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창훈 기자] 엔화 약세라고 해서 모든 기업이 피해를 보는 건 아니다. 엔화 부채가 많거나 일본에서 중간 설비를 들여오는 기업 입장에서는 엔화값이 떨어지는 게 유리하다. 수출 기업은 힘들어지지만 내수 쪽은 엔저를 기회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엔저를 활용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정책 대안을 마련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엔화 가치가 하락할 때 일본 설비를 들여와 투자를 확대하는 기업에 세제혜택과 재정지원 등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면 설비투자 증가→고용 확대 →내수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종의 ‘발상의 전환’이다.

기업들의 환 위험 관리는 환율 변동이 극심할 때 정부가 쓸 수 있는 대표적인 ‘미시 대책’이다. 정부는 이달 중 발표할 ‘엔화 약세 대응 방안’에 환 위험 관리가 취약한 수출 중소기업에 정책자금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도 담기로 했다. 또 중소ㆍ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엔화 약세를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과 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알린다는 방침이다.

중소기업청은 무역보험공사와 함께 내년부터 ‘수출역량 강화사업’에 참여하는 기업 1500여개사를 대상으로 무역보험 가입을 지원하고 이달과 11월에 중소기업의 수출입 담당 직원을 대상으로 한 환위험 관리 설명회를 잇따라 개최할 예정이다.

무역보험공사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중소기업의 환변동보험 대상 수출계약금은 총 683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1조4825억원)의 47%에 불과할 정도로 이용률이 저조하다.

정부가 이같은 미시 대책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건 외환시장에서 엔화 약세를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원ㆍ엔 환율은 미국 달러화에 연동되는 재정환율로 결정된다. 원ㆍ엔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장이 없어 원ㆍ달러 환율과 엔ㆍ달러 환율을 바탕으로 원ㆍ엔의 가치가 정해지는 구조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해 원화가치를 떨어뜨림으로써 엔화값 하락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최근 “원/엔 환율의 지속적 하락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최근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한 적 있다.

하지만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여부는 경기상황, 가계부채 등 고려해야 할 것이 많아 ‘엔화 변수’만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엔저의 근본 원인은 일본 중앙은행의 파격적인 양적완화와 함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기준금리 조기 인상론으로 가속화한 최근의 달러화 강세 흐름이다.

내부적으로는 한국 경제의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도 엔저의 요인이다. 내수회복이 늦어지다 보니 수출과 수입간 격차가 좁혀지지 않아 생긴 문제다. 결국 내수 경기가 회복돼야 엔저도 해결된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엔저를 투자 확대의 기회로 활용하자고 얘기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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