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전 지도부·계파 안팎 기싸움 기류 감지

-황교안 ‘박찬주 영입’ 내부 반발로 잠정 보류

-나경원 ‘표창 시상’ 여파…김무성 “아연실색”

-황교안·나경원 리더십에 타격 불가피 전망

-“당 민주적 분위기 증거” 일각 긍정평가도 있어

黃·羅 모두 내부비판에 ‘머쓱’…심상찮은 한국당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30일 오후 서울 건국대학교 상허연구관에서 ‘대한민국 국정대전환! 2030 G5를 넘어 2050 G2로’란 주제로 특강하기에 앞서 안경을 다시 쓰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자유한국당 ‘투톱’이 내부 인사들의 비판으로 거듭 몸살을 앓고 있다. 황교안 대표는 ‘박찬주 영입’, 나경원 원내대표는 ‘표창장 시상식’ 등의 행보로 나란히 논란이 됐다. 이로 인해 당 지도부 안은 물론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 간 해묵은 기싸움도 재차 감지되는 가운데, 총선에 앞서 주도권 다툼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한국당에 따르면 황교안 대표 체제의 ‘1호 인재’로 꼽힌 박찬주 전 육군대장의 영입이 미뤄졌다. 황 대표는 애초 이날 박 전 대장에게 임명장을 주고자 했다. 그러나 직전 당 최고위원들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어 무산된 것이다. 박 전 대장은 지난 2017년 공관병에게 가혹한 지시를 하는 등 갑질 의혹으로 수사를 받은 후 지난 4월 불기소됐다. 다만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는 벌금형을 받고 상고심 중이다. 당 최고위원들은 박 전 대장의 대외적 이미지가 ‘1호 인재’로 놓기에 좋지만은 않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영입설이 돈 직후 여론이 심상찮은 점을 근거로 들었다고 한다.

나 원내대표는 주로 비박계에서 연일 표적이 되고 있다. 그가 지난 22일 ‘조국 청문회 TF’에 관여한 전·현직 의원 14명에게 표창장과 50만원 상품권을 준 데 따른 후폭풍이다. 내부 잔치를 벌일 때가 아니었다는 지적이 많다. 국민에게 오만함으로 읽힐 수 있다는 비판도 일었다. 비박계 수장격인 김무성 의원은 전날 나 원내대표를 놓고 “앞에 쭉 불러내 줄 세우더니 표창장에 봉투까지 주는 것을 보고 아연실색했다”며 “‘미친것 아니냐’고 뒤에서 구시렁거린 소리가 그것”이라고 비판했다. 비박계에 속하는 조경태·정미경 최고위원 등은 나 원내대표를 향해 공개사과를 요청하기도 했다.

黃·羅 모두 내부비판에 ‘머쓱’…심상찮은 한국당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이렇듯 한국당 분위기가 줄곧 심상찮은 데는 내년 총선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 안, 각 계파 간 공천 기싸움이 곧 벌어질 전망인데, 이에 따른 전초전이란 것이다. 특히 황 대표의 리더십은 이번 ‘박찬주 영입’ 후유증으로 인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말도 나온다. 총선에 앞서 ‘황교안의 사람’을 당내로 들이려는 첫 시도가 가로막힌 모양새여서다. 당 대표 주도의 인재 영입 계획이 공식 발표가 되기 전 당 최고위원들에게 제지를 당한 모양새는 이례적이다. 황 대표는 박 전 대장 영입을 위해 대전에서 직접 대면했다. 그만큼 영입에 공을 들인 인사였다.

나 원내대표도 난감한 상황이다. 한국당은 총선에 앞서 오는 12월 원내대표 경선을 할 예정이다. 비박계는 나 원내대표 당선에 친박계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총선에 앞서 그들과 가까운 새로운 원내대표 추대를 염두 중인 분위기다. 비박계의 즉각적인 성토가 이에 따른 ‘흔들기’ 일환이란 것이다. 나 원내대표 측은 내심 당헌당규에 따른 연임을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의 초선 의원은 “벌써부터 불꽃이 튀는데 연말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우려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했다.

한편 한국당 내에선 이같은 ‘몸살’이 되레 당의 건강함을 보여주는 지표라는 말도 나온다. 당 핵심 지도부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 민주적 분위기가 있다는 의견이다. 김세연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서 특히 박 전 대장의 영입이 보류된 일을 놓고 “당의 판단 능력이 아직 살아있다는 점에서 안도되는 대목”이라며 “정부여당의 ‘조국 사태’와 비교한다면 (국민 목소리에 대한)우리의 판단이 좀 더 빠른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