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스포츠팀] 자연이 만들어놓은 것 같은 골프 코스가 뉴질랜드 네이퍼의 절벽에 위치한 케이프키드내퍼스(Cape Kidnappers)다. 이 골프장은 2017년 월간지 <골프매거진>의 세계 100대 코스 44위에 오른 코스다. 한국에서 직항편이 있는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도착해 골프장까지 육로로 가기 위해서는 상당한 인내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네이피어까지 400킬로미터 이상을 운전해야 한다. 물론 네이피어까지 1시간여 걸리는 항공편을 이용할 수도 있다. 공항에서 골프장까지는 차로 30분 남짓이다.
케이프 키드내퍼스 입구에 도착하면 단출한 목재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다. 인터폰을 통해 예약을 확인하면 문이 열리고, 양과 소들이 노니는 목장과 관목 지대를 지나 8킬로미터 거리를 10분 이상 운전해 가야 한다. 클럽하우스는 작고 아담한 크기에 금속 소재로 지어져 있어서 실용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코스는 영국의 쿡 선장이 1769년 뉴질랜드에 처음 도착한 호크스 만(Hawke’s Bay) 동남쪽 끝 100미터를 훨씬 넘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지어졌다. 쿡 선장이 상륙했을 때 원주민 마오리족이 탄 카누가 그의 선원을 납치하려다 실패한 사건이 있어 이곳을 ‘납치자들의 곶 (Cape Kidnappers)’으로 불렀는데 코스 이름으로 채택되었다. 하늘에서 보면 마치 손가락을 펼친 듯한 해안 절벽 고원에 개개의 손가락 위로 또는 그들을 넘나들며 홀들이 펼쳐진다.
코스는 2007년에 개장했다. 미국의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줄리안 로버트슨 주니어 (Julian Robertson Jr)는 골프광으로 뉴질랜드를 여행하며 세계 최고의 골프 코스 건설을 꿈 꾸었다. 그 첫번째 결과물이 북섬 북동 해안의 카우리 클리프스(Kauri Cliffs)이고, 이보다 극적인 부지에 두 번째로 완공한 곳이 바로 케이프 키드내퍼스다. 코스가 자리한 지형은 지구상 그 어디에도 없을 것 같다. 또 세상 그 어디에도 이런 골프 게임을 할 수 있는 곳을 없을 것 같다. 실수로 그린을 미스한다면 볼이 해안 바위에 떨어질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정도다. 수시로 방향이 변하는 바람 속에 하늘과 계곡을 가르는 최고의 또는 최악의 샷을 만들게 되는 곳이다.
코스를 설계한 톰 독(Tom Doak)은 자연의 굴곡을 활용한 지형적 설계와 그린 주변 벙커를 이용해 난이도를 조정했다. 널찍한 페어웨이가 언뜻 만만해 보이지만, 실제 플레이에 들어가면 예상 못한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하지만 정확성이 높은 골퍼에게는 최고의 샷들을 허용한다. 난이도는 분명 높지만,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흥미로운 코스인 것이다.평범한 첫 두 홀을 지나, 계곡을 넘기는 파3 3번 홀에 이르기까지는 왜 이곳이 세계 100대 코스에 드는지 아직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이어지는 세 홀은 케이프 키드내퍼스에의 진면목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파5 4홀 티박스에서 서면 페어웨이 한가운데가 높이 솟아 그 너머가 보이지 않는 블라인드 샷이 펼쳐진다. 오른쪽 깊은 벙커를 피해 페어웨이 중앙으로 티샷을 한 후 멀리 바다가 보이는 페어웨이에 정확한 세컨드 샷을 한 다음,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나부끼는 핀을 향해 짧은 어프로치 샷을 보내야 한다.
