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 40년·대표 25년 마침표…후배양성 나설듯
국내 최장수 CEO가 조용한 은퇴를 택했다.
31일 한샘에 따르면, 최양하(70) 회장이 이날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최 회장은 다음날인 11월 1일 사내 월례조회를 통해 직원들에게 회장직을 내려놓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한다. 그의 임기는 지난 2018년 3월 8번째 연임에 성공, 2021년 3월까지다.
최 회장은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퇴임 날짜를 미리 언급하지 않았다. 또 업무공백을 최소화 하기 위한 준비도 물밑에서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이 대학(서울대 금속공학과) 졸업 후 1976년 들어간 첫 직장은 대우중공업(현 두산인프라코어). 3년만에 사표를 내고 ‘하꼬방’같은 싱크대 회사의 생산과장으로 옮겼다. 지금으로 치면 반듯한 대기업에서 신생 스타트업으로 전직이란 모험을 감행한 것이다.
무모한(?) 결정에 대해 그는 뒷날 “신흥재벌을 한번 일궈보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많은 직장인들이 당시엔 그랬다”고 밝힌 적 있다.
직장인으로서 그의 걸어온 길은 대부분 신화다. 국내 500대 기업 중 전문경영인 대표 재직 25년으로 가장 길다. 입사 당시 매출 10억여원이던 한샘은 2조원대의 종합 홈인테리어기업이 됐다. 이밖에 가구업계 1위, 업계 최초 매출 1조·2조원 달성, 상장(2002년) 후 시가총액 50배 돌파, 2001년 2/4분기부터 2019년 2분기까지 73개 분기 연속 흑자….
샐러리맨 맏형으로서 그가 직장인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회사 일을 내 일처럼 하라는 것.
“회사에는 두 부류의 사람밖에 없다. 주인이냐 머슴이냐. 주인으로 일하면 주인이 된다. 주인은 스스로 일하고 머슴은 누가 봐야 일한다. 주인은 힘든 일을 즐겁게 하고 머슴은 즐거운 일도 힘들게 한다.”
위기를 기회로 보는 것, 남다른 안목과 혁신성 등도 최 회장이 가진 성공 비결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부엌가구 전문회사에서 거실·욕실가구로 사업 확장해 매출 1000억원을 이끌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땐 ‘인테리어키친(IK유통)’ 사업을 시작해 영업이익을 66%나 높였다. 2014년 이케아의 국내 진출 땐 홈퍼니싱과 결합한 복합매장 사업으로 매출 2조원(2017년)을 달성했다.
또 가구를 파는 게 아니라 ‘공간을 판다’는 사업전략도 창안했다. 침대가 아닌 침실, 부엌가구가 아니라 가족이 소통하는 공간 등이 그런 예다.
그는 “우리는 ‘생각하는 방법’, ‘일하는 방법의 변화’를 더욱 더 발전시켜야 한다. 그것이 한샘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며 자신과 임직원들의 변화를 촉구해 왔다.
최 회장은 향후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샐러리맨으로서 창업 못지 않은 이력을 바탕으로 후배 기업인 양성과 교육사업 등에 나설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최 회장의 후임은 역시 전문경영인인 강승수(54) 부회장이 맡는다. 그는 조만간 이사회를 통해 신임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조문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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