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골프장의 발견’ 시리즈는 골프문화의 뿌리를 튼튼히 하기 위한 지속적인 탐사 작업입니다. 단순 기사나 후기 형식을 넘어 한국 골프코스들의 속살을 샅샅이 들여다 봅니다. 이 컨텐츠는 골프장의 협찬 없이 직접 경험하여 작성한 것입니다.

남서울CC 제원.
남서울CC 제원.

<GS칼텍스매경오픈>대회가 끝난 바로 다음날 아침에, <남서울컨트리클럽>에서 라운드 한 적이 있습니다. 이른바 ‘대회 세팅’ 그대로 플레이 한 것인데요.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골프장’이 되어 있더군요.러프가 더 깊어졌을 뿐더러 그린 위에서는 퍼터를 가져다 대기만 해도 공이 줄줄 굴러가서 3퍼트, 4퍼트는 예사로 했습니다. 스팀프미터 계측 기준 그린 스피드가 3.5미터 이상이라던데 그린의 경사가 가팔라서 체감으로는 4.0미터는 되는 것 같았습니다.‘매경오픈’이 열리는 것으로 잘 알려진 <남서울컨트리클럽(이하 ‘남서울CC’)>은 한국 골프장 중에서, 그리고 한국 골프 역사에서 가장 이야기가 많은 골프장의 하나입니다.1. 역사와 오늘1) 고 허정구 회장과 ‘꿈나무’들1971년 문을 연 남서울컨트리클럽(이하 ‘남서울CC’)은 명실상부하게 한국 골프 인재의 산실이 되어 왔습니다. 이 클럽을 설립한 고 허정구 회장은 골프장 개장 당시에 대한체육회장과 한국프로골프협회장을 역임한 분입니다. 그분이 한국 골프에 기여한 공로를 기려 한국에서 가장 유서 깊고 권위 있는 아마추어 골프대회가 <허정구배 한국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라는 이름으로 열리고 있습니다. 바로 이 <남서울CC>에서 매년 여름에 열리며 올해로 66회째가 됩니다. 한국의 골프 엘리트 꿈나무들이 반드시 참가하는 대회이지요. 한국의 골프 스타들 가운데 이 대회를 거치지 않은 이는 아주 드뭅니다.

클럽하우스에 걸린 골프장 명칭 휘호.
클럽하우스에 걸린 골프장 명칭 휘호.

2) 매경오픈 개최 - ‘한국의 오거스타’또한 이 클럽은, 한국에서 두 번째로 유서 깊은 골프 대회이자 남자 프로골프 메이저 대회인 <GS칼텍스매경오픈>이 열리는 골프장으로 너무나 잘 알려져 있습니다. 1986년 ‘매경오픈’이 이곳에서 열린 이래 중간에 몇 번 다른 곳에서 열린 적이 있지만 이제는 “매경오픈 = 남서울CC”의 등식이 매겨져 있습니다. 미국 PGA투어 메이저인 마스터스 대회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에 비견되어 ‘한국의 오거스타’로 불리기도 하지요. 최상호, 박남신, 최광수, 강욱순 선수들을 비롯해서 배상문, 김경태, 김대현, 박상현 선수 등 별처럼 많은 골프스타들이 이 대회를 통해 더욱 큰 스타가 되었습니다.

남서울CC 부근 위성사진 지도.
남서울CC 부근 위성사진 지도.

3) ‘한국 골프 대표’들의 둥지이 골프장 부설 <남서울CC골프연습장>은 국가 대표를 거쳐 세계 무대에서 이름을 떨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남녀 골프 선수들 거의 모두가 거친 곳이기도 합니다.지금 이 골프장을 운영하는 경원건설(주)의 대주주인 허광수 회장은 아버지 허정구 회장의 뒤를 이어 오랜 기간 대한골프협회의 회장을 맡아 일하고 있는 분이니, 한국의 골프 역사는 <남서울CC>를 빼고는 이야기 하기 어렵겠습니다.

7번홀 전경(남서울CC 홈페이지 사진).
7번홀 전경(남서울CC 홈페이지 사진).

