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음식-야간문화 매력적이지만, 소통 어렵고 킬러콘텐츠 부재 -스토리텔링과 함께 서울만의 이미지-상징물 있어야 관광 활성화
[헤럴드경제=이해준 선임기자]‘인간은 스스로의 눈으로 자신의 얼굴조차 볼 수 없는 존재다.’ 자신의 참모습을 아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부처가 한 말이다. 사실 ‘내가 누구인지’ 깨닫지 못하고 시류에 휩쓸리거나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주변환경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처지에 매몰돼 하루하루 살다 보면 시야가 좁아져 어떤 것이 가치가 있고 개선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게 된다. 관찰자의 눈으로 주변을 살피는 것은, 자신의 얼굴을 보기 위해 거울을 사용하는 것과 같다.
최근 서울시에서 관광분야 전문가와 업계 종사자, 일반시민 등 2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서울관광 발전을 위한 청책토론회’가 열렸다. 정책토론회가 아니라 청책토론회라고 한 것은 다양한 의견을 ‘듣는다(聽)’는 의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자리에서 경희대 호텔관광대 석사과정의 중국교포 엄문연 씨가 ‘외국인 학생이 보는 서울관광’을 발표했다. 그는 외국인 유학생과 관광객들을 인터뷰해 서울의 매력과 문제점을 하나하나 짚어냈다. 서울의 맨 얼굴을 보는 느낌이었다.
그가 지적한 서울의 매력은 다섯 가지였다. 첫째는 쇼핑. 값싼 중국제품이 전세계를 휩쓰는 가운데 ‘한국산(Made in Korea)’이 품질 대비 가격이 저렴해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둘째는 음식. 다양하고 풍부한 맛의 전통음식에다 깔끔하고 세련된 식당 분위기, 친절한 서비스, 거기에 가격도 저렴하다. 세째는 전통과 역동적인 현대문화의 융합. 경복궁, 창덕궁, 중앙박물관 등에서 한국의 깊은 역사를 느낄 수 있으며 명동, 홍대, 대학로 등에선 세계 최고의 젊음과 낭만, 활력을 만끽할 수 있다. 네째는 오락, 즉 엔터테인먼트. 전세계를 휩쓰는 K-팝 등 한류의 원산지인데다 한밤에도 식지 않는 ‘야간 문화(Night Life)’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체험하기 어렵다. 다섯째는 의료. 세계적인 의료기술에 저렴한 가격, 친절한 서비스는 물론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한국형 얼굴을 만들 수 있다.
그는 동시에 다섯가지 문제점도 지적했다. 첫째는 소통. 외국어 서비스가 부족하고 한국인들은 외국인을 만나면 외면하거나 달아난다. 둘째는 교통. 외국인들은 택시나 지하철을 주로 이용하는데 언어소통이 어렵고 택시의 경우 바가지 요금의 위험이 상존한다. 세째는 부족한 안내시설. 외국 관광지엔 주요 포인트마다 관광안내소(ⓘ)가 있지만, 한국의 경우 찾기가 쉽지 않고, 웹과 모바일 안내시스템도 이용하기 어렵다. 네째는 쇼핑위주의 관광 프로그램. 여행사들이 저가여행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화장품과 가전제품, 특산품 등 쇼핑센터로 끌고가 관광객을 상업주의의 노예로 만들려 한다. 다섯째는 킬러 콘텐츠(Killer Contents)의 부족. 다양한 볼거리와 놀거리, 먹거리가 있지만, 서울만의 킬러 콘텐츠로 내세울 것이 마땅치 않다.
이런 매력과 문제점의 결과는 무엇일까? ‘한 번 다녀오고 나면 다시 갈 필요를 느끼기 어려운 곳’이 된다는 것이다.
서울관광이 곧 한국관광인 상황에서 외국인들이 이런 시각을 갖고 있다면, 한국관광의 미래는 결코 밝다고 할 수 없다.
청책토론회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이 지난해 1000만 명 관광시대를 열었고, 4~5년 내 2000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서울시민도 행복하고 관광객도 행복한 관광정책을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숨어있는 이야기를 발굴해 확산하는 스토리텔링을 강화하고 전통과 현대를 통합한 관광상품과 한류, 의료, 개별관광 등 차별화된 상품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선 6기 청사진에서 외국인 관광객 2000만 명 시대를 열 독창적인 계획이나 청사진을 찾기 어려웠다. 박 시장의 강점인 시민과 함께 하는 ‘립서비스’ 정책만 보일뿐 ‘서울’ 하면 떠올릴 수 있는 특유의 그 무엇은 보이지 않았다.
갈수록 강하게 불고 있는 중국인들의 해외여행 바람으로 서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당분간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10년, 20년 후 서울관광을 위해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될 것들이 많다. 보다 넓고 개방된 시각으로 관광정책을 그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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