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서병기 선임기자]1977년 9월 문화방송(MBC)에서 제 1회 대학가요제를 열었다. 서울대 그룹사운드팀 샌드페블즈가 ‘나 어떡해’를 불러 대상을 받았다. 이 장면을 필자는 고3때 TV에서 봤지만, 아직도 여전히 기억에 남아있다. 대학가요제는 대중음악계에서 대학가요제 이전과 이후로 나눠질 정도로 기념비적인 이벤트였다.
그 이전에는 샌드페블즈 같은 팀은 TV에 나올 수 없었다. 대학가요제가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이전과는 사뭇 다른 종류의 노래하는 젊은 사람(가수)들이 나오게 됐다.
음반 매니지먼트와 기성 가요제의 저변이 넓지 않았던 시절, 대학가요제는 신선하고 건강한 노래와 가수들을 계속 배출했다. 노사연 배철수 신해철 심수봉 유열 조하문 김학래 김동률(전람회) 등 다양한 가수들이 대학가요제를 통해 발굴됐다. 그것이 2012년까지 총 36회가 열린 대학가요제가 오래 갈 수 있었던 비결이다. 대학가요제의 의미는 한마디로 가수되는 길을 다양화, 다변화시킨 것이다.
▶대중음악계에서 뮤즈온의 의미
한국콘텐츠진흥원과 네이버가 우수 뮤지션을 발굴하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뮤즈온 프로젝트’는 2019년판 대학가요제라 할 수 있겠다. 대학가요제가 당시 대학의 건강한 청년문화를 껴안기 위해 대학생들을 찾아나섰다면, 뮤즈온 프로젝트는 자유롭고 실험적인 음악창작 문화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누구나 이용하는 인터넷과 SNS로 그 무대를 옮겼다. 대학가요제가 기성 음악계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뮤지션과 뮤지션 지망생들을 받아들였듯이, ‘뮤즈온 프로젝트’는 기존 플랫폼이 수용하기 힘든 뮤지션들을 대거 참가시켰다. 이들을 통해 다양한 음악들이 계속 표출되고 있다.
뮤즈온 프로젝트는 국내 우수 뮤지션 발굴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 참여형 오디션이자 뮤지션에게 필요한 모든 음악 콘텐츠의 제작과 홍보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뮤즈온의 플랫폼은 SNS다. SNS는 젊은 층뿐만 아니라 나이든 세대까지 접근률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는 매체다. 그렇다 보니 뮤즈온 프로젝트는 뮤지션이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가장 간편하게 ‘판’을 깔아준다.
가수가 되려면 여전히 기획사에 소속되어야 유리하다. 그런 점이 음악서바이벌 예능 ‘슈퍼스타K’가 한때 반짝 인기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꿈’에 ‘도전’한다는 취지의 ‘슈퍼스타K’는 2회때인 2010년 환풍기 수리공으로 백화점 등에서 노래를 부르던 허각과 재미교포 존 박이 정점을 찍었다.
‘뮤즈온 프로젝트’는 여전히 뮤지션을 갈구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공백 내지는 결핍을 충족시켜 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대학가요제가 오래 갔듯, 뮤즈온 프로젝트도 생명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대에 편승하지 않는 참여아티스트들의 참신한 음악정신
뮤지션에게 온라인 플랫폼 활용 전략은 적중한 것 같다. ‘뮤즈온 클립’이라는 영상을 보기가 너무 쉽게 돼있다. 뮤지션의 발굴과 제작, 홍보, 마케팅을 긴밀하게 연결시킬 수 있다. 그래서인지 무려 381팀이 접수했다. 이 정도면 굉장히 많은 숫자다.
올해는 1회로 ‘내 안의 음악을 켜다’라는 슬로건으로 개성있는 뮤지션들의 다양한 음악을 대중에게 선보였다. 지난 4월 서류와 영상 평가를 거쳐 1라운드 진출 뮤지션 60팀을 선정, 공개했다. 유튜브 등 SNS를 통해 90초 남짓한 분량의 짧은 라이브 클립인 ‘뮤즈온 클립’을 공개해 대중과 만난 것이다. 실력파 그룹들이 기대 이상으로 많았다.
이들을 대상으로 첫 번째 온라인 투표(40%)를 실시하고, 콘진원에서 시행하는 음악 분야 전문가 평가(60%)를 합산해 지난 6월 25일 2라운드에 진출한 30팀을 선발했다.
이 중에는 실력파와 개성파가 두루 섞여있다. 2라운드 진출 30팀에게는 인터뷰 영상 제작 및 라이브영상 제작을 지원하고, 파이널 라운드 진출 20팀에게는 파이널 공연과 앨범 또는 공연 제작비와 멘토링을 지원한다. 최종 5팀은 뮤즈온 TOP5 콘서트를 열어준다. 총 1억원 상당의 상금을 지급한다.
2라운드에 진출한 30팀중에는 연주력이 뛰어난 팀이 많고,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음악을 하는 팀도 있다. 음악을 끌고 가는 여유와 표현력 등에서 흠잡을 데 없는 팀들이 꽤 많이 보인다.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자유롭게 하다보니, 음악을 주도하는 힘이 강하다. 무엇보다 주류에 편승하지 않는 참신한 음악정신이 묻어나 있는 게 강점이다.
‘형제공업사’는 브라스 사운드가 잘 어우러지는 가운데 보컬의 열창이 돋보인다. ‘소수빈’은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모습이 안정감을 준다. ‘이윤지’는 세련된 창법을 구사한다. ‘향니’는 독특한 창법에 키치적인 느낌도 난다. 경험이 많은 백전노장 밴드 ‘해리빅버튼’은 락앤롤 음악을 선보이며 실력과 연륜을 모두 보여준다.
‘민수’는 별로 힘 안들이고 평이하게 혼자 부르는 듯 하지만 호소력이 매우 강하게 작동한다. ‘로큰롤라디오’는 안정된 연주와 보컬이 인상적이며, 연주가 돋보이는 밴드 ‘더 바스타즈’(The Vastards)는 록의 진수를 들려준다. ‘OurR’(아월)은 허스키한 여성보컬이 귀에 들어온다.
뮤즈온은 음악 영상콘텐츠를 통해 이렇게 다양한 음악을 쉽게 들을 수 있는 게 최대 장점이다. 팬과 뮤지션은 쉽게 소통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실력과 개성을 갖춘 뮤지션은 자연스럽게 발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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