4) 위치 - 서울에서 최단거리 골프장이 골프장이 있는 곳의 행정구역은 성남시 분당구입니다. 개장 당시에는 지방도로 밖에 나지 않은 깊은 산중이었던 자리가 지금은 분당 판교 신도시의 한복판이 되었습니다. 서울 행정구역 안에 있는 군 체육시설 <태릉CC>를 제외하고는,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골프장이자 골프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의 노른자위 중심에 위치한 클럽입니다.5) 설계 - ‘거장’ 이노우에 세이치이 골프장 코스를 설계한 이는 ‘이노우에 세이치’라는 일본 설계가입니다. 이미 고인이 되었지만 그는 당대의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골프코스 디자이너였으며 그가 설계한 코스는 지금도 매년 일본 '100대 골프코스'로 15개 이상 선정된다 합니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의 골프 경기가 열리는 <카스미가세키CC>의 서코스가 그의 설계 작품이라 하지요. 일본과 아시아 나라에 40여개의 코스를 설계하여 남겼다 하며 일본의 산중 지형을 자연스럽게 살려내는 코스를 빚어낸 ‘거장’으로 평가 받습니다. <남서울CC>는 일본의 당대 최고 설계가를 초빙하여 만든 것이라 하겠습니다.

매경오픈 현장사진(KPGA 사진).
매경오픈 현장사진(KPGA 사진).

6) ‘일본식 디자인’이면서도 도전적!이천년대 들어 미국을 비롯한 서양 출신 유명 설계가들이 국내 골프장 설계를 많이 하게 되었지요. 그와 함께 국내 코스 설계가 들도 서양의 유명 코스에서 영감을 받은 도전적인 스타일의 코스 디자인을 지향하게 되면서, 일본식 디자인은 구식인 것으로 보이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만든 지 오래 된 국내 코스들은 최근에 만들어진 코스에 비해서 너무 평이한 느낌이 드는 것도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남서울CC>는 일본인이 설계한 여느 코스와도 다르게 ‘도전적’이라고 평가 받는 코스입니다.2. <매경오픈>과 남서울CC1) "길지 않은데 쳐보면 짧지 않다."이 골프장의 총 길이는 6,388미터(6,986야드)이며, 레귤러티 5,941미터(6,497야드), 레이디티 기준 5,295미터(5,790야드)입니다. 남자 프로 대회를 치르는 골프장으로는 길이가 짧은 편이지만 아마추어 골퍼들이 보통 플레이 하는 레귤러티 기준으로는 짧은 편이 아닙니다. 여자들에게도 꽤 긴 거리이지요.(물론 티잉 그라운드는 매번 탄력적으로 조정되기에 아마추어 골퍼들은 보통 표시된 레귤러 티보다 대개는 짧은 길이로 플레이 하곤 합니다)그리고 코스 내 오르막 내리막이 많고 경사면이 자주 등장하기에, 피해서 치고 오르내리며 치다 보면 예상 외로 코스가 길게 느껴지기 쉽습니다. 투그린 코스로 개별 그린이 작아서 어프로치 샷에 부담을 갖고 임하기에 그런 느낌이 더하기도 합니다.

봄철의 그린.
봄철의 그린.

2) 매경오픈 우승 점수 ‘1언더파’보통 때는 파5인 16번 홀을, '매경오픈' 대회에서는 긴 파4로 변경하여 파71 코스로 조정합니다. 대회가 파72로 진행될 때에는 대회 기간 날씨가 좋으면 4일 합계 20언더파 넘는 스코어 우승자도 나왔지만, 파71로 조정된데다 날씨가 좋지 않았던 지난해 37회 대회에서는 박상현 선수가 최종합계 1언더파로 연장전 끝에 우승했지요. 코스가 어렵기로 소문난 <베어즈베스트청라GC>에서 열린 지난해 <신한동해오픈>에서도 역시 우승한 박상현 선수의 최종 스코어가 22언더파였으니 남서울CC는 매우 까다로운 코스라고 하겠습니다.

8번홀 그린(남서울CC 홈페이지 사진).
8번홀 그린(남서울CC 홈페이지 사진).

