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셰일 혁명’에 국내 원유 도입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셰일오일 생산량이 획기적으로 늘어나고 채굴 비용은 점점 낮아지면서 미국산 원유가 대량으로 글로벌 시장에 풀리면서다. 여기에 미국의 대(對) 이란 제재가 장기화하면서 중동에 의존했던 원유 수급처를 다변화하기 위한 정유업계의 노력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미국산 원유의 국내 도입량은 급증세다.

2014년 전체 원유 도입량의 0.2%에 불과한 166만3000배럴을 수입했던 것이 지난해 6094만2000배럴을 도입해 전체의 5.5% 규모로 급증했다. 원유 도입 국가 순위에서도 2014년에는 24위로 미미한 수준에서 2017년 11위로 올라서더니 지난해 6위로 껑충 뛰었다. 특히 작년에는 이란 제재로 9월부터 이란산 도입이 뚝 끊겨 한해동안 도입량이 이란(7위)을 제친 점도 주목된다.

올해들어 이 추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1~2월 미국산 원유 도입 비중은 전체 도입량 가운데 11% 가량을 차지했다.

특히 2월에는 미국산 원유 도입량이 전체의 12.6%인 123만9400배럴로 전체 도입 국가 중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정유업계에서는 미국산 도입량 급증을 셰일 오일 자체의 가격 경쟁력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2018년 초부터 미국산 원유의 기준 가격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중동의 두바이유보다 배럴당 7~8달러 가량 낮은 수준에 형성돼 왔다. 셰일 오일 생산량이 비약적으로 확대되고 초기 채굴 비용이 상쇄되면서 가격이 확 낮춰진 것이다.

한편으로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에 호응해 미국산 수입을 늘리면서 양국 간 마찰을 피해갈 수 있게 하는 정무적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해 미국산 원유 도입에는 3%의 원유 관세가 적용되지 않다는 점도 국내 업체에 매력적인 요소로 꼽힌다.

정유업계가 이란 제재 등 원유 도입에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수입처를 다변화한 것도 한 배경으로 지목된다. 또 미국이 한국 등에 예외적으로 유예한 이란산 원유 수입 제한 조치를 연장하지 않기로 하면서 미국산 도입 추가 확대 등의 노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