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멥신·에이티세미콘 등 리픽싱 잇따라

‘제로금리’ 발행구조에 오버행부담 상존

스케일업 명목에 일반주주만 아우성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조성했던 ‘코스닥 스케일업(Scale-up) 펀드’가 기존 일반주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기업 성장을 위한 자금 지원은 긍정적이지만, 그 방식이 전환사채(CB)였다는 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표면금리 및 만기이자율이 대부분 0%인 탓에 주식전환이 확실시되는데, 이에 따른 오버행(대량대기매물) 우려가 저평가됐던 해당 종목의 주가를 더 끌어내리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코스닥스케일업펀드로부터 CB 인수 방식으로 투자를 받은 코스닥 기업들이 최근 들어 잇따라 전환가액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지난 5월 코스닥 스케일업펀드 3곳 등을 대상으로 10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한 파멥신은 지난 2일 전환가액을 6만7389원에서 4만7173원으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전환사채는 일정 조건 아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 채권으로, 전환 전에는 사채로서의 확정이자를 받을 수 있고, 전환 후에는 주식으로서의 이익을 노릴 수 있다. 주가가 떨어지면 이를 반영해 보다 싼 가격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전환가액 조정(리픽싱) 조항이 들어가기도 한다.

파멥신의 경우 주가 하락 영향으로 전환가액이 하향조정 하한선인 70%까지 떨어지면서, 향후 투자자들이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주식 수도 기존 148만3921주에서 211만9856주로 늘었다. 현재 유통되는 보통주 전체의 31%에 달하는 규모다. 통상의 CB라면 만기보유 뒤 약정이자만 받고 자금을 회수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지만, 파멥신의 경우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이 모두 0%로 정해져 있다. 투자자로선 주식으로 전환한 뒤 차익을 노릴 수밖에 없다. 전환사채 발행 1년 뒤 주식으로 전환되면 매물이 대량으로 출회될 수 있어, 주가 상승의 제한 요소로 인식된다.

파멥신 뿐만 아니라 윈팩(60억원, 이하 CB발행금액), 에이티세미콘(110억원), 인터로조(200억원), 대유에이피(125억원) 등이 최근 전환가액 하향 조정을 공시했다. 반도체 패키징 및 테스트 전문업체 에이티세미콘의 경우 전환가액이 지난 4월 발행 당시보다 26.4% 떨어져, 전환가능 주식 수가 유통 보통주식수의 27%에 달하고 있다. 조향장치업체인 대유에이피 또한 전환가액이 지난 6월 대비 15%가량 하향조정돼, 전환 가능 주식수가 보통주의 15%까지 늘어났다. 기본적으로는 코스닥 시황 부진이 원인을 제공했지만, 이어진 ‘주가 하락→전환가액 조정→오버행 우려 확대→주가하락’이라는 악순환에 파멥신과 에이티세미콘 등은 전환사채 발행 이후 30~40%대 주가하락률을 기록 중이다.

투자자들은 ‘스케일 업’을 명목으로 유치한 펀드 자금이 사업 확장에 따른 기대감보다는 수급에 대한 우려를 더 많이 키우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특히 표면이자율 및 만기이자율을 모두 0%로 발행함으로써, 당장의 이자비용을 줄이는 대신 주식전환 가능성을 높여 그 부담을 소액 일반주주에게 몰아서 부과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파멥신을 비롯해 에이티세미콘, 인터로조, 다산네트웍스(신주이수권부사채), 라온시큐어 등이 모두 표면·만기이자율 0%로 자금을 조달했다.

자산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스닥 활성화 차원에서 다양한 자금이 한꺼번에 공급되면서 발행자 우위 시장이 만들어졌고, 그 결과 제로금리가 일종의 컨센서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주식전환밖에는 답이 없는 투자구조는 투자자로서도 부담이지만, 리픽싱이라는 보험조차 없는 일반 주주들의 부담은 더 큰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코스닥 스케일업 펀드는 정부가 시장 활성화를 위해 조성한 정책펀드다. 한국거래소, 한국증권금융, 예탁결제원, 코스콤, 금융투자협회 등 금융유관기관들이 980억원을, 성장금융의 모펀드인 성장사다리펀드가 490억을 각각 출자해 약 3000억원 규모로 조성됐다. 키움PE-아이온자산운용, KB증권-브레인자산운용, NH투자증권-아주IB투자 등 세 곳 위탁운용사가 선정돼, 올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