3) "진땀 나게 딱딱하고 빠른 그린"‘매경오픈’대회에서 선수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잘 알려진 대로 ‘빠르고 딱딱한 그린’입니다. 국제 대회 기간 동안에는 코스의 페어웨이와 그린이 딱딱하도록 관리하는 것이 국제적인 기준입니다. 많이 굴러가고 세우기 어렵게 만들어 변별력을 주는 것이지요.미국 PGA 대회를 보면 그린의 색상이 선명한 녹색을 유지하면서도 그린 스피드는 스팀프 미터 측정 3.7미터 정도로 빠른데, 이것은 그린 잔디의 밀도가 높으면서 짧게 깎였다는 뜻입니다. 그린 잔디의 뿌리가 깊은 상태에서 토양수분은 적게 관리해야 빠르면서도 딱딱하고 밀도가 높은 그린을 만들 수 있는 것인데, 배토(흙 뿌리기)와 예초(깎아주기)를 자주 하면서 시비(뿌리를 깊게 내리게 하기 위한 비료 주기), 관수(물주기) 조절을 예민하게 해야 한답니다. 대회가 열리기 몇달 전부터 준비해야 하며 마스터스 대회가 열릴 때 오거스타내셔널 그린은 하루에 6~8회 씩이나 깎아주며 관리한다는 군요.아마도 ‘남서울CC’의 그린도 그에 버금가는 노력을 하기에 빠르고 딱딱하게 만드는 내공을 발휘하는 것 아닐까 짐작합니다.

페어웨이와 러프의 '들잔디'.
페어웨이와 러프의 '들잔디'.

4) “한국의 마스터스와 오거스타”그린의 모습은 동그랗고 작은 편인데, 대개는 솟은 그린(‘포대그린’이라고 하지요)이라 공을 그린 면에 맞추면 밖으로 튀어나가기 쉽고 그린 앞에 떨어지게 하면 굴러 올라가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공이 그린 옆으로 가면 ‘옆 라이’ 어프로치를 해야 하는데, 그린스피드가 빠르고 경사가 있어서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니 이곳에서는 그린 주변의 숏게임과 퍼팅을 아주 예민하게 잘하는 사람이 유리합니다. 그런 한편 '투 그린'이라 그린 주변에서 운이 개입하는 경우를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경험 많은 노장 선수들이 이곳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경우가 가끔 있고, 그것이 미국PGA의 ‘마스터스’ 대회와 비슷하여 매경오픈을 ‘한국의 마스터스’, 이곳을 ‘한국의 오거스타’ 라고 얘기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물론 매경오픈이 우리나라에서 차지하는 무게가 '마스터스'에 견줄만 하고 '남서울CC'가 유서 깊은 곳이라는 의미도 있겠습니다. 진정으로 '마스터스'와 '오거스타 내셔널'에 견줄 수 있게 되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1번홀 전경.
1번홀 전경.

5) ‘한국 선수 텃세’와 '들잔디'‘매경오픈’은 아시안투어와 공동 주최하고 외국인 선수들이 많이 참가하는 대회이면서도 외국인 우승자가 극히 드문 것으로 유명하지요. 이곳이 워낙 ‘선수 텃세’가 강한 곳이라는 이유를 들기도 하지만 코스 관리 전문가들은 잔디의 품종이 독특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이 코스의 페어웨이와 러프 잔디 품종은 한국 ‘들잔디(조이시아 자포니카)’의 개량형입니다. 흔히 ‘야지’라고도 하지요. 잎이 비교적 넓고 누워서 자라는 것이 특징인데 <한양CC>, <남부CC>와 이곳 <남서울CC> 등 오래 전에 만들어진 골프장에 주로 심어져 있습니다. 이 잔디는 예고(깎는 높이)를 낮게 하기 어려워서 잔디에 공이 놓인 상태가 ‘양잔디’나 ‘중지’에 비해 일정하지 않은 편이라 합니다. 선수들이 아이언 샷을 할 때 예상치 못한 ‘플라이어(예상보다 높이 떠서 더 날아 가는 것)’가 가끔 나는 게 그 때문인데, 공이 잔디 위에 떠 있는 상태가 예상과는 다른 때가 간혹 있기에 이곳의 잔디 상태를 많이 경험해본 선수가 유리할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안양CC>에서 개발되어 많이 보급된 한국형 ‘중지’ 잔디와는 또 다른 특성이지요. 흔히 ‘조선 잔디’ 또는 ‘한국형 잔디’라고 부르며 이 두 가지를 비슷한 잔디로 보지만 특성이 많이 다른 것이라 합니다.(잔디 관리에 관한 부분은 코스 관리 전문가들, 특히 노경식 님의 조언을 많이 참조했습니다)3. '골프코스'에 대하여1) 좌우 경사와 오르막 내리막이 골프장은 판교 신도시를 품은 나지막한 태봉산(318m) 북녘 기슭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높은 산은 아니지만 자연 지형을 되도록 살려서 코스를 앉히다 보니 각 홀의 흐름은 좌우 고저로 높고 낮음이 많은 편입니다.페어웨이는 좁지 않으나 플레이어의 눈에는 좁아 보이는 곳이 많고 OB(아웃오브바운즈) 지역과 벌칙 구역도 적지 않습니다(‘매경오픈’ 대회 기간에는 OB지역을 많이 줄인다 하더군요). 전략적으로 정확한 위치로 공을 보내야만 다음 샷을 하기 좋고 약간 미스 샷이 나면 평평하지 않거나 자세가 불편한 곳에서 다음 샷을 하게 되기 십상이지요.