‘갈라짐(split)’이라는 이름의 420야드 5번 홀 페어웨이는 깊게 파인 두 개의 벙커 좌우로 나뉜 페어웨이 가운데 하나를 골라 티샷을 보내야 한다. 오른쪽이 편해 보이지만 장타자라면 여유가 많은 왼쪽 페어웨이를 노리는 편이 낫다. 그린 양 옆으로 두개씩 놓인 깊은 벙커들 사이 비스듬히 꺾인 그린으로 드로우 샷을 구사해야 안정적인 투온에 성공할 수 있지만, 조금만 훅이나 슬라이스가 나도 볼은 깊은 벙커에 빠지기 쉽다. 코스에서 가장 어려운 홀로 통한다. 계곡 너머 널찍한 그린으로 정확한 우드 티샷을 보내야 하는 225야드 파3 6번 홀도 왼편으로 펼쳐진 푸른 바다와 함께 시각적인 즐거움을 안겨준다. 그린을 향해 걸어갈 때 눈앞에 펼쳐지는 호크스만의 전경은 먼 곳까지 온 보람을 확실히 느끼게 해준다.
10번 홀은 곧장 바다로 나아가 어프로치 샷을 할 때 그린과 핀 너머 수평선이 바라다 보인다. 그린은 절벽 끝에 놓여 있다. 그 다음은 깎아지른 절벽 너머 그린이 놓인 파3 11번 홀이다. 레이디티를 지나 블루티나 백티로 걸어가는 좁은 통로 양 옆은 100미터를 훌쩍 넘는 까마득한 절벽이다. 완만한 내리막 홀인 파4 12번 홀은 핀 뒤로 바다와 일자로 펼쳐진 수평선 때문에 가장 시원한 느낌을 준다. 페어웨이가 넓어 어렵지 않으면서 코스의 지형이 가장 잘 드러나는 홀이다.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그린으로의 어프로치 샷은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백 티에서 650야드에 달하는 긴 파5 15번 홀은 케이프키드내퍼스의 시그니처 홀로 꼽을 만 하다. 페어웨이를 따라 길게 이어지는 펜스 너머는 140미터 높이의 까마득한 절벽이고 오른쪽도 20미터 깊이의 계곡이어서 페어웨이를 지키는 두 번의 똑바른 샷과 완벽한 어프로치 샷만이 파나 버디를 가능하게 한다. 핸디캡 1번 홀이다. 코스의 클라이막스는 지났고, 이제 플레이를 마무리 할 때다. 앞 홀들의 여운 때문에 인상적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내륙으로 돌아 들어가는 짧은 파5 16번과 파4 17번 홀은 둘 다 S자 형태의 독특한 우 도그레그 레이아웃으로 적절한 전략 구사가 필요한 홀들이다. 마지막 홀은 티박스에서 보이지 않는 펀치볼 형태의 그린을 향해 가는 굴곡진 페어웨이가 인상적인 홀이다. 차분한 마무리를 선사한다.
20세기 초 대지진으로 도시가 파괴된 후 당시 유행하던 아르데코 양식으로 지은 건물들로 인기가 높다. 인근의 호크스만은 뉴질랜드 최고의 와인 생산지로 유명 화이트 와인 클라우디 베이(Cloudy Bay)를 생산한다. 코스 내 최고급 숙소 라지&케이프에 묵으며 호텔 식당에서 와인 테이스팅 메뉴를 함께 주문해 먹는다면 멋진 저녁이 될 것이다. 비수기에는 그린피 313뉴질랜드 달러이며 성수기에는 518 뉴질랜드 달러로 올라간다. 홈페이지에서 골프 티타임 예약이 가능하다. [사진과 글= 백상현 화이트파인 파트너스 대표, 골프 여행가] *이 글은 필자의 사이트 <세계100대 골프여행(top100golftravel.com)>에서 발췌했습니다. 필자는 전 세계 5대륙 900여 곳의 명문 코스들을 여행사 도움 없이 직접 부킹하고 차를 몰고 가 라운드 한 국내 최고의 골프여행 전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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