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대상과 비교하여 권리나 자격 등 당연히 자신에게 있어야 할 어떤 것을 빼앗긴 듯한 느낌.’ 이른바 ‘상대적 박탈감’은 최근 들어 우리 사회에 공기처럼 번져 있는 대중정서가 아닐까 싶다.

조국 법무부장관 임용을 둘러싼 논란들이 매일 같이 쏟아져 나오고 끊임없이 회자되는 것도, 여기서 비롯되어 마치 부메랑처럼 논란을 맞은 나경원 의원의 자녀 성적 특혜 논란이 그렇다. 또 장제원 의원의 아들이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했던 일련의 행동들이 크디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것에도 그 기저에는 대중들이 갖는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진다.

대중문화는 대중정서를 가장 도드라지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미 몇 년 전부터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단어들이 회자되어 온 바 있다. 그토록 많은 연예인 관련 논란들에 들끓는 대중들의 민심을 들여다보면 흥미롭게도 거기에는 우리네 불공정한 사회 현실에 억눌려온 감정들을 마주하게 된다.

연예계 사건사고에서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군 복무 문제만 봐도 그렇다. 유승준(스티브 유)이 17년간이나 대중들에게 배척을 받고 한국 땅에 발을 딛지 못한 건 외국인들의 눈에 보면 과하게 여겨질지 모르지만 우리네 시선으로는 정당하게 느껴진다. 그건 군 복무라는 누구나 공평하게 의무를 치러야할 사안이 기피되거나 제대로 수행되지 않았을 때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다. 이미 사회현실은 공평하지 않은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최소한 국방의 의무에 있어서만큼은 공평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 무참히 깨졌을 때 느끼게 되는 허탈감은 클 수밖에 없다.

조국 장관이나 나경원 의원의 논란에서 어른거리는 교육문제도 대중문화에서는 늘 뜨거운 감자였다. 한 때 광풍처럼 휘몰아쳤던 연예인들의 학위논란도 그렇지만, 입시문제를 소재로 다루는 드라마나 예능물이 그 어떤 프로그램들보다 뜨겁게 된 건 그만큼 대중들이 교육에 있어서의 공평함을 요구하고 있다는 뜻이다. SBS〈강남엄마 따라잡기〉나 JTBC 〈스카이캐슬〉, 최근에 방영된 JTBC 〈열여덟의 순간〉에서도 이런 교육문제의 형평성에 대한 문제들은 언제나 대중들의 마음을 격동시키는 소재가 되어왔다.

장제원 의원의 아들 장용준의 음주운전 사고 논란이 유독 컸던 것도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었다. 범법행위를 하고도 이를 무마하거나 덮으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의혹들은 힘없는 서민들을 더욱 허탈하게 만든다. 그러고 보면 올해 초에 불거진 승리 버닝썬 사태부터 양현석 원정도박 논란까지 이어져온 일련의 YG 사태들에 대중들이 그토록 분노했던 것도 마찬가지 정서 때문이었다. 그간 무수히 마약 문제에서부터 갖가지 사건사고들이 터졌지만 이렇다 할 응분의 대가를 치렀다는 보도는 좀체 나오지 않은 데서 생겨난 상대적 박탈감이다.

만일 우리 같은 보통의 서민들이 그런 일에 연루됐다면 어땠을까. 과연 저들처럼 ‘무혐의 처분’이나 ‘집행유예’로 쉽게 풀려날 수 있었을까. 지금의 대중들은 이렇게 비교하며 어째서 저들만이 특혜를 받고 있는가에 공분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중문화에서 대중들이 특히 공분하던 상대적 박탈감의 문제는 정치문제나 사법 정의 문제 같은 보다 근본적인 사안들에서도 고개를 들고 있다. 그래서 그토록 대중문화에서 회자되던 ‘논란’들이 이제는 정치권에서도 쏟아져 나온다. 그 목소리를 들어보면 그 요구가 너무나 소박하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대중들이 원하는 건 대단한 수혜가 아니라 그저 ‘공정하게 해달라’는 것뿐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