12번 홀(2, 4,,8, 12홀 등은 왼쪽을 조심해야).
12번 홀(2, 4,,8, 12홀 등은 왼쪽을 조심해야).

1번 홀이 가장 넓어서 편안하게 티샷을 하지만 쉽지 않고(핸디캡 순위 3번), 2번, 4번, 8번 홀은 티샷한 공이 왼쪽으로 휘면 안되기에 조심하다가 오른쪽 경사면에 공을 떨어지기도 쉽습니다(굴러 내려오지 않습니다). 10번, 12번 홀도 비슷한 모양으로 왼쪽을 피하려는 부담을 갖게 됩니다. 실제 공이 떨어지는 지점의 페어웨이는 좁지 않은데 티잉 그라운드에서 보기에는 위협적으로 보여서 플레이에 영향을 주는 거죠. 오르막 홀(1번, 5번, 7번, 9번, 13번, 18번)들은 티샷할 때 넓게 느껴지지만 대개 심한 오르막 경사와 작고 솟은 그린(‘포대그린’ ; Elevated Green)이 강한 핸디캡 요소로 작용합니다.

파5, 16번 홀 전경.
파5, 16번 홀 전경.

2) ‘베테랑 캐디의 조언’“전반적으로 파3는 어렵고 파5는 쉽다”고 평가 됩니다. 3번(171m)과 11번(177m)은 평지 파3로 중간 난이도 정도인데 6번(215m)과 17번(209m)은 길고 심한 내리막으로 미스샷이 나오기 쉽습니다. 그린 주변에서의 어프로치도 예민하고, 홀을 지나쳤을 때 내리막 퍼팅도 민감하게 해야 합니다.파5홀은 전략적으로 하면 좋은 결과를 내기 쉬운 편이라고들 합니다. 4번과 16번은 내리막 파5홀이고 9번과 14번은 오르막 파5홀인데 공통적으로 긴 편은 아닙니다. 다만 오르막 홀에서는 티샷 방향이 나쁘면 다음 샷을 숲이 가로막거나 벙커에 빠질 수 있으므로 조심하라고 조언합니다(모든 오르막 홀은 특히 그린에서 핀을 지나치면 내리막 퍼팅이 어렵습니다). 내리막 홀은 똑바로 치라는 말밖에 못하겠군요(베테랑 캐디가 그렇게 알려줍니다). 프로 선수들은 티샷을 어디쯤으로 보낼 것인가, 드라이버와 우드 중 어느 클럽을 선택할 것인가를 전략적으로 고민하던데 말입니다.

18번홀 그린(남서울CC 홈페이지 사진).
18번홀 그린(남서울CC 홈페이지 사진).

