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리 플레이어에 이어 잭 니클라우스가 시타하고 있다.
게리 플레이어에 이어 잭 니클라우스가 시타하고 있다.
최초의 명예 시타자인 족 허친슨(왼쪽)과 프레드 맥로드.
최초의 명예 시타자인 족 허친슨(왼쪽)과 프레드 맥로드.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흑기사 게리 플레이어와 황금곰 잭 니클라우스가 11일(한국시간) 1라운드 시작 전에 시타를 마친 후 활짝 웃었다. ‘명인열전’ 마스터스는 다양한 전통과 의식으로 유명한 데 경기를 시작할 때의 ‘명예의 시타자’는 특별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초청된 소수 정예 선수들이 매년 동일한 오거스타내셔널 코스에서 전통을 쌓아가는 대회인 만큼 전설이 된 챔피언이 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건 어쩌면 멋진 대회가 되도록 제사를 치르는 의식과도 같다. 이 전통이 시작된 건 1963년 메이저 챔피언인 족 허친슨과 프레드 맥로드가 시타하면서부터다. 허친슨은 1920년 PGA챔피언십 우승에 이어 이듬해 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디오픈을 우승했다. 그는 세인트앤드루스에서 태어났지만, 나중에 미국 이민을 가서 국적은 미국이었다. 맥로드 역시 스코틀랜드 태생으로 1908년 US오픈을 우승했다.

1997년에 사라센, 넬슨, 스니드의 명예 시타를 위한 팻말 뒤의 숫자는 나이.
1997년에 사라센, 넬슨, 스니드의 명예 시타를 위한 팻말 뒤의 숫자는 나이.

두 선수 모두 오거스타내셔널에서 열린 정규 대회에서 우승했는데 특이하게도 마스터스는 아니었다. 1937년 PGA시니어챔피언십이 창설되면서 오거스타내셔널에서 첫 대회가 3라운드 54홀 규모로 열렸고 허친슨이 8타차로 초대 챔피언이 됐다. 이듬해 맥로드가 36홀 경기로 축소된 이 대회에서 연장전 18홀 라운드까지 치러 2타차로 우승했다. 이 대회는 2년을 치른 뒤에는 플로리다로 대회 장소를 옮겨갔고 오거스타내셔널에서는 마스터스만 남았다. 따라서 메이저 챔피언인 두 선수는 이후 마스터스가 열리면 시타를 하는 것으로 그린재킷을 입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곤 했다. 1981년 당시 마스터스 회장이던 호드 하딘은 중단되었던 이 이벤트를 연례 전통으로 되살렸다. 이를 위해 마스터스를 여러 번 우승한 진 사라센과 바이런 넬슨을 초청했다. 넬슨은 1937년 우승에 이어 1942년에 소꿉친구이던 벤 호건을 연장전 끝에 제치고 마스터스 2승을 거두었다. 1946년에 은퇴했지만 마스터스만은 출전하고 있었다. 사라센은 1935년 대회 마지막날 15번 홀에서 알바트로스를 잡아내 동타로 마쳐 크레이그 우드와 36홀 연장전 끝에 드라마틱하게 우승했다. 당시 두 선수는 첫 조로 티샷을 하면서 경기 시작을 알린 데 이어 전반 9홀까지 경기하면서 동일하게 3언더파 43타를 쳤다. 2년 뒤인 1983년에 넬슨이 아내의 병간호를 이유로 시타자로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마스터스에서 2위만 두 번을 한 켄 벤추리가 명예 시타자 역할을 한 해 대신했다.

명예시타자로 나선 박세리(왼쪽부터) 로레나 오초아, 낸시 로페즈, 안니카 소렌스탐. [사진=ANWA]
명예시타자로 나선 박세리(왼쪽부터) 로레나 오초아, 낸시 로페즈, 안니카 소렌스탐. [사진=ANWA]

1984년에는 PGA투어 최다승(82승)에 마스터스에서 3승(1949, 1952, 1954년)을 거둔 샘 스니드가 참여하면서 명예 시타자는 3명으로 확정됐다. 시타에 나설 때면 넬슨의 클래식 스윙, 스니드의 날카로운 폼, 사라센의 독특한 스윙이 어울리면서 1999년까지 마스터스의 유명한 행사로 자리잡았다. 넬슨은 메이저 5승에 마스터스 2승, 사라센은 메이저 7승에 마스터스 1승, 벤추리는 메이저 1승, 스니드는 메이저 7승에 마스터스 3승을 올린 선수였다. 사라센이 1999년에 시타를 하고 한 달 뒤에 고령(97세)으로 사망했고, 스니드는 2002년까지 시타를 하고는 다음 달 89세로 세상을 떴다. 넬슨은 2001년에 마지막 샷을 한 뒤로는 기력이 쇠약해지면서 이 무대에서 사라졌고 2006년 94세로 사망했다. 사라질 뻔했던 이 전통은 2005년에 아놀드 파머가 마스터스 출전 50년 기록을 세우고 은퇴한 뒤 2007년에 시타자로 나서면서 다시 부활했다. 파머는 이후 2016년까지 10년간을 명예의 시타자로 대회 시작을 알렸다. 그로부터 3년 뒤인 2010년에 은퇴한 잭 니클라우스가 여기에 합류했다. 2009년 18번 홀 그린에 올라 기도를 하면서 은퇴했던 게리 플레이어도 2012년에 시타자로 추가되면서 새로운 트리오 시대가 열렸다. 세 명의 전설은 메이저 우승만 34개였고, 마스터스는 13승(니클라우스 6승, 파머 4승, 플레이어 3승)이었다.

지난주 토요일 오거스타내셔널여자아마추어가 처음 열리면서 여자 전설들이 초대된 것도 이 전통과 맥락을 함께 한다. 낸시 로페즈를 비롯해 안니카 소렌스탐, 로레나 오초아와 한국에서 박세리까지 4명이 초청되어 1번 홀에서 티샷을 했다. 박세리는 네 명 중에 가장 먼저 티샷을 하는 영광을 누렸다. 다만 명예를 중시하는 자리에서 박세리 혼자만 오거스타내셔널의 렌탈 클럽으로 티샷을 했다는 것은 아쉬운 장면이다. 오래 전 은퇴한 로페즈가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클럽을 준비했고, 소렌스탐과 오초아도 오랜 후원사의 로고가 새겨진 옷과 자신이 쓰던 백을 가져와 티샷을 한 것과는 비교되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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