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직권남용 혐의 재판 첫 출석 -고영한, 박병대 전 대법관과 함께 재판 받아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피고인 본인 확인하겠습니다. 피고인 양승태, 현재 직업은 무엇인가요?” “없습니다.”

헌정사상 전직 대법원장으로는 처음으로 형사법정에 선 양승태(71ㆍ사법연수원 2기) 대법원장의 답변은 짤막했다. 29일 오전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법정에 출석한 양 전 대법원장은 넥타이를 매지 않은 양복 차림이었다. 불구속 피고인이라 먼저 앉아 있던 박병대ㆍ고영한 두 전직 대법관은 양 대법원장이 들어서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양 전 대법원장은 고 전 대법관 등의 의자 뒤를 통해 지나가려다 반대 방향으로 들어가 피고인석에 앉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부장 박남천)는 이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ㆍ고영한 두 전직 대법관의 1회 공판을 열었다. 재판부와 검사, 변호인이 앞으로의 재판 진행 방식을 논의하는 동안 양 전 대법원장은 줄곧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양 전 원장 등 피고인 3명을 위해 14명의 변호인단이 참석했다.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할 의사가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없다고 답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법정에 선 것은 재판에 넘겨진 지난 2월 이후 107일 만이다. 양 전 대법원장이 재판을 받는 417호 법정은 박근혜·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이 먼저 거쳐간 곳이기도 하다.

검찰은 이번 재판에 211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재판부는 이들 가운데 핵심 증인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 26명을 우선 채택했다.앞으로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재판은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에 열릴 예정이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사법부 수뇌부가 상고법원 도입과 법관 해외파견을 얻어내기 위해 당시 정부가 관심을 두던 재판에 개입했다고 본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소송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관련 행정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 사건 형사재판 등에 부당하게 개입한 것으로 파악했다. 또 사법부 블랙리스트 작성, 비자금 조성 등 모두 47건의 혐의로 양 전 대법원장을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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