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0일 전국남녀중고학생종별대회에서 나란히 1, 3위에 오른 동인천고의 김우진(오른쪽)과 손석현. [사진=박건태 기자]
지난 3월 20일 전국남녀중고학생종별대회에서 나란히 1, 3위에 오른 동인천고의 김우진(오른쪽)과 손석현. [사진=박건태 기자]
동인천고는 올해 대광고, 대전동산고, 두호고와 함께 '빅4'로 꼽히고 있다. 물론 내심 빅4 중 가장 앞에 서는 것이 목표다. 맨 왼쪽이 송효동 코치. [사진=박건태 기자]
동인천고는 올해 대광고, 대전동산고, 두호고와 함께 '빅4'로 꼽히고 있다. 물론 내심 빅4 중 가장 앞에 서는 것이 목표다. 맨 왼쪽이 송효동 코치. [사진=박건태 기자]

날이 좋았다. 탁구 명문 동인천고의 방문취재는 한 달 전에 이미 3월 21일(목)로 잡혀 있었다. 그런데 바로 전날인 3월 20일. 충남 보령에서 열린 ‘제57회 보람상조배 전국남녀중고종별대회’에서 동인천고는 남자 개인단식의 시상대에 2명의 선수를 올려놓았다. 김우진(3년)이 결승에서 ‘신동 국가대표’ 조대성(대광고2)을 명승부 끝에 게임스코어 3-2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또 랭킹 20위의 손석현(3년)은 자신보다 랭킹이 앞선 김도형(화홍고3)-정찬희(두호고3)-우형규(두호고2)를 연파하며 3위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단체전에서 아쉽게 3위에 그쳤지만, 이쯤이면 불혹의 나이가 되는 2019년 동인천고 탁구부의 비상을 예고하는 데 손색이 없었다. 한국중고탁구연맹, 헤럴드경제, 월간탁구가 공동기획한 ‘탁구 명문교를 찾아서’의 7번째 주인공은 탁구 40년의 동인천고등학교다. ■ 20년 전 탁구를 접은 창단멤버가 지금은 국회의원타임슬립을 해 1978년으로 가 보자. 이해 동인천고는 탁구부를 창단했는데, 그 창단멤버 중 한 명이 ‘박정 어학원’으로 유명하고, 지금은 국회의원인 박정(57)이다. 창단 첫 해부터 곧잘 성적을 내던 동인천고는 1979년 당시 전국 최강이었던 인천남중으로부터 정상목 등 최고의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전국 최강으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1980년부터 1986년까지 전국학생종별탁구대회 등에서 ‘툭 하면 우승’하는 식으로 전국대회 10여 차례 우승을 일궈냈다. 정상목 정성수 송훈배 등이 동인천고 1차 전성기를 이끈 주인공들이다. 흥미롭게도 현재 동인천고의 탁구부 감독은 정상목 인천시탁구협회부회장. 2002년 모교 체육교사로 부임해와 지금까지 동인천고와 인천탁구의 발전을 이끌고 있다. 정상목 감독은 “그러고 보니 제가 고등학교에 입학한 게 꼭 40년 전이네요. 집이 파주에 있던 박정 선배가 우리 집에서 하숙을 하면서 탁구를 하기도 했죠. 어쨌든 워낙 우리 멤버들이 좋아서 박정 선배가 그때 탁구를 접을 정도였어요. 물론 그 후 공부해서 서울대를 가고, 성공한 사업가에 국회의원까지 됐으니 모두에게 잘 된 일인 셈이지요”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동인천고는 1988년 전국체전·대통령기 우승 후 내리막길을 탔다. 물론 문규민(1994년 아시안게임 단체금메달), 국가대표 정상은(현 렛츠런탁구단) 등 좋은 선수를 배출했지만 웬만하면 우승은 과거지사가 됐다.

