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치사에서 2019년이 사라졌다. 지난해 국회를 지배했던 패스트트랙 중 절반인 선거법 개정안이 민주당의 비례정당 참여 선언으로 졸지에 의미 없는 행위가 되고 만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들고나온 구호 중 하나는 “야당 심판”이다. 구체적으로 조국 전 법무 장관이 구상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그리고 연합 세력에게 반대급부로 제시했던 연동형비례제도 도입을 보수 야당, 특히 당시 자유한국당이 국회법이 금지한 물리력까지 동원해 막으려 했으므로 이들을 심판해야 한다는 여당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 명분은 더 이상 성립하기 어렵게 됐다. 민주당이 스스로 선거법을 무력화시켰기 때문이다. 두 거대 정당의 비례위성정당 창당은 사실상 개정 선거법의 핵심인 연동형 제도를 의미없는 것으로 만들었다. 그나마 미래통합당은 개정안에 반대했고, 그래서 대응 차원에서 만들었다는 변명거리라도 댈 수 있지만, 선거법 처리를 밀어붙였던 민주당은 이마저도 힘든 상황이다. 한마디로 주자간 합의가 필수인 ‘게임의 룰’을 한쪽의 힘만으로 밀어붙이다 이 사단이 난 셈이다.

문제는 도로아미타불이 된 선거법의 후폭풍이다. 당장 여당 의원들의 대이동이 불가피하다. 앞서 미래통합당에서 미래한국당으로 6명의 현역의원이 당적을 바꾼 것처럼, 민주당에서 비례연합정당으로 수십명이 넘어가야 한다.

심지어 지역구와 같이 ‘기호 1번’을 차지하려면 민생당이 동참하지 않는다는 가정에서는 그 숫자가 20명이 넘어야 한다. 선거를 불과 30여일 앞둔 시점에서 현역 의원들의 대이동은 결코 유리하지 않은 행위임에는 분명하다.

또 그럴듯한 변명거리도 만들어야 한다. 비례정당을 만든 것 자체는 “앞으로 4년을 위한 선택”으로 해명하겠지만, 이런 사단의 원인을 만든 패스트트랙, 선거법 처리 강행에 대한 별도의 답도 필요하다. 선거 과정에서 상대방 후보, 그리고 유권자들은 분명히 물어볼 것이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조국 논란을 꺼리는 집권여당에는 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후 인증샷을 다정히 남기고 심지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의원들이라면, 꼭 준비해야 할 답변이다.

선거 후 비례연합정당의 처리도 선거와는 별개로 정치권이 책임지고 답해야 할 문제다. 우선 먼저 비례정당을 만든 미래통합당은 선거 후 합당 원칙을 밝혔다. 비례연합에 참여하는 민주당 역시 답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다. 복수의 정당이 함께 만든 비례정당을 선거 후 어떻게 할지, 특히 존속시킨다면 그 법적, 정치적 지위는 어떻게 할 것인지 쉽지 않은 선택이다. 앞서 청와대는 여야영수회담에서 6석의 미래한국당을 위성정당이라는 이유로 배제시킨 바 있다.

2019년의 정치사를 지워버린 결정을 내렸다면, 그에 따른 책임, 그리고 각종 이슈를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은 필수다. 한 정치세력이 과거 입장과 상치된 결정을 내리는 경우는 정치권에서 종종 있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뒷정리다. 그래야 그나마 명분과 신뢰를 조금이나마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