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인데, 펀드답지 않잖아요.”

지난 8월 중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친인척과 관련된 코링크 PE가 언론의 주목을 받았을 때, 한 증권사 IB업무 담당자는 “코링크 프라이빗에쿼티(PE) 펀드가 정말 문제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처음에는 이 답변 자체가 아리송했다. 펀드인데 펀드답지 않아 문제라니. ‘펀드인 것’은 뭐고, ‘펀드 답지 않은 것’은 또 뭐란 말인가.

짚어 보자. 그는 펀드를 중심으로 연결된 ‘자금 흐름’이 “펀드답지 않다”고 했다. 펀드에 투자를 했으면 그 돈이 투자된 기업의 사업성과로 나타나야 하는데, 이리저리 돈만 왔다갔다 하는 모습이 영 마뜩잖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펀드가 문제가 아니라, 펀드가 코스닥 시장의 작전 자금에 활용된 것 같아 찝찝하다”고 지적했다.

코링크PE가 조성한 레드펀드·블루펀드·배터리펀드의 자금은 일반 펀드였으면 상상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서로 맞물려 있다. 코링크PE는 2017년 10월 우모(某) 전 대표로부터 더블유에프엠(WFM) 주식 100만주를 양수했는데, 당시 자사의 배터리펀드가 보유한 WFM 주식(50만주)으로 담보대출을 받고 자동차부품업체 익성으로부터 자금을 빌렸다. 2017년 말(2차전지와 관련 110억원 규모 시설투자 계획)과 올해 2월(군산 공장 신축을 위한 15억원 투자 계획) 공시한 것과 달리, WFM의 투자금액은 각각 70억원과 1억원에 그쳤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연기 관련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연기 관련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

업계에선 이를 전형적인 ‘무자본 인수합병(M&A)’의 모습으로 평가한다. 타인에게 자금을 빌려, 2차전지 등 테마를 바탕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려 한 정황이 보인다는 설명이다.

수천억을 굴리는 국내 굴지의 PE 대표는 “작은 돈으로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하고 주가를 띄우는 세력은 옛날부터 있었다”며 “WFM에서 보듯 이제는 그 세력에 PEF가 활용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모든 PE가 코링크 PE처럼 여겨지는 게 억울하다고 했다. 국민의 돈이 담긴 연기금의 수익을 불려 주기 위해 투자하는 ‘PE 본연의 업무’가 가려졌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작전용 사모투자펀드(PEF)는 “펀드답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업계에서 ‘펀드답지 않은 것’으로 지적되는 것은 또 있다. ‘한국형 헤지펀드’의 대표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과 관련된 것이다. 최대 1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환매 중단’이나 손실 가능성을 지적하는 것은 아니다. 금융상품에는 언제나 손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관심을 끄는 것은 이 운용사의 펀드에 담긴 기업들의 메자닌(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 증권) 발행과 관련된 것이다.

업계에선 모험자본을 공급한다는 명목 하에 사업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기업들의 메자닌이 남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임상 실패로 주가가 급락한 헬릭스미스 뿐만 아니라 리드(횡령 혐의), 에스모(최대주주 변경) 등 논란이 되는 기업 모두 메자닌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현금이 넉넉하지 않은 기업들이라 투자금액을 상환받기도 쉽지 않은데다, ‘리픽싱(전환가 하향) 후 보통주 전환’을 해도 약속된 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 관계자는 “전환가액 하향 조정을 남발해 물량 부담을 지우는 코스닥 시장 모습은 미국이나 일본 등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라며 “메자닌이 코스닥 무자본 M&A 세력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것도 보인다”고 했다.

최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해 ‘사모펀드 규제’를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설명에는 ‘사모 펀드에 대한 것’은 담겼으나, ‘펀드 답지 않은 것’에 대한 해결책은 빠져있다. 코링크 PE나 라임자산운용 메자닌펀드 논란 모두 코스닥 판 ‘쩐의 전쟁’의 부산물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