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更年期)라는 표현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나이가 들어 몸에 장애가 나타나는 시기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시기는 주로 45세에서 50세 정도의 나이라고 설명합니다. 사전적 설명에 의하면 갱년기를 장애 요소로 보는 것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갱년기를 겪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여러 가지로 힘이 듭니다. 갑자기 몸에 열이 나고, 더운 느낌이 들어서 한겨울에도 부채를 들고 다니기도 하며, 깊은 잠을 못 이루거나 우울감에 빠지기도 합니다. 어쩌면 인생에 새로운 장애물이 생긴 느낌일 수 있습니다.
갱년기는 남자에게도 나타나지만 경우에 따라 쉽게 눈치 채지 못하고,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나 슬럼프로 취급하기도 합니다. 반면 여자는 명확한 현상을 동반하기에 심리적으로도 스스로를 갱년기라고 느끼고, 어쩌면 그 느낌 때문에 더 힘들어지기도 하죠. 전문가들은 사춘기와 마찬가지로 갱년기도 어차피 그 시간이 지나가야 해결되는 증세라고 합니다.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으므로 모두 일률적이지는 않지만 세월이 약이 될 수밖에 없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갱년기의 한가운데 있는 사람은 시간이 엄청 더디 가는 것으로 느낄 겁니다.
갱년기라는 말을 보면서 여러 증상에 비해 단어의 뜻은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갱(更)’은 ‘고치다’는 의미도 있고, ‘다시’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새로워지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저는 갱의 의미를 보면서 갱년기를 다시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갱년기는 장애요소가 늘어나는 시기가 아닙니다. 인생의 장애물을 만나는 시기일 수는 있지만 그 장애물을 넘어서면 내 몸과 마음을 고치고 다시 새로워지는 때입니다. 조금 거창하게 표현하자면 다시 태어나는 때입니다.
저는 갱년기를 사춘기에 빗대어 사추기(思秋期)라고 표현해도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에서 봄이 아니라 가을이 되는 시기가 되는 겁니다. 봄의 화려함을 생각하던 시기가 사춘기라면, 추수와 결실을 생각하는 시기가 갱년기, 사추기가 아닐까 합니다. 내가 다시 시작하는 시기가 갱년기라면 우리는 무엇이 바뀌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겁니다. 단순히 육체만 변화하는 것이 아니고, 마음도 변하는 시기입니다. 사춘기에 단순히 몸의 변화뿐 아니라 마음, 정신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처럼 말입니다.
요즘 이미 갱년기를 지난 여러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힘든 기억을 꺼내어 이야기를 나누면서 모두 지나가는 현상이라는 점에 수긍하였고, 그 시기를 통해서 달라졌음을 고백하였습니다. 특히 힘들게 갱년기의 시기를 보낸 사람일수록 더 단단해지고, 새로워져 있었습니다. 남은 인생을 위해 운동을 열심히 하여 체력을 기르는 사람, 잠 못 이루는 새벽을 명상과 기도의 시간으로 바꾼 사람, 고전이나 외국어 공부를 새로 시작한 사람, 주변 사람에게 더 따뜻하게 대하고 베푸는 사람 등 다양한 모습으로 새로 태어나고 있었습니다.
몸과 마음이 변화하는 시기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어떻게 남은 시간을 보낼 것인가. 어떤 방향으로 새로워질 것인가. 인생에서 어떤 결실을 맺을 것인가. 저도 그 시기의 한가운데 있습니다
조현용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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