3) ‘쫄깃쫄깃한 내기 골프 코스’이 골프장을 ‘스트로크 내기 게임 하기에 최고의 코스’라고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비슷한 느낌의 홀들이 몇 개 겹치는 느낌도 있지만, 한 홀 한 홀마다 다른 실수가 나올만한 요소가 숨어있고 매 샷마다 다른 자세와 상황이 연출되기 쉽습니다. 도전과 모험을 해야 할 때와 피해 가야 할 때를 현명하게 가릴 줄 알아야 하는데, 그 심리 상태를 알고 연출하는 의도로 코스를 디자인한 느낌입니다.그냥 편안한 골프를 할 때와 심리적 부담감 있는 골프(내기 골프 또는 대회)를 할 때의 느낌과 스코어가 극명하게 차이 나는 코스라고 생각합니다. 티샷의 시각적 부담감과 세컨샷 때의 공이 놓인 상태, 그린 주변의 예민함 등이 이런 특징을 빚어내는 듯합니다. 이곳을 두고 ‘심장이 쫄깃쫄깃하게 뛰는 내기 코스’라고 하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습니다. ‘절대로 서두르면 안 되는 코스’라고요

3번 홀 그린 부근.
3번 홀 그린 부근.

4) 희비가 엇갈리는 엔딩 드라마‘매경오픈’을 비롯해서 이 골프장에서 게임할 때의 백미는 16번, 17번, 18번 홀의 드라마라고들 합니다. 세 홀 다 어렵지요. 파5인 16번 홀이 매경오픈 대회 기간에는 파4홀로 운영됩니다. 17번 홀은 원래 쉽지 않은 내리막 파3인데 심리적 부담이 있는 상태에서는 더 많은 변수가 생기는 홀이죠. 18번 홀은 오른쪽 낙락장송 소나무들을 잘 피해서 티샷을 해야 하고 마지막 날 2단 그린 위에 있는 ‘뒷 핀’을 공략하기가 너무 어려워 ‘마지막 홀의 대반전’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아마도 이만한 ‘엔딩 드라마’가 있는 코스는 드문 듯합니다.16번 홀을 파5로 해서 대회를 치를 때에는 선수들이 거의 아이언으로 ‘투온’을 해서 버디가 많이 나오는 홀이었는데 파4로 운영하니 보기 이상의 스코어가 숱하게 쏟아져서 ‘통곡의 홀’로 불리기도 하지요. 보통 때는 파5인데 오른쪽 OB구역과 그린 앞 깊은 벙커를 피하면 기회가 있는 홀입니다.전반 홀 또한 강,중.약의 리듬을 유지하다가 7번 홀에서 어려움의 정점을 찍고 9번홀을 기회와 위기로 마무리 합니다. 프로대회 뿐 아니라 일반 골퍼들이 게임을 하기에도 참 짜릿한 구성이지요. 4.조경과 관리, 서비스1) 오밀조밀한 풍경과 조경‘남서울CC’는 영웅적인 플레이를 부르는 골프장이 아니고 호쾌한 풍광이 펼쳐지는 코스도 아닙니다. 신중한 플레이가 필요하고 아기자기한 조경이 숨어있는 코스이지요. 홀마다 특성 있는 수목을 심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1번 홀은 목련, 2번 홀은 전나무, 3번 영산홍과 전나무, 4번 홀은 자작나무, 5번 홀은 가문비나무, 6번 홀은 진달래와 개나리, 7번 홀은 소나무, 8번 홀 벚나무, 9번 홀 감나무, 10번 소나무와 개나리, 11번 무궁화, 12번 홀 영산홍, 13, 14번 홀 소나무, 15번 메타세콰이어, 16번 잣나무, 17번 영산홍, 18번 홀 낙락장송 소나무 순으로 조경수를 심었다고 합니다.(요즘 새로 심는 것은 대부분 소나무라더군요)그래서 특히 봄에 아름다운 편인데 벚꽃 필 때부터 매경오픈이 열리는 5월까지의 꽃 풍경이 가장 좋은 듯합니다. 특별히 치장을 한 조경이라 볼 수는 없으나 일본 설계가의 작품답게 정원 같은 느낌이 납니다.

클럽하우스(남서울CC 홈페이지 사진).
클럽하우스(남서울CC 홈페이지 사진).

