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어라 마셔라’ 취하기 위해 즐기던 우리나라 음주문화가 바뀌고 있다. 회식과 2차 문화가 줄어들고 있는 반면, 홈술과 혼술, 소용량, 저도주 등 ‘편리하게 즐기는 술’이 인기를 얻고 있다.
수제맥주 및 맛으로 마시는 술과 같이 ‘개성있게 즐기는 술’이 국내 애주가들의 새로운 니즈로 떠오르며 희석식 소주와 대량생산 맥주 양자택일의 구도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그 지각변동의 한 축을 차지하며 분주히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 있다. 오랜 기간동안 ‘올드하다’는 이유로 시장의 외면을 받았던 우리나라 전통주 시장이다. 국내에는 지난 9월 기준 1234개의 양조장이 등록돼 있으며, 이들이 만드는 전통주도 최소 2000종에 이른다.
2017년 기준 9조2500억 규모의 국내 주류시장에서 0.4%의 미미한 점유율을 차지하던 전통주가 최근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소비자가 선호하는 주종의 전통주 비율이 전년대비 5.1% 상승하는 등 유의미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통주는 한 때 국가 전체 세수(稅收)의 30%를 차지할만큼 비중이 컸지만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며 다른 술에 자리를 빼앗겼다. 다시는 주류(主流)가 되지 못했던 우리 고유의 술문화가 이제와서 대중의 눈길을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통주가 최근 음주 트렌드인 ‘편리하게 즐기는 술’과 ‘개성있게 즐기는 술’에 딱 부합하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전통주는 2017년 7월부터 국내에서 온라인 통신판매가 가능한 유일한 주류(酒類)가 됐다. 그 어떤 술보다 가장 편리하게 인터넷 주문을 통해 구할 수 있어 편리한 음주의 주축인 혼술과 홈술에 최적화된 것이다.
전통주는 탁주와 약주, 증류주, 과실주, 기타주류 등으로 다양한 특징의 주종으로 구성돼 있고, 이 안에서 도수 높은·낮은 술, 산미가 있는 술, 단 술, 드라이한 술 등으로 나뉘어져 그 어떤 소비자의 입맛, 상황, 개성도 맞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주는 음주문화에 다채로움을 더해주는 매력이 있다. 하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2000여종이 넘는 우리 술 중에서 맛있는 술이 굉장히 많은데,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에 온라인 판매가 허가된 900여 종의 전통주 가운데 해당 계절에 가장 잘 어울릴만한 술을 선별(큐레이션)해서 일정 간격으로 고객에게 보내주는 서비스도 나왔다.
전통주 시장은 여느 레드오션 시장처럼 고객을 뺏고 빼앗기는 시장이 아니다. 전통주 업계 관계자들이 의기투합해 전통주의 매력을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알리며 시장파이를 함께 키워나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 현재 전통주 시장의 성장세가 반짝 유행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전통주의 다양성이 ‘선택의 어려움’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업계의 콘텐츠 제작 및 마케팅의 양과 질도 향상돼야 한다.
온라인 판매뿐 아니라 각종 주점 및 대형마트에서의 오프라인 접근성 또한 용이해져야 한다. 산업화시대의 천편일률성에서 벗어나 색다름과 편리성을 추구하는 시대의 요구에 맞춰 업계 관계자를 비롯해 새로운 음주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관심과 노력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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