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10여년 만에 이사를 하게됐다는 지인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초등학생 아이들을 키웠는데 사는 동안 한번도 윗집이나 아랫집과 층간소음 문제나 기타 갈등을 겪어본 적이 없었다며 상당히 감사하게 생각했다.
위 아래집은 커녕 옆집 사람과도 인사를 트지않고 사는 시대가 된지 오래됐지만 아파트에 살면서 크고 작은 다툼이 없었다는 것은 대단한 행운임에 틀림없다.
지친 바깥 생활을 하고 돌아와 쉬어야할 안식처인 집에서 툭하면 시비거는 이웃들과 감정싸움을 해야한다면 하루하루가 피곤할 수 밖에 없다. 층간소음때문에 다투거나, 몸싸움을 벌이거나, 끝내 이사를 가는 경우도 드물지 않은게 현실이다.
싫든 좋든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서 수백년, 수천년을 부대껴야하는 이웃나라가 골칫덩이라면 그 국민들이 감내해야할 고통은 굳이 열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최근 대한민국 정부와, 기업, 국민들에게 지대한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 일본이 그렇다. 조선시대부터 약탈과 전란을 일으키며 우리 땅을 툭하면 유린했던 일본은 이제 정치적, 외교적, 경제적으로도 힘을 앞세워 비논리적인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베 정부는 ‘징용피해자 배상판결’에 대한 불만을 이유로 한국에 반도체소재 수출규제를 전격 단행했다. 정당한 논리나 이유는 없다. 전문가들은 평화헌법을 개정하기위한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21일로 다가온 참의원 선거에 자민당 지지표를 끌어모으려는 극단의 조치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 조치는 일견 한국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일본의 승부수처럼 보인다. 하지만 부품장사로 무역수지 흑자를 누려온 일본으로서는 제살을 깎으면서 한국을 괴롭히는 자충수이기도 하다. 일본 내부에서도 ‘일본에 부메랑이 되어 피해가 돌아올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이는 또한 한국내에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일본여행 자제운동까지 불러 일으켰다. “한국의 불매운동은 별것 아니다”라며 곧 사그러들것이라고 냉소하던 일본기업이 사과를 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물론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승리하든, 패배하든 지지세력인 보수우익의 눈치를 봐야하는 아베가 수출규제를 바로 해제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국가간의 비즈니스 원칙을 저버린 아베의 몰상식한 결정은 어떤 형태로는 댓가를 치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성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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