2) 울창한 숲과 어려운 관리50년 가까운 역사의 골프장이다 보니 숲은 울창하고 그늘이 많아서 플레이어에게 기분 좋은 느낌을 주는 반면에, 코스의 관리에는 어려움이 따릅니다. 잔디에 햇빛이 덜 미치는 지역이 많고 토양의 양분을 나무에게 빼앗기기도 해서 고사되기 쉽다고 합니다. 흔히 '나무 밑에는 잔디가 없다'고들 한다지요. '마스터스' 대회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에서도 나무 밑에는 대부분 솔잎이 깔려있는 것이 그런 까닭이라고 합니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 잔디 관리를 하고 메이저 대회도 치르는 것인데, 그러다 보니 대회 즈음과 그 이후의 관리 상태 차이가 많이 난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더구나 '매경오픈' 개최 시기가 5월 초이기 때문에 잔디를 보식하는 준비 기간이 짧아 대회 기간에도 코스 품질을 충분히 내지 못하는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군요. 3) 전통 명문의 시설과 서비스이곳 클럽하우스는 크지도 작지도 않으며 화려하지도 검박하지도 않습니다. 들어설 때 로비와 프론트의 낮은 천정은 오래된 클럽답게 정겨우며, 레스토랑의 천정은 높고 창 밖으로 시야가 탁 트여서 시원하고 여유롭습니다. 장식은 배제되어 단순하고, 필요 이상의 예술품을 많이 전시해 놓은 모습도 아닙니다. 클럽하우스는 회원과 이용객들을 위한 것이지 소유주의 취향을 표현하는 허세의 장이 아니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일부러 특색 있는 디자인을 선택한 건축물도 아니면서, 전통 있는 클럽의 느낌을 더도 덜도 아니게 갖춘 클럽하우스라 생각합니다. (다만, 메이저 대회를 여는 골프장으로서의 지원 시설을 넣기에는 클럽하우스와 그 주변의 땅이 좀 협소한 느낌이 있습니다)

드라이빙 레인지가 두 군데(제1연습장, 제2연습장) 있고 파3 연습장(9홀)도 있습니다. 이 연습장들에서 수많은 국가대표 골프선수와 세계적인 ‘대스타’들이 배출되었습니다. 4) 노련하고 세련된 캐디들‘남서울CC’의 캐디들은 전통적으로 빼어나기로 유명합니다. <안양CC> 캐디들과는 또 다른 느낌이지요. 서울에서 워낙 가까운 곳이라 지원자도 많겠기에 인적 자원이 풍부할 것입니다. 이곳에서 오래 일한 노련한 캐디들도 많고 전반적으로 세련되게 진행을 유도합니다. 단언컨대 우리나라 골프장 하우스 캐디들의 능력은 세계 최고인 듯합니다. 5. 몇 가지 소소한 이야기들

16번 홀 페어웨이 '콧구멍 벙커'.
16번 홀 페어웨이 '콧구멍 벙커'.

"남서울칸트리구락부"이제 흔한 상식이지만 골프장 이름의 ‘컨트리클럽(CC)’과 ‘골프클럽(GC)’은 차이가 있다 하지요. 조금씩 다른 해석이 있으나, 일반적으로 골프코스 외에 다른 레저 스포츠 시설을 갖추고 있을 때는 ‘컨트리클럽’, 골프 코스만 갖추고 있을 때는 ‘골프클럽’으로 부른다 합니다(본디 회원제 골프장이어야 ‘클럽’이라 할 수 있을 텐데 퍼블릭 골프장들도 ‘클럽’이라 이름 붙이기도 합니다). '컨트리클럽'을 일본 사람들이 받아들여 일본 문자로 표기한 것이 ‘칸트리구락부’인데, 이를 따라 옛날에는 우리나라에서도 ‘구락부’라는 표현을 많이 쓴 적이 있으나 이제 거의 쓰이지 않습니다. 남서울컨트리클럽의 입구에는 아직 ‘남서울칸트리구락부’라는 간판표식이 있어서 이 클럽의 오랜 전통을 드러내고 있기도 합니다. 이 간판을 바꿔야 할지 지켜야 할지는 옳고 그름의 잣대로 볼 일은 아닐 듯합니다.닮은꼴 홀들의 다른 꼴 특징‘남서울CC’에는 티잉 그라운드에 섰을 때 비슷한 느낌을 주는 홀들이 몇 개 있습니다. (아마도 이런 중첩 이미지가 코스의 기억성 측면에서 낮은 평가를 받게 하는 요인이기도 한 것 같은데, 플레이 해보면 기능적으로 차이가 있기는 합니다) 2번, 4번, 8번에서 티잉 그라운드에 섰을 때 느낌이 약간 비슷하고 파3인 6번 홀과 17번 홀에서 비슷한 느낌을 받게 되기 쉽지요. 특히 6번 홀과 17번 홀은 길고 가파른 내리막인데다 둘 다 어려운 홀이어서 인상적입니다. 6번 홀(215m 핸디캡7)이 더 긴데 난도는 17번 홀(209m 핸디캡4)이 더 높아서 둘 다 어려운 느낌이 비슷합니다. 다만 6번 홀 너머에는 고급 단독주택이 보이고 17번 홀에는 그린 앞에 커다란 나무가 플레이 변수로 작용합니다. 6번 홀 너머에 있는 저택이 국내 굴지 기업 소유주의 집이라는 뒷얘기 설명도 매번 듣게 됩니다.

