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 여파 경기 급락 신속한 인하 불가피론 힘얻어 美 통화정책이 최대 변수될듯 미ㆍ중 무역갈등이 격화된 지난 한 달 동안 주요 신흥국 통화 중에서도 원화 가치의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무역분쟁에 따른 성장둔화 우려가 반영된 현상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의 신속한 기준금리 인하조치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13일 한국은행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지난달 2일과 이달 12일 사이 미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달러당 1165.7원에서 1182.6원으로 1.45% 하락했다. 이 기간에 주요 10개 신흥국 통화 가운데 원화보다 화폐가치 하락 폭이 큰 곳은 중국 위안화(-2.73%)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1.56%)뿐이다. 위안화는 지난달 10일 미국이 대중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인상한 이후 급락세를 타며 달러당 7위안선에 근접했다. 랜드화는 1분기 경제성장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인 3.2%로 악화되며 통화가치 약세로 이어졌다.
정정 불안을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 페소(-1.00%)나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된 멕시코 페소(-0.69%)는 되려 원화보다 낙폭이 작았다. 인도 루피(0.34%), 인니 루피아(0.09%), 브라질 헤알(1.63%), 러시아 루블(0.29%), 터키 리라(2.66%) 등은 달러 대비 강세를 보였다.
올들어 5월까지 누적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6%로 부진함에도 불구하고 원화 가치가 다른 신흥국 통화보다 더 떨어지는 주된 요인은 미ㆍ중 무역갈등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로 보인다. 미국의 무역제재로 중국에 중간재를 주로 수출하는 한국의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미국ㆍ중국에 대한 수출비중은 38.9%이며, 대(對)중국 수출에서 중간재 비중은 79.0%에 이른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던 반도체도 미ㆍ중 갈등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단가 하락, 미국 제재가 집중된 화웨이 등 중국발 수요 감소 탓으로, 이달 1∼10일 반도체 수출액이 전년동기 대비 30.8% 급감하는 등 피해가 가시화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기정사실화하며 시가와 속도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12일 연 1.469%로, 2016년 11월 10일(1.465%)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현재 1.75%인 기준금리보다 28.1bp(1bp=0.01%포인트) 낮은 것으로, 한은이 연내 한 차례 금리를 인하하고 내년에도 추가 인하할 가능성을 선반영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약(弱)달러 카드를 꺼내들면 원화 가치 하락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미국 경제가 나빠지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통화ㆍ재정정책에는 한계가 있다. 미 연방정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가 넘었고 기준금리를 큰폭 하향할 여지도 많지 않다”며 “미국이 각국에 환율 압박을 가해 인위적으로 달러 약세를 유도함으로써 원화도 상대적으로 강세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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