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통하지 않고 직접 투자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유망 자산들에는 이미 ‘내가 사겠노라’며 글로벌 투자자들이 몰려드는데, 국내기관이 직접 자산을 물색하고 심의하고 자금까지 쏘는, 일련의 긴 시간을 기다려 주지 않아요.”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증권사(초대형IB)들은 국내 기관들에게 제공하는 대체투자 중개서비스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최근 몇 년 해외 부동산 자산을 총액 인수하고, 여기에 일정 마진을 붙여 국내 연기금, 공제회, 보험사 등 국내 기관에 재매각(셀다운)하는 방식으로 돈을 벌었다. 하지만 고객인 기관들 사이에서는 ‘굳이 수수료까지 주면서 증권사를 거쳐야 하나’ 하는 불만이 퍼지기도 했다. 그래도 대부분의 증권사는 담담했다. 아직까지는 증권사의 ‘수수료 플레이’가 시장에 먹힌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관에 재매각할 용도로 수익증권화된 해외 부동산투자 물량이 1조원 이상 시장에 누적되면서 증권사들도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자산의 성격이나 투자 구조에 대한 차별화 포인트가 없어, 중개시장이 ‘레드오션’화 한데 따른 위기감이다.

이에 따라 한 대형증권사 부동산투자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증권사들이 ‘자본차익 플레이’로 승부를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순히 자산 검증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을 서비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과 함께 투자하며 리스크를 나눠지는 구조다. 예컨대, 총액인수한 부동산 자산의 수익증권을 보통주와 우선주로 구분한 뒤, 보통주의 일부분을 증권사가 자기자본으로 투자하는 방식이 고려될 수 있다. 우선주에 투자할 경우 향후 자산을 매각한 뒤 생길 자본차익에 대한 기대는 접어야 하지만, 대신 보통주에 투자한 증권사를 딛고 안정성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다. 증권사로서는 리스크가 높아지지만, 추후 자산매각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미 미래에셋대우, 하나금융투자, 메리츠종금증권 등이 이같은 구조로 영업에 나서고 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위험 부담을 더 져야 하는 새로운 판이 달갑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부동산 자산에 자본이 묶이면서 위험값이 높아지고, 그 결과 건전성 지표인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이 떨어져 또 다른 자산에 투자할 총알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점은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자연스레 자산에 대한 리스크 검증의 정도를 높이게 될테니, 고객인 기관은 물론 그 수탁자인 국민들에게는 긍정적인 일이다. 단순히 배만 빌려주던 증권사가 앞으로는 항해사가 되어 같이 항해를 하는 셈이다.

올해 해외 부동산 투자와 관련한 뉴스를 돌이켜보면, 프랑스 파리 등 글로벌 도시를 주름잡고 있다는 환호에서 시작해 부실 실사로 얼룩진 잡음으로 마무리되는 듯하다. 변화에 나선 증권사들이 내년에는 이름을 걸고, 고객을 위한 진검승부에 나서 주길 기대한다.

최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