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남성이 미성년자에게 필로폰 주사한 뒤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무죄가 선고된 사건을 대법원이 ‘다시 심리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마약류관리법 위반과 심신미약자 추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강모(39)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강 씨는 항소심에서 마약류관리법 위반이나 도로교통법 위반, 절도 등의 혐의는 유죄가 인정됐지만 강제추행 혐의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전에 성매매에 동의했다 하더라도 피해자는 여전히 그 동의를 번복할 자유가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예상하지 않았던 성적 접촉이나 성적 행위에 대해서는 이를 거부할 자유를 가진다”고 했다. 피해자가 필로폰 투약을 한 상태에서 적극적으로 저항할 수 없었다고 진술한 점도 받아들였다.

강 씨는 지난해 3월 청소년 A(16) 양을 만나 필로폰을 투약시켰다. 이후 약물로 인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심신미약)인 A양을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강 씨에게 적용된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1년6월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2심에서 강 씨는 A양을 성매매를 하기 위해 만난 것이고, 필로폰 투약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았으므로 위력으로 추행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2심 재판부는 “성매매를 목적으로 만나 대가를 지불했고 A양이 필로폰 투약 사실을 알고 동의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사건 주심을 맡은 권순일 대법관은 지난해 4월 학생을 성희롱한 사유로 해임된 대학교수가 처분이 부당하다며 낸 소송에서 ‘성인지 감수성’을 처음 언급해 화제가 됐다. 당시 대법원은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해 피해자가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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