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미만 노동자 대비 30년 이상임금 3.3배…OECD국가 최고

정부, 호봉제 민간 확산 시동…“직무·능력 중심 임금체계로”

[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 국내기업 10곳 가운데 6곳이 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오르는 호봉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에 과거 고도성장 시기의 낡은 임금체계인 호봉제 대신 직무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급제의 민간 확산을 추진키로 했다.

[헤럴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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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국내 100인 이상 기업의 호봉제 비율은 58.7%였다. 100인 이상 기업의 호봉제 비율은 2016년 63.7%에서, 2017년 60.3%, 2018년 59.5% 등을 해마다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300인 미만 사업장은 호봉제를 유지하는 비율이 16.9%이었으나 300인 이상 사업체는 호봉제 비율이 60.9%에 달해 사업체 규모가 클수록 호봉제 비율이 높았다.

호봉제로 인해 국내 기업은 오래 다닐수록 임금이 오르는 비율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15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30년 이상 근속 근로자가 받는 임금은 1년 미만에 비해 3.3배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유럽연합(EU) 15개국 평균과 비교하면 약 2배, 한국과 비슷한 임금체계를 운영 중인 일본(2.5배)과도 차이가 컸다.

호봉제로 대표되는 연공급 임금체계에서 고령화는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늘렸고, 이는 청년채용 여력 감소와 고령자의 조기퇴직으로 이어졌다. 고용부 관계자는 “과거 고도성장기에는 기업들이 호봉 상승으로 임금이 자동으로 오르더라도 감당할 수 있지만 경제성장률이 연 2%대인 저성장 기조에서 호봉제는 청년 신규채용 축소와 중·고령자 조기퇴직 등의 문제를 초래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근속 기간이 긴 정규직과 그렇지 못한 비정규직, 호봉제 중심의 대기업과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도 확대됐다. 지난해 300인 이상 대기업 정규직의 월 평균임금을 100원이라고 했을 때 대기업 비정규직은 63원, 중소기업 정규직 57원,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42원을 받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노동시장 이중구조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고용부는 이 같은 연공급 중심의 임금체계는 과거 고도성장 시기 노동자의 장기근속을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기업도 성장 과정에 있어 감당할 수 있었으나 저성장 고령화 시대에는 맞지 않다고 보고 직무급 중심으로 임금체계 개편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고용부는 직무급 도입을 위한 직무평가 수단이 개발된 공공, 철강, 보건의료, 정보기술(IT) 등 8개 업종의 기업이 직무급 도입을 희망할 경우 전문 컨설팅을 지원하는 직무 중심 인사관리체계 도입 지원사업을 실시하기로 했으며 올해 4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다만 임금문제는 노사 자율의 영역이라 강제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만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 의제·업종별 위원회 등을 통해 노사정간 사회적 공감대를 넓히기 위한 노력 또한 함께해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