 핵심 수단으로 GDP의 10~15%에 달하는 정부의 조달 구매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미국의 ‘혁신제품 시범구매 사업(CSO)’이 대표적이다. 연방조달청(GSA)은 ‘실험실에서 시장으로(from the laboratory to the marketplace)’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혁신 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구매하여 연방정부에 공급하고 있다. 캐나다도 주목되는 사례다. 연방조달청(PSPC)은 수년 전부터 시장에 출시되기 이전의 혁신적인 시제품을 구매하고, 정부 기관들이 테스트 기관으로 참여해 상업화를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유럽연합(EU)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도 공공조달을 활용한 혁신지원을 회원국에게 적극 권장하고 있다.
공공혁신조달(PPI)의 세계적 흐름에 우리도 뒤쳐질 수 없다. 국내 공공조달 규모는 연간 123조원 이상의 막대한 규모다. 정부가 조달시장을 활용하여 신기술·융복합의 혁신상품을 선도적으로 구매함으로써 혁신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할 계획이다.
먼저, 조달청이 혁신제품을 직접 구매하여 평가해보는 테스트 베드(Test Bed) 역할을 적극 수행할 예정이다. 조달청과 과학기술정통부는 2016년부터 공공수요 연계 소형무인기(드론) 개발 사업을 추진하여 성공제품을 실제 구매로 이어지도록 지원하고 있다. 나아가 올해부터는 조달청이 직접 나서서 혁신제품을 시범적으로 구매하고, 수요가 있는 공공기관을 테스트 기관으로 참여시켜 상용화를 돕는 ‘공공 테스트베드 사업’을 최초로 실시한다.
아울러 혁신기술 상품을 원스톱으로 통합 검색하고, 구매까지 가능한 ‘혁신조달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플랫폼을 통해 안전, 환경, 복지 에너지 등 4차산업 혁명 시대의 다양한 공공 기술 수요가 제시되고, 공공기관이 구체화하기 어려운 비정형적인 미래 수요의 경우 기업들이 역으로 상품과 기술을 제안하는 ‘열린 장터(open-market)’ 형태로 구축된다. 연말부터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기업들은 연구개발을 통해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해 놓고도 상용화 단계에서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혁신제품의 공공수요 확대를 통해 시장진입과 성장, 그리고 도약의 3단계 ’혁신성장 생태계 사슬‘을 완성할 필요가 있다. 막대한 구매력을 가진 공공조달 시장이 국내 창업·벤처기업들의 성장사다리가 될 것이다. 혁신성장, 공공조달에 길이 있다.
정무경 조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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