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5G 신수요에 D램 가격 상승세
메모리반도체 실적개선 가속도
자동차
완성차 생산량 2.3% 증가 전망
친환경차 수요 증가가 긍정 요인
석유화학
수출, 신증설 설비 본격가동 기대감
정유업계 환경규제 대응 준비 잘돼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주력 제조업종인 반도체·자동차·석유화학 업종은 지난해 글로벌 경기악화의 후폭풍으로 힘겹게 한 해를 버텨냈다.
하지만 2020년 올해는 실적개선의 희망이 엿보인다.
5세대 이동통신(5G) 시장 확대는 반도체 시장에 새로운 수요 창출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자동차 시장 역시 신흥국 시장 회복과 친환경차 수요 증가가 기대감을 키운다.
석유화학 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하락국면이 점쳐지고 있지만 업계의 생산설비 신·증설을 통한 ‘규모의 경제’ 기대감과 신 시장 개척 등의 노력이 이를 상쇄해 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반등, 한국 경제 구할까=올해 한국 경제에 그나마 희소식은 반도체 반등 기대감이다.
2018년까지 슈퍼사이클(초호황)을 구가했지만 메모리반도체 가격하락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떨어지고 재고가 넘치면서 수요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지속된 탓이다.
그러나 올해 반도체 업계는 미중 무역분쟁이 완화되고 5G(5세대 이동통신) 등 새로운 수요 발생으로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 D램 현물가격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작년 11월 고정거래가격 2.94달러를 돌파했다. DDR4 8Gb D램 현물가격은 작년 12월 중순 3.02달러로 저점 대비 10.6% 상승했다.
현물가격은 고정거래가격의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올해 1월 또는 1분기부터 서버 D램을 필두로 고정거래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반도체 시장통계기구(WSTS) 역시 2020년 반도체 시장이 반등할 것으로 봤다. 작년 글로벌 반도체 매출액이 12.8% 감소했지만, 올해는 5.9% 증가한 433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세계 메모리반도체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전자는 해마다 연초가 전통적 비수기인 점을 고려하면 올해 1분기에도 6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내겠지만, 반도체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하면서 2분기에는 8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이어 올 3분기부터는 영업이익이 다시 10조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반도체 업턴(상승국면)은 한국 경제 회복의 마중물로 여겨진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작년(2%)보다 0.4%포인트 높은 2.4%로 전망했다. 그 근거로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불확실성 해소 및 글로벌 경기 저점 탈출 조짐과 반도체 업황 회복을 들었다. 올해 수출(3%)과 설비투자(5.2%)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 것도 반도체 회복에 기댄 측면이 컸다.
어규진 DB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중 무역분쟁이 완화되는 분위기가 감지되며 고부가가치 DDR4를 중심으로 D램 가격 반등이 시작됐다”며 “올해 1분기 D램 가격이 반등하기 시작할 것으로 봤으나 반등세가 예상보다 빨라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자동차, 시장 둔화 한풀 꺾이나=올해 국내 자동차 산업은 세계 경기 둔화와 수요 축소, 과잉공급으로 침체 국면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신차 효과와 원화 약세, 친환경차 수요의 증가세로 둔화 폭이 다소 완화할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1일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2020년 주요 산업별 경기 전망과 시사점’에 따르면 올해 국내 완성차 업체의 생산 규모는 지난해보다 약 2.3% 증가한 387만대다.
이 가운데 내수는 1.3% 소폭 증가한 151만대 수준으로 예측됐다. 민간소비 위축 전망에도 정부의 확장적인 재정 정책과 저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 완화 등이 판매 증가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수출 예상 규모는 239만대다. 지난해보다 1.6% 증가한 수치다. 선진국의 높은 자동차 보급률과 함께 차량공유 서비스의 확산으로 신차 수요는 지난해에 이어 큰 성장세를 이어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영업지표 개선에 힘입어 신차사이클 2년차를 맞는 현대·기아차의 판매 증가세는 제한적이지만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러시아·브라질 등 신흥국의 전반적인 회복 기대감과 선진시장의 내연기관 수요 부진에 따른 EV(전기차) 판매의 증가가 이유로 꼽힌다.
현대·기아차는 노후화한 주력 세단의 교체에 이어 올해도 SUV를 비롯한 신규 모델의 출시를 통해 세그먼트별 풀 라인업을 구축한다.
유럽에서 본격화하는 환경 규제의 수혜도 예상된다. 올해부터 유럽 내 완성차 업체들은 새로운 탄소배출 규제에 부합하는 차량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경쟁력 있는 업체의 수혜와 기술적으로 뒤처진 업체의 도태가 예상된다.
지난해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빠르게 EV 판매 볼륨과 점유율을 키웠다. 실제 지난 2014년 15위였던 글로벌 EV 점유율은 올해 연간 기준 5위까지 치솟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배터리팩부터 모터까지 구동 시스템 전반의 내재화를 이룬 업체는 미국 테슬라와 중국 비야디(BYD), 그리고 현대·기아차가 유일하다”며 “현대·기아차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신차를 2021년 출시한다고 밝힌 만큼 내년에도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판매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 다운사이클…친환경 돌파구=2018년부터 하락세에 접어든 석유화학 시장은 올해도 크게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미-중 무역분쟁을 시작으로 최대 시장인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된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주요 제품의 생산능력 확대로 인한 글로벌 공급량 증가는 수요를 상회하고 있어, 국내 업계들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 석유화학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수출은 신증설 설비 정상가동에 따른 수출물량 확대에도 불구하고, 유가 하락에 의한 제품단가 하락, 미-중 무역분쟁 영향으로 글로벌 수요가 둔화되며 전년대비 15.2% 감소한 424억달러로 전망됐다.
이에 반해 올 수출은 신증설 설비 가동이 본격화되고, 아세안 등 수출 시장 다변화 노력이 효과를 발휘하며 전년비 2.7% 증가한 436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정유업계는 석유화학업종에 비해 그나마 전망이 나아보인다.
최대 변수인 국제유가가 배럴당 50~70달러 수준의 안정화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전세계 모든 선박유의 황함량을 0.5% 미만으로 규제하는 ‘IMO(국제해사기구) 2020’ 조치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정유업계는 지난해 이미 감압잔사유탈황설비(VRDS) 도입 등 사전 대응 채비를 갖춘데다, 해운업계가 탈황 스크러버 설치 시기를 놓치며 저유황유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며 국내 정유업계에 기회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유재훈·천예선·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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