16번홀의 '콧구멍 벙커'파5인 16번 홀은 ‘매경오픈’ 대회에서는 파4로 운영되는데, 파5일 때는 너무 쉬워서 버디나 이글의 가능성이 높기에 승부의 변수가 생기고, 파4일 때는 너무 어려워서 보기 이상의 스코어가 나올 수 있기에 또 다른 승부의 변수가 양산되곤 합니다. 페어웨이 가운데 깊게 파 놓은 두 개의 벙커가 가장 만만찮은 변수로 작용하는데요. 선수들은 이것을 ‘콧구멍 벙커’라고 부르더군요. 티샷을 할때 콧구멍 모양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파5로 운영되는 보통 때에도 이곳에 빠지면 좋은 결과를 내기 힘듭니다.▶덧붙임 - ‘한국 골프의 전당’ 터저 혼자만의 생각일 지는 모르나, 우리나라 골프는 실력과 산업 면에서는 부유하나 문화는 가난합니다. 선수들의 실력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이고 골프 시장 규모도 세계에서 무시 못하는 크기입니다. 우리나라 골퍼들의 패션을 세계 골퍼들이 따르고 있고 ‘스크린골프 투어’처럼 세계에 없던 골프문화의 '종주국'이 우리나라인 것이 말해 주듯이, 새로운 골프 스타일을 창조해 내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가 이 [한국 골프장 이야기] 시리즈 컨텐츠를 작성해 오면서 느끼는 골프 문화와 컨텐츠의 집적 수준은 아직 걸음마 단계인 듯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골프 명예의 전당’이나 ‘골프 문화의 전당’, '골프 역사관' 등이 생긴다면 이 ‘남서울CC’ 안팎이 가장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류스>에 'R&A'가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한국 골프에서의 위상과 역할의 정통성이 있는 장소라는 의미입니다).또한 이 ‘남서울CC’는 지금보다 더 높은 가치의 명문클럽으로 자리매김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이런 역사와, 이런 위치, 이런 역할을 하는 코스, 이런 히스토리의 대주주가 있는 골프장이 세계적으로도 흔하지는 않겠습니다. 코스랭킹을 매기는 여러 기관들의 한국내 골프장 랭킹 리스트에서, ‘남서울CC’는 그 역사성과 골프 문화에 대한 기여도, 코스의 개성에 어울리는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아마도 코스의 홀 별 기억성과 심미성에서 다른 신규 골프장들이 높은 점수를 얻는 데 견주어 낮은 평가를 받는지 모르겠으나, 이 코스는 다른 각도에서 보아야 기능과 아름다움을 다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가치 판단 기준이 랭킹 선정 위원들의 기준에 못 미치는 지는 모르겠습니다) 물론 골프장 측도 코스 개선과 문화의 혁신 측면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 바랍니다.우리나라를 명실상부하게 대표하는 골프장이기를 기대합니다.글과 사진 류석무글쓴이는 '스토리 마케팅' 전문가입니다. 하는 일이 골프에도 다소 관계를 맺고 있어서 골프 상식에 밝고, 업무상 골프장을 자주 다니다 보니 골프 문화에도 기여하겠다는 생각에서, ‘도화도주’라는 필명으로 골프에세이와 탐사기를 쓰고 있습니다. 이 탐사기에 대한 의견은 글쓴이에게 이메일(smyou21@naver.com) 보내 주셔도 감사히 받아 반영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컨텐츠는 계절마다 업데이트하여 재발행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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