40년 전통의 동인천고 탁구부는 공립학교로는 드물게 훌륭한 시설의 탁구전용체육관을 갖고 있다. [사진=박건태 기자]
40년 전통의 동인천고 탁구부는 공립학교로는 드물게 훌륭한 시설의 탁구전용체육관을 갖고 있다. [사진=박건태 기자]

■ ‘인천 탁구’의 부활남고 중상위권의 전력을 유지해오던 동인천고는 지난해부터 ‘무림의 최고수’를 본격적으로 노크하기 시작했다. 지난 해 7월 제34회 전국시도대항대통령기탁구대회에서 채병욱, 김우진, 최인혁, 안준영 등의 활약으로 최강으로 평가받던 대전동산고를 3-2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무려 30년 만의 단체전 우승이었다. 이때 김우진은 개인단식에서도 금메달을 따 대회 2관왕에 올랐다. 이어 지난 1월 정남진 장흥 보람상조배 제56회 전국남녀중고학생종합탁구대회에서도 강호 대광고를 꺾고 단체전 우승을 차지했다. 2019년은 간판 최인혁이 실업팀(보람상조할렐루야탁구단)으로 가면서 전력이 약화가 우려됐지만 김우진-손석현-황민-이헌원 등 3학년 멤버가 튼튼하고, 2학년 채병욱 설진영이 뒤를 잘 받치고 있다. 여기에 이동혁 한재황 등 1학년 4명도 기량이 급성장하고 있다. 송효동 코치는 “남고 탁구는 전통의 강호인 대전동산고, 멤버가 좋은 대광고와 두호고, 그리고 동인천고까지 4강의 전력이 아주 팽팽하다. 대회 때마다 우승팀이 바뀔 수 있다. 예컨대 이번 대회처럼 조대성과 김우진도 같은 대회에서도 승패를 주고받는다. 2019년 동인천고가 네 학교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40년 전통의 인천 마피아인천의 남자탁구가 다시 대두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소개한 대로 40년의 힘이 그대로 현실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인천남부초(박동문)-인천남중(정일영)-동인천고(송효동)-인천대(고관희)-인천시체육회(최정안)로 이어지는 탁구 지도자가 모두 동인천고 출신이다. 탁구부 동문회가 잘 조직돼 있어 선배들이 돈을 모아 승합차를 선물하고, 숙소 보증금을 마련해줬다. 총동문회도 학교의 자랑인 탁구부를 적극 돕는다. 학교와 탁구부가 오래 되다 보니 음식점을 하는 동문이 수백 만 원에 달하는 탁구부 우승파티를 후원하기도 했다. 한창원 전 인천시탁구협회장과 유수복 전 동인천고 총동문회장(대양건설 대표) 등도 힘을 보태고 있다.

학교도 공립학교지만 탁구부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훌륭한 시설의 전용체육관을 갖고, 나름 예산도 최대한 지원한다. 이병욱 교장은 “탁구부는 인천의 공립명문 동인천고의 자랑 중 하나다. 생활체육 탁구의 인기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요즘,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선수들을 계속해서 배출하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한국중고탁구연맹 회장이자, 탁구캐스터(SBS 아나운서)이자, 학부모인 ‘1인3역’의 손범규 회장도 지금의 동인천고 탁구에서는 빼놓을 수 없다. 손 회장은 원래 스포츠캐스터로도 맹활약했고, 탁구집안에 속해 있다. 이모 이수자 씨와 숙모 김경자 씨가 대한민국의 탁구계를 주름잡던 레전드급 선수였고, 지금은 아들 손석현이 동인천고의 주전이다. 회장과 아나운서로는 참신한 시도를 많이 하며 한국탁구의 발전을 이끌고 있다. 이렇게 공인으로는 공정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사석에서는 학부모로 동인천고의 각종 후원모임에 빠지지 않으며 40년 명가의 부활을 돕고 있다. 공자님이 사람 나이 40이면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된다’고 했다. 동인천고 탁구가 이 불혹(不惑)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자기들이 좋아하는 탁구 하나만 생각하고, 즐겁게들 사는데, 그러다 보니 성적도 좋아지는 것이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인천)=유병철 박건태 기자] ■ [탁구 명문교를 찾아서 (7) 동인천고 레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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