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최순실, 이재용 모두 구속기한 얽매이지 않아 -특정 혐의 추려도 기록 수만페이지, 단기간 결론 쉽지 않아 -문형표 형사사건, 합병무효소송 영향 가능성도 고려해야 -다만 항소심 법리 문제 확인될 땐 근시일 내 선고일 잡을 여지도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대법원이 이재용(51) 삼성전자 부회장 상고심 사건을 본격 심리하면서 최종 결론이 언제 나올지 주목되고 있다. 상고심 재판은 비공개로 진행되는 게 원칙이기 때문에 심리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지만, 구속기한에 얽매일 필요가 없고 사건이 복잡해 단기간에 선고일정을 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18일 이 부회장과 박근혜(67) 전 대통령, 최순실(63) 씨 사건에 대한 4번째 평의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대법관 12명이 함께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를 말한다.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사건이거나, 혹은 기존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경우, 대법관 4명이 사건을 심리하는 ‘소부’에서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 전원합의체에 회부한다.

1,2심 재판이 공개되는 것과 달리 대법원 상고심은 공개변론을 여는 극소수의 사건을 제외하면 비공개로 진행된다. 대법원 재판연구관들도 사건에 대한 보고서를 쓰지만, 어떤 내용이 평의 과정에서 채택될지 알 수가 없다. 심리가 어느 정도로 이뤄졌는지 외부에서 파악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법원장을 지낸 한 법조인은 “법원조직법상 평의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는 것은 금지된다, 여기서 말하는 평의 내용에는 선고일정도 포함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법원이 근시일 내에 선고일정을 잡기 어려운 요소는 크게 세 가지가 거론된다. 우선 피고인들의 구속기한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크다. 박 전 대통령과 최 씨는 구속기한이 만료됐지만, 다른 범죄로 기결수가 돼 형기를 채워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옛 새누리당 공천에 불법 개입한 혐의로 징역 2년, 최 씨는 이대 학사비리로 징역 3년형을 확정받은 상태다. 이 부회장의 경우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 빠른 심리가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면서 결과적으로 대법원이 짐을 덜었다.

관련 기록 양이 많은 점도 변수다. 세 명의 수사, 재판기록 양은 뇌물 혐의에 한정하더라도 수만 페이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기록을 검토하는 데만도 수개월 이상이 소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법원 근무 경험이 있는 한 부장판사는 “재판연구관들이 기록을 검토해 보고서를 올리지만, 결국에는 대법관들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부분은 기록을 자세히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사건과 결론이 상충되지 않도록 법리를 맞춰야 하는 부담도 있다. 특히 뇌물공여 동기로 지목된 삼성의 ‘승계작업’ 실체가 있었느냐는 1,2심에서 결론이 엇갈렸다.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최 씨의 뇌물 혐의에 관한 판단 뿐만 아니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력을 가한 혐의의 문형표(63) 전 보건복지부 장관 사건과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민사사건이긴 하지만, 일성신약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낸 소송도 대법원과 서울고법에 관련 사건이 계류 중이다.

하지만 대법원이 심리 도중 항소심에서 구성한 일부 법리가 명백하게 잘못됐다는 점을 발견하면 급하게 선고일정을 잡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항소심으로 돌려보낼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항소심 재판이 다시 열리고, 대법원에 재상고심이 올라오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최종 결론이 나오는 시간이 더 길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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