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닌(떫은 맛)이 풍부한 와인은 육류와 양념 요리에 잘 어울린다. 디저트 또는 에피타이저엔 당도 높은 와인을 주로 곁들인다. 이처럼 특정 음식과 궁합이 맞는 주류를 함께 제공하는 ‘푸드 페어링’은 미식에 관심 있는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개념이 됐다.
술과 음식만 궁합이 있는 게 아니다. 육류와 채소류, 해산물 각각에 맞는 물이 따로 있다. 심지어 육류도 종류에 따라 궁합이 맞는 물이 따로 있다고 고재윤 교수는 말한다.
“육류는 미네랄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를 채워주고 소화를 촉진해줄 수 있는 탄산수를 곁들이는 게 좋아요. 티벳 고산지대엔 채소가 없다보니 티벳인들은 육류를 주로 섭취하면서 미네랄 부족을 겪었죠. 그러다 미네랄이 풍부한 보이차를 마시기 시작하면서 장수의 길이 열렸어요.”
먹는 샘물은 일반 생수와 탄산수로 나뉜다. 탄산수는 천연 탄산수와 인공 탄산수로 나뉘는데, 우리가 즐겨마시는 탄산수 대부분 정제수 등에 탄산을 인공적으로 주입해 만든 인공 탄산수다.
탄산수는 함유한 탄산가스 양에 따라서도 종류가 나뉘는데, 이 탄산 함유량에 따라 음식과의 궁합도 달라진다고 고 교수는 말했다.
탄산 함유량이 ℓ당 0~2.5㎎인 약한 기포성 탄산수 ‘에퍼베센트(effervescent)’는 채소 요리와 잘 어울린다.
이보다 탄산 함량이 한 단계 더 높은 ‘라이트(Light)’ 탄산수(2.5~5㎎/ℓ)는 생선요리와 해물찜, 양념하지 않은 오리고기나 돼지고기 등에 곁들이기에 좋다.
탄산 함유량 5~7.5㎎/ℓ 수준의 ‘클래식(classic)’ 탄산수는 소고기 또는 양고기 스테이크, 양념한 돼지고기·오리고기 등에 어울린다.
가장 탄산이 강한 ‘볼드(bold)’ 탄산수(7.5㎎/ℓ 이상)는 비린맛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 전채요리와 최고의 궁합을 자랑한다.
한국인의 ‘소울푸드’ 치킨은 양념한 것은 클래식과, 양념하지 않은 것은 라이트 탄산수와 어울린다.
다만 탄산수는 한국인에게 식수로는 적당하지 않다. 기름진 육류를 상대적으로 많이 섭취하는 유럽인은 식수로 탄산수를 즐기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인은 곡류와 채소, 해산물 섭취량이 많기 때문에 이미 미네랄을 충분히 섭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탄산수는 미네랄도 많지만 탄산가스가 소화를 촉진하는 기능을 해 과식의 위험도 있다고 고 교수는 지적했다.
음식과 어울리는 물을 포함해 ‘좋은 물’을 마셔야 하는 이유를 고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가 방금 마신 물이 얼마나 오래 우리 몸에 남아 있을까요? 3시간? 3일? 아니, 무려 3개월이나 남아 있어요. 우리 몸에서 혈액도 순환시키고 산소와 영양분도 공급해주고 하다가 3개월 뒤에 빠져 나가죠. 우리 몸에서 그렇게 오래 머무르며 생존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데, 당연히 좋은 물을 마셔야 하지 않을까요?”
다음은 고 교수가 제안하는 ‘좋은 물’ 고르는 방법이다.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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