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7년만에 처음으로 우리나라와 미국 통상당국이 경쟁협의를 가졌다. 미국이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미국기업의 불공정행위 여부를 조사할 때 충분한 방어권을 보장하지 않는다며 FTA에 따른 양자 협의를 요청한 결과다.
산업통상자원부는 9일 서울에서 한미 FTA에 따른 경쟁협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협의에는 우리 측에서 김승호 산업부 신통상전략실장이, 미국 측에서는 마이클 비먼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가 각각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앞서 USTR은 지난 3월 15일(현지시간) 한미FTA의 ‘경쟁 관련 사안’(제16장)에 대한 협의를 우리측에 첫 요청했다. 한미FTA 상의 협의 공식 요청은 FTA 발효 7년 만에 처음있는 일이다.
USTR은 한국이 한미FTA 16.1조 3항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3항은 경쟁법 위반 여부를 판정하기 위해 소집되는 행정 심리에서 피심인이 “자신을 방어하는 증거를 제시하고 발언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도록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USTR은 그동안 한국 측과 여러번 회의를 하고 서한 교신 등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광범위하게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 협의를 요청하는 이유가 최근 제시된 한국의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이 우려를 해소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USTR은 특정 조사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국내 산업계에서는 퀄컴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정위는 2016년 12월 퀄컴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정상적인 경쟁을 방해하고 특허권을 독식했다며 과징금 1조300억원과 시정명령을 내렸다.
퀄컴은 이에 불복해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인데, 퀄컴은 조사 과정에서 충분한 방어권이 보장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그동안 미국 재계도 퀄컴 문제를 지적해왔다. 미국상공회의소는 지난해 USTR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한국에 지재권의 상업화를 방해하는 규제·행정 장벽이 존재한다고 지적하고서 그 사례로 2016년 공정위가 퀄컴에 부과한 약 1조원 규모의 과징금과 ‘특허권 갑질’에 대한 시정명령을 언급했다.
정부는 한미FTA 절차에 따라 협의에 성실히 응할 방침이다. 한미FTA 협정문은 한 당사국의 요청이 있는 경우 다른 당사국이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협의 요청을 받은 당사국은 다른 당사국이 제기한 우려 사항에 대해 ‘충분하고 호의적인 고려’를 해야 하지만 수용해야 할 의무는 없다. 또 경쟁 관련 사안은 분쟁해결 대상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는 경쟁 관련 국내법이 한미FTA에 합치한다는 입장이며 협의 절차를 통해 미국에 우리 입장을 충실히 설명하겠다”면서 “관련 협의는 이날 처음으로 열린 후 줄곧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배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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