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공영방송 BBC는 10일(현지시간) ‘기생충: 서울의 지하에 사는 진짜 사람들(Parasite: Life in Seoul’s basement apartments)‘이라는 르포기사를 통해 “영화 기생충은 허구의 작품이지만, 지하는 현실”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주간지 푸레뉴스에서도 현지르포 ’반지하 아파트의 생활실태‘라는 제목으로 일본에서 기생충의 흥행을 계기로 관심이 커진 한국의 ’반지하‘를 다뤘다.

한국영화 기생충이 칸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관왕을 달성하면서, 영화의 배경이 된 ’반지하‘에 대해 해외 언론의 관심이 크다. 흥미로운 건 외신들은 반지하를 아파트에 있는 주거양식으로 묘사한다는 점이다. BBC는 반지하를 아파트에 있는 ’semi-basement‘라고 묘사했고, 일본 언론들도 아파트의 반지하로 소개했다.

흥미로운 건 우리나라를 제외한 해외 대부분 국가에서 반지하를 아파트에 있는 저소득층 주택으로 소개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가장 지배적인 주거유형인 아파트는 중산층 주택으로 발전했다. 건축법상 연면적 660㎡를 초과하면서 5층 이상인 주택으로 반지하가 있는 곳은 거의 찾을 수 없다.

한국에서 반지하를 찾으려면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다가구주택 밀집지역으로 가야 한다. 아파트보다 훨씬 열악한 주거유형이다. 연립주택은 1개동에 연면적 660㎡초과이면서 4층 이하로 짓는 주택을 말한다. 다세대는 연립주택과 660㎡이하란 점만 다르다. 다가구주택은 다세대와 달리 개별 등기를 할 수 없다. 건축법상 연면적 330㎡이하, 3층 이하로 지어야 한다.

대한민국에선 1960~70년대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하면서 서울 등 도심에서는 주택이 크게 부족했다. 주택보급률 70% 내외 수준의 당시 상황에서 급증하는 가구는 다른 가구의 주택에 셋집의 형태로 사는 게 일반적이었다. 단독주택 한켠에 방과 부엌을 빌려 쓰는 셋방 형식이다.

1970년대부터 집주인들은 단독주택을 지으면서 임대공간을 적극적으로 포함시켰다. 2층 이상으로 지으면서 맨 윗층은 주인이 살고 저층은 임대를 놓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1980년대 중반 큰 변화가 생겼다. 무차별적으로 임대주택을 짓다 보니 임대거주자의 주거환경이 너무 열악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1984년 건축법을 개정해 각 세대에 필요한 방, 거실, 부엌, 화장실 등 기본 구조를 갖추도록 하고, 층별로 구분해 등기할 수 있도록 했다. 개별 등기가 가능한 ’다세대주택‘이 탄생한 것이다.

이때 지하층에 대한 규정도 완화됐다. 정부는 앞선 1970년 건축법을 통해 전시에 방공호 또는 진지 등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건물 신축시 지하실을 의무적으로 짓도록 했다. 집주인들은 처음에는 창고 정도로 쓰다가, 임대수요가 늘자 이를 개조해 임대를 놓았다.

정부는 1984년 건축법 개정으로 지하층에 해당하면서도 올라오는 부분을 만들 수 있도록 해 채광, 환기 등 생활환경이 좋아지도록 했다. 집주인 입장에서 반지하는 지하실로 규정돼 높이 제한에 걸리지 않았고, 층수에 산정되지도 않아 유리했다. 법적 허용 높이인 지상 4층에 반지하를 넣어 5개층으로 건축하면 월세를 조금이라도 많이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이런 형식의 주택이 빠르게 늘어났다.

하지만 반지하는 채광, 환기 등이 좋지 않고, 습기가 많아 거주공간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곰팡이도 많아 특유의 ’냄새가 사라지지 않는다. 밖에서 방안이 훤히 들여다 보여 프라이버시 문제도 심각하다.

정부는 반지하를 계속 줄여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대신 도시형생활주택 등 다른 형식의 서민용 주거공급을 늘릴 계획이다. 서울시는 실제 2010년 신규 건축물에 대해 반지하 신축 금지 정책을 만들었다. 신규 주택 보급과 재개발 등이 진행되면서 반지하 비율은 계속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이는 이미 효과를 내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2018년 주거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 가구의 1.9%가 지하나 반지하, 옥탑방에 살고 있다. 가구수로는 38만 가구로 2010년 4.0% 때와 비교하면 반지하 가구가 크게 줄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일한 건설부동산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