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3 이후 무주택자 차입확대

담보가치 올라 LTV 규제 상쇄

한은 기준금리 인하도 거들어

중기대출도 부동산 관련 많아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지난해 국내 금융그룹들이 최대 실적을 거둔 배경에 ‘이자이익’의 입지는 굳건했다. 정부가 집 사는 수요를 막겠다며 대출에 빗장을 걸었지만, 집값이 무섭게 오르면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규모는 더 커졌다.

10일 헤럴드경제가 4대 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은행)의 원화대출 내용을 분석한 결과, 핵심 대출 항목인 주담대의 비중이 일제히 높아졌다. 이들 은행의 지난해 말 주담대 잔액은 363조3525억으로, 1년 전보다 7.1%(24조원) 불어났다.

주요 은행들 가운데 주담대 규모가 가장 작은 하나은행의 증가폭이 가장 두드러졌다. 이 은행의 지난 연말 주담대 잔액(83조2492억원)은 1년 사이 10.5% 늘었다. 신한은행(9.6%)과 우리은행(6.1%)의 주담대 증가폭은 2017~2018년(5% 내외)보다 높아졌다. 이미 주담대 잔액이 100조원을 넘어선 국민은행은 3% 늘어나는데 그쳤다.

지난해 초에는 은행들의 핵심 먹거리인 주담대 성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정부가 2018년 9월 종합부동산대책(9·13 대책)을 내놓으면서 1~2주택자들의 주택구입 목적의 대출이 사실상 막혔기 때문이다. 당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투기를 위해 은행 돈을 빌려 주택을 구입하는 것을 막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되자 집을 갖고 있지 않은 무주택자들이 움직였다. 이들은 40~60% 수준의 담보인정비율(LTV)을 지렛대로 비교적 규제에서 자유로운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매매에 나섰다.

게다가 주택가격이 지난해에도 줄곧 오름세를 보이면서, 신규 주담대는 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늘어났다. 국민은행 리브온 통계를 보면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8억9800만원으로, 그해 1월(7억원)보다 2억원 가까이 올랐다. 중위가격은 주택 매매가를 순서대로 나열해서 중간에 자리잡은 가격을 의미한다.

한 시중은행 투자자문 담당자는 “부동산 가액 자체가 늘어나기 때문에 주담대 가능액수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집값이 오르고 거래가 급감하지 않는 이상 (주담대 증가를) 막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작년 한국은행이 2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내린 건 ‘불에 기름붓는’ 꼴이 됐다는 분석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은행권 주담대(신규 취급액 기준) 금리는 2.45%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지난해는 30대를 실수요자들이 금리 인하를 활용해 집을 많이 산 것으로 파악된다”며 “서울만 보면 지난해 4분기로 갈수록 아파트 매매에 드는 금융비용이 더 줄었다는 통계도 있다”고 말했다.

주담대 ‘불패’ 신화는 올해도 도전에 직면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내놓은 12·16 대책에서 주택대출 조건을 보다 좁혔다. 9억원이 넘는 주택을 가진 이들은 아예 전세대출에 손을 못대게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LTV가 전체적으로 또 줄어들었기 때문에 올해는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규제가 심한 서울, 수도권 이외에서의 주택 거래와 대출이 커버하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개인신용대출과 기업대출을 통한 부동산 자금공급 확대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주담대 규제 이후 신용대출과 중소기업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중소기업 대출 상당수는 